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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다 - 강제 징용자들의 눈물 ㅣ 보름달문고 37
문영숙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바다 밑에도 광산이 있었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막장 안에는 석탄을 캐던 어린 조선 소년들이 있었다. 일본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에 대해서는 이 역사 동화를 통해 처음 배웠다. 열 다섯, 내 아들 보다 불과 한두 살 더 먹은 아이들이 배를 곯아가며 가족과도 떨어져서 노예처럼 일하다 억울하게 죽었다, 는 역사도 이번에 처음 배웠다.
덤덤한 말투 만큼이나 평범한 강재에게 역사의식이란 건 없었다. 병이 난 형 강식이에게 묘한 시기가 생겼고, 연지에겐 좋은 오빠였다. 조선에서도 배부른 적은 드물었지만 친구 천석이와 나무를 하면서 동네산들을 뛰어다니던 평범한 까막눈 소년이었다. 그 소년에겐 꿈이라면, 고향에서 제일로 존경받던 면서기가 되는 것, 그래서 부모님에게 강식이 형 보다 조금 더 사랑과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재는 너무 어렸고 강재의 나라 조선은 힘이 없었다. 강재가 히로시마 원폭과 광복을 경험하고, 넘실거리는 바다를 가르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 아이가 겪은 고생과, 앞으로 펼쳐질 또다른 고생담이 눈에 선해서 책을 덮고도 마음이 가벼워 지질 않았다. 검은 바다는 검은 눈물의 바다, 검은 석탄 밑에 깔린 원혼들의 바다였다.
강재의 성격 만큼이나 무뚝뚝한 문장에 뻑뻑한 느낌도 들지만, 결코 나긋할 수 없는 강재와 천석이의 이야기에 그래도 절로 울컥한다. 초등 고학년생이라면 이런 이야기 속에서 뭔가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