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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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9월 11일, 큰아이의 preschool 첫날이었다. 세시간 차이로 이미 큰일이 벌어져 버린 뉴욕과 달리 캘리포니아는 놀랐지만 다소 덤덤했다. 유아원도 정상 수업을 했고 쇼핑센터도 문을 열었다. 정작 다음날이 되자 사태의 심각성이 더 다가왔다. 그 다음해 9월11일이 되기 훨씬 전부터 자동차 뒷범퍼에는 God Bless America 스티커가 붙어있었고 국가 의정 관계차도 아닌 허름한 중고 (일제) 차들도 성조기를 매달고 다녔다. 쌍동이 빌딩에서 희생된 수많은 생명들 보다도 그라운드 제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오와 분노가 더 컸다.

911 을 배경으로 한다는 이 책에 대해서 좋은 서평과 "상큼"하다는 이야기들도 별로 믿기지 않았다. 911은 내게는 외국인으로서 꽤나 불편하게 버텨야하는 남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책의 911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너무도 바라는 아홉살 아이의 이야기이다. 그 아이를 찢어지는 심정으로 쳐다보는 엄마와 할머니, 또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그날밤만 밤이었던건 아니니까.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니? (439쪽)" 이런 새털같이 많은 미래를 당연시하던 일상말이다. 

2차대전 공습때 사랑하던 연인과 가족을 잃은 할아버지, 또 기구하게도 21세기 평화의 땅에서 또 한명의 아들을 잃는다. 그리고 그의 손자는 없을지도 모를 자물쇠를 찾아 뉴욕시의 Black 을 찾아나선다. 

이 괴상하고 정신없고, 먼 이야기가 어이없게 나를 울렸다. 손자를 알아보는 할아버지의 눈에서 아빠와의 마지막 통화 (일방적인)를 이야기하는 꼬마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외국인 아줌마는 울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내 가족,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살을 부비고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안쓰럽도록 까칠한 주인공 오스카 만큼 인상적인 할아버지는 역시 미스터 블랙이다. 스무해 넘도록 아파트 밖으로 나서지 않고 전화주문으로 쇼핑을 해결하고 보청기마저 꺼버린 사람. 전쟁터를 누비다가 이젠 더 전쟁터 같은 바깥을 닫아 버리고 매일 아침 대못을 한 개씩 박으면서 하루를 여는 엽기 할아버지. 하지만, 그 역시 진짜 셸 할아버지를 만나고는 쿨하게 퇴장할 줄 안다. 

책 중간 중간 만나게 되는 사진과 메모들, 색색깔의 이름들, 빨간 교정본들, 빽빽히 겹쳐져 있던 할아버지의 독백들....그리고 다시 그날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오스카의 마음처럼 빌딩 옆을 날아서 올라가는 사람의 사진. ...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이 말하는 것 처럼 엄청 시끄럽고 엄청 가까운게 뭘까 싶게 멍한 느낌이다. 같은 뉴욕땅에서 성경말씀대로 살았던 A.J.제이콥스가 그렇게도 질투해 마지 않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 나도 그의 재능을 열심히 질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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