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400. 요한시집 (장용학)

앞의 우화, 무지개 동굴에 살던 토끼가 갑갑함을 느껴 탈출하고, 빛에 눈이 머는 이야기가 어떻게 나와 누혜에게 연결되은걸까. 황석영 작가는 해설에서 한국전쟁 직후에 사람들이 겪은 이념의 공황상태를 실존주의로 설명하지만 끝내 확실치 않다고 여지를 남긴다. 어려운 단편이다.


아옹,하고 이 긴장이 찢어지고 단절될 때 `해안선`은 끊어지고 저 언덕 위 마른 나뭇가지에는 새빨간 꽃이 방긋, 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은 무수하다. 그 무수의 가능성이 하나의 우연에 의하여 말살된 자리가 존재이다. 따라서 존재는 죄지은 존재이다. 생 속에서는 죄지었다는 것은 또 죄지을 것을 의미한다. 존재는 범죄이다. 그 총목록이 세계이고, 인생은 그 범죄자였다.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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