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무렵
정양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품절


나를 빼먹은 잔치에 삐쳐서
삐친 고집으로 숲속에서
앙심먹고 타죽었다고들 하는데
돌아가며 벼슬자리나 나눠 먹는
그런 잔치에 섞이고 싶지 않았을 뿐
내 겪은 당당한 세월을 무엇으로도
맞바꾸고 싶지 않았을뿐
결코 삐치거나 앙심먹은 일은 없다
비록 불길에 휩싸여 숯이 되어 식어버렸지만
이 세상에 맞바꿀 수 없는 것들을
손가락질로 숨 막히는 불길로
몸부림으로도 다 태우지 못한 것들을
한 그릇 식은 밥과 해마다 맞바꾸잔 말이냐
맞바꾸다 맞바꾸다 식어버린 세상일들이
식은 밥보다 더 꺽정스럽다-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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