새벽에 깹니다. 부엌에 나와서 물을 마시고 책을 읽거나 깜깜한 거실에 앉았다가 다시 침대로 갑니다. 추워.

 

자다 깨는 건 이 사람도 마찬가지.
잠결에 이제 잘꺼니까, 하며 선에 든 책은 놓아야지, 촛불도 꺼야지, 더듬댄다.
그러다....난 누구? 여긴 어디? ...
이 몽롱한 순간이 그야말로 몇초라지만 그는 몇 쪽에 걸쳐서 조분조분 적어내려간다.

잠이 깨서 이 방은 내 방이 아니라고 깨닫기까지 그 헷갈리는, 어쩌면 의식의 무중력 상태 찰라. 이 방이 여러 지난 방들과 겹쳐지고 갈라지다 안타까운 노력 끝에 지금, 여기로 돌아온다. 돌아왔나? 프루스트는 지금 엄마의 뽑뽀를 기다리는 소년인가? 아닌가? 허벅지의 그녀는 어디로 갔나?

그렇지. 이렇게 길고 헷갈리고 재미도 좀 슴슴해야 프루스트. 첫날밤은 아홉 쪽을 세 번 되풀이 해서 읽었다. 읽는다, 잔다, 읽는다, 잔다, 잔다.

 

자다 깨는 어린이가 있다. 잠결에 눈을 부스스 뜨고 여기가 '내' 방인지 확인하는 대신, 그 어린이는 펄쩍 뛰어 악몽을 떨쳐낸다. 잠이 채 깨지 못하고 울먹이는 아이를 함께 자던 엄마가 달래준다. '티비를 좀 볼래?' 반지하 빌라, 화장실 문 아래엔 쥐구멍도 있고, 한 방에서 네 가족이 함께 자는 어린이. 하지만 무서울 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던 오순도순 그 시절. 꿈 속의 다이노소어만이 이 아이를 겁먹게 했다. 어린이의 네 가족이 따스한 이부자리 속에서 잠들던 그 집의 창문을 깨고 가족에게 포효하던 다이노소어. (사채업자가 아닐까 생각했지, 이 아줌마는)

 

https://youtu.be/3VokD_vh2QA

 

 

자다깨서 이 곳이 집이 아니고 군대라는 걸 깨닫는 청년도 있겠지. 그에겐 다이노소어 보다 더 두려운 훈련소 조교가 포효할지도 몰라. 걸그룹 노래를 틀어주고 싶어. 위로가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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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0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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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09: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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