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00. 골목 안 (박태원)

분명 식민지 시대의 서울 모습일텐데, 언뜻 오발탄과 난쏘공, 그리고 현대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후원회 모임에서 자식들 이야기를 풀어내는 노인의 모습에 마음이 헛헛하다.
황석영 선생님의 해설에서 작가 박태원의 두 기둥, 근대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비를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박태원의 대표작 구보씨의 일일, 도 고작 식민지의 어항 속을 헤엄치는 모습이라니, 이 비유와 더불어 병마에 지친 그의 말년이 더욱 슬프다. 그가 남한에 두고 간 아들에게 북에서 박태원의 처가 된 권영희가 쓴 편지는 매우 서글프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이태준도 그러했지만 박태원 역시 근대주의자였으면서도 식민지 근대를 비판, 고통받는 당대의 민족 현실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는 모더니스트로 출발하여 리얼리스트로 마친 자기모순이었으나, 어쩌면 이 땅에서 글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작가의 운명이었다.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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