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찌질이로 번역하면 좋을 듯한 wimpy kid. 주인공 그레고리는 우리나이 12살 초딩 6학년 졸업반이다. 미국선 대부분 중학생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는 어중간한 사춘기의 소년.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질 않아 혼자 깡마르고 (학생의 95퍼센트가 자기보다 덩치가 크다고 한다) 성적도 별볼일 없고 (순록이 새 에서부터 진화되었다고 심각하게 과학숙제로 보고서를 내는 녀석이다!) 늦둥이 동생과 고등학생 깡패 형 사이에서 치이는 아이이다.
원래 인터넷에서 만화겸 짤막한 단편 소설로 인기를 끌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우리집 아이도 키득거리면서 하루에 두 번을 통독했다! 물론 손글씨체로 인쇄한 책인데다가 한페이지당 절반이 졸라맨풍의 만화라 그다지 그 독서량에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첫 몇 챕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에는 나름대로 이 치이는 찌질한 그레고리에게 동정도 갔지만...이 녁석 그다지 억울한 인생은 아니다. 엄마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 매는 지가 번다고, 이 녀석 내가 불러다 쥐어 박아 주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2권에 넘어가면 나름대로 학교에서 왕따를 조장하기도 하고, 부모의 눈을 피해 이런저런 말썽을 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기에 이 일기장에 주절주절 써내려가는 것이리라.
하지만 읽는 내내 이 녀석이 6학년, 아니 중학생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런 정신 연령은 초딩2학년 교실에서 만나는 것이 정상 아닐까?
불안한 마음. 이 책을 좋아라 하는 우리집 (almost) teenager 녀석 또한 그레고리랑 뭐가 다르단 말일까. 일은 일대로 저질러 놓고, "내 잘못 아니거든~"하는 저 알량한 자존심 덩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