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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장 속물적인 돈 이야기
석영중 지음 / 예담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과 예술은 돈 보기를 돌과 같이 해야한다고 여겼다. 19세기 낭만파 예술가들은 술에 절고 가난에 절었지만 하늘을 향해 목을 빳빳히 쳐 들었다. 그런데, 러시아 대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런 행동들이 가식이며 없는자들의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했다. - 아니, 도스토예프스키를 축약본 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으니 - 이 책의 저자에 따르자면, 현실속에서 종이와 펜을 대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누구보다도 돈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였다.
무거운 돈과 생존의 이야기를 작품들의 친절한 "축약" 설명과 더불어 깔끔 명료하게 이야기 하는 책은 어렵지 않게 읽힌다. 하지만 가난의 심리학, 빈자의 위선이 이토록 잘 이해되는게 조금은 섬찟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자신이 상대적 빈곤감에 몸을 떨고 있고 되먹지 않은 자존심때문에 이런저런 변명으로 내 주위에 벽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있다면, 누군들 좋지 않을까. 더러운 돈이 아니라면, 누가 마다 할까. 저 미운 시누이가 부자가 아니였다면 내가 좀더 이해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을까.
돈이 궁해서 글을 미친듯이 써 제꼈다는 도스토예프스키. 그 왕성한 창작력이 감탄스럽다. 천재는 어느 상황에서도 천재인가보다. 그가 돈으로 많은 굴욕을 겪었다지만, 그는 돈을 알아보았고 그래서 시대를 앞선 천재라고 평해지는 것이리라.
"돈은 자유다" "돈은 시간이다" "돈은 자식을 낳는다" 라는 무서운 명제들은 지나친 비약이며 어거지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어느정도 사실이다. 그 사실의 틈바구니에서 자존심, 빈자의 자존심 지키기가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