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400. 포대령 (천승세)

왕년에, 를 입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초라한 현실 대신 과거의 빛났던 시절을 붙잡고 산다. 그런데 주인공 김달봉은 '포대령'이라는 별명대로 대포를 앞세워 활약하던 전쟁을 붙잡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전후 개발 붐이 일어나 계속해서 대포소리를 내는 금호동, 포대령은 장난감 별을 붙인 모자를 쓰고 환상 속의 전쟁을 지휘한다. 그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은 그의 환상에 공포, 그리고 연민을 느낀다. 포대령이 놓지 못하는 것은 전쟁터의 훈장이 아니라 가족의 기억일 수도 있다. 연극같이 벌어지는 포대령의 이야기가 슬프고 과장되어 어색하기도 하다.

 

361/400. 무너진 극장 (박태순)

1960년 4월 25일, 임화수 소유의 평화극장에서 벌어지는 장면. 419 혁명의 종지부를 찍던 바로 그 밤의 극장 안 풍경을 젊은이의 눈으로 그려냈다. 역사적 의식을 부르짖는 대신 이렇게 혼란스러운 심경과 행적을, 다른 곳도 아닌 '극장' 무대 위에 올려 놓았다.

 

일상적 현실이 갑자기 역사적 현실로 표변되어 역사로부터 돌연한 호출과 호명을 받게 되는 상황.... 그리하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대번에 껴안게 하는 '역사체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역사적 사건의 공유화와 사유화를 통해서 과연 '4.19의 성격'은 어떻게 규명되고 있었던지, 기성세대가 설명해주는 방식과 내가 실제로 겪었던 관찰이 서로 어긋나기도 했다. (박태순, 한국일보 칼럼, 재인용, 195)

 

 

362/400. 웃음소리 (최인훈)

영자의 전성시대, 가 떠오르는 60년대 호스티스가 주인공이다. 마담에게 돈을 받아든 그녀는 자살을 하기 위해 온천 근방의 산을 찾지만 이미 그곳은 어느 커플이 차지하고 있다. 그 다정한 커플에서 자신과 돈을 뺏고 사라진 그 남자를 떠올리는 주인공. 자신과 커플녀를 환상 속의 웃음소리로 연결시키고 마지막 (어느 정도 예상 된) 반전으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소설. 이 단편선은 6.25 전쟁 이후, 건설공사의 폭음, 4.19 혁명, 숨 가쁘게 달려가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여준다.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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