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염천 - 거센 비 내리고, 뜨거운 해 뜨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서영 옮김 / 명상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젠가는 소피아 성당을 꼭 찾아 가리라, 고 생각만 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는 그저 먼곳이니, 아테네의 박물관을 꿈의 여행지 목록에서 지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언젠간 가보고 싶지만, 쉽게 가지 못할 곳. 

하루키는 그런 먼 두 곳 (그 두 나라에서도 관광객들이 찾을듯 싶지 않은 곳들만을) 의 힘든 일정을 덤덤하게 적어내려갔다. 전에 <먼 북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인건 왜일까. 세상을 등지고 척박한 산 등성이에 자리잡은 수도원들을 찾아가서 갑작스런 비에 젖은 몸으로 (하루키 표현에 따르자면, 종교에 귀의하기 일보 직전인 상태에서) 찡한 우조를 마시고, 곰팡이가 핀 마른 빵을 물에 불려서 씹고, 흙바람이는 뜨거운 터키의 길 가에서는 뜨거운 차이를 들이켰다.  

역자의 후기에도 언급되는 것처럼 하루키는 많은이들에게 젊은날의 책이다. 하지만 이번 '고행기'는 그저 젊은 날의 쿨함으로 지나기엔 아까운 무언가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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