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상반기는 도스토예프스키 덕에 묵직하고 즐거웠다.
먼저 읽기 시작한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은 부친의 죽음과 살인 사건 공방이라 간단하게 요약되는 줄거리와는 다른 내용과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느라 힘겨웠다. 하지만, 역시나 걸작은 걸작. 처음 몇 백 쪽의 단단한 고개를 헉헉대며 넘어가면 어느새 그 다음 산 등성이들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내달리게 된다. 줄거리로, 아니, 리뷰로도 간단히 이야기 할 수 없는 인간 드라마 파노라마, 라고나 할까. (너무 진부하지만)

곧바로 구입해 둔 <죄와 벌>을 뒤이어 읽을 수는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그간 이런저런 속세의 일도 좀 처리하다 보니 19세기 러시아 대문호는 나를 조금, 한 두어달, 기다려주었다. 그러다 다시 만난 도스토예프스키, 이번엔 그의 초기 작품이기도 했지만 <죄와 벌>은 그 글의 흐름이 훨씬 빨라서 사흘 안에 끝낼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무슨, 미니 시리즈 같은 장면이 그야말로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면서 내 눈 앞에 두 손을 맞잡은 로쟈와 소냐가 보였다. 로쟈는 내가 멋대로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나약하고, 더 낭만적이고, 더 20세기, 아니 더 21세기 바로 지금 이 세상을 살고있는 젊은이 처럼 생생했다. 그의 고뇌와 치기를 마냥 미워할 수는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알라딘의 <로쟈>가 이 '로쟈'였구나!
8월, 그의 도스토예프스키 강의가 한겨례 문화원에서 열린다는데. 어째 운명이라는 생각이든다.

<도스토예프스키 커넥션>
http://blog.aladin.co.kr/mramor/4869255

 

 

 

 

 

 

 

 

 

 

도스토예프스키가 존경한다는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를 시작했다. 완역본이라는데 삽화도 좋고, 묵직한 도서관 장정에 벌써 손목이 흔들려서 들고 읽는 대신 배를 깔고 엎드리기로 했다. 돈 키호테를 읽는 내가 기사 이야기에 취해있던 그 주인공과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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