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0. 선생님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강무홍)

안경쓴 여선생님이 짜증이 많다는게 함정. 게다가 선생님이 아이들 머리에 꿀밤을 두 번씩이나 먹인다니. 10년전 동화가 아니었다면 폭행으로 신고가 들어갔을지도 모름. 담임 선생님은 (아무리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고작 두 눈과 안경으로 모두 살필 수가 없다지만) 아이들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고, 복도로 1학년 학생을 내보내거나 화를 낼 뿐이다. 담임 선생님이 (할아버지로 그려진 '자상한' 교장 선생님 대신에)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장면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작가가 정해진 틀에 맞춘 캐릭터들만을 보여주어서 영 찜찜했다. 그리고 직장맘은 왜 아이에게 미안해 하기만 할까. 왜 선생님과 상담도 해보지 않고? 아이에게 잘못을 생각해서 고칠 기회를 주지 않을까. (전업주부 엄마인 나는 잠시.... 반성을 합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특별히 내놓는 간식으로 새우튀김과 코코아의 조합은 구미가 당기지 않으므로 패스. 새우튀김에는 사이다가 낫지 않을까? 요새 허세 부리는 우리집 막내는 트레비 탄산수를 찾겠지.

 

5/400.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그저그런 착하기 대표 도덕책 그림동화라고 넘겨짚고 열어보지도 않았는데... 도덕 그림책은 맞는데. 이거 좋다. 설득당함. 그림속 인물들은 다소 기괴한데 이야기는 사람 마음을 부드럽게 녹인다. 청소부 아저씨가 다루는 거리 표지판 덕에 나도 작가 몇 명은 더 배웠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화가 할아버지는 꼭 옆에 치와와를 끼고 있어서 흐뭇하고, 생각을 수집하는 아저씨는 살짝 느와르 분위기였지만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준다. 아니, 생각을 비우고 다시 채워주었다.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고 우기고 싶지만, 이 책은 나도 착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6/400.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그림책 시리즈인데 원서를 축약한 것이 아닌 게 장점. 하지만 삽화가 이야기에 발을 걸고 방해를 하는 기분이 든다. 지킬 박사의 고통과 번뇌는 책 마지막에 쏟아지는데, 그림은 (시대와 장소도 그렇고..) 셜록 홈즈 어린이 판이 생각나게 한다. 또 생각나는 건 <프랑켄슈타인>. 그 책에서도 그렇듯 여기 지킬 박사도 자신의 연구는 그냥 얼버무리고 "~ 여기선 자세하게 쓰진 않겠네" 라고 하는데, 실은 자신들도 잘 모르는 게 분명하다. 요즘은 작가의 자료 조사는 기본인데 (정유정 작가가 바이러스나 댐 건축에 대해서 이렇게 얼버무렸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가장 흥미로울 수 있는 "변신" 장면이 간략한 스케치로 끝나는 게 아쉬웠다. 물론, 작가가 그려내고자 한 것은 인간의 이중성과 그 원초적 폭력에 맞서는 고통 같은 것이겠지만. 나는 이 친절한 삽화 말고 내 머리속에 뭔가를 (그러니까, 위화가 그려내듯 이빠진 톱으로 자신의 코를 썰어내.....아, 또 생각났어. ㅜ ㅜ ) 그리고 싶었단 말이다.

열심히 책을 읽자, 라고 결심한 이유가 고등학생 큰아이여서 인지 다음 구절이 눈에 띤다.

 

지킬이 아버지 이상으로 관심을 보였다면 하이드는 아들 이상으로 냉담했네. (125쪽)

 

그나저나, 400권 읽기 (혹은 떡썰기) 프로젝트 8일차에 6권을 읽었는데, 은근히 빡빡한 작업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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