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1반 구덕천
허은순 지음, 곽정우 그림 / 현암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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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작가의 주변 실화들에 기초를 두고 만들어 졌단다. 가만 생각 해 보면 학교 폭력은 어느 학교, 어느 동네나 겪고 있으면서 또 감추고 있는 흔한 소재이다.

첫 부분, "구덕천"은 그나마 그 폭력에 대항해 보려는 <나> 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마침 5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에 실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흡사한 구조, 내용이다. 다만 이름에서부터 폭력의 대상이 되어 버린 불쌍한 아이가 더 도드라져 있을 뿐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폭력의 피해자가 된 덕천이의 동생 덕희의 눈으로 본 학교 밖 이야기 이다. 편모슬하의 팍팍한 생활,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제 목소리를 가질 수 없는 덕희와 엄마. 첫부분에 비해 너무 드라마틱해진 부분이 보인다.

세번째 이야기는 삼사 년의 시간이 흘러, 이젠 가해자 였던 아이가 어떻게 또 다른 형태의 학교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이번에도 역시 선생님과 학교가 조직적인 가해자팀으로 활약한다. 

세 이야기는 폭력이 학교와 가정을 둘러싸고 학생들의 생활 가까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존재하는가 보여준다. 왕따 문제나 학교 폭력은 학부모 입장에선 늘 가슴 철렁 내려 앉게 만드는 제일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더 무서운건, (이문열의 <영웅>에서와 마찬가지로) 폭력앞에서 침묵하다가 너무 늦게 우루루 떠들어대는 보통 사람들이다. "지가 똑똑했으면 당했겠어?" 어느 학부모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너무나 쉽고 잔인하다. 그것을 부각시키려 작가는 그 불쌍한 아이에게 "구덕천", 천덕구러기 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을게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나름대로 덜 미화 시킨 학교를 배경으로 힘겹게 써 준 작가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런데 덕천이가 남긴 일기장은 덕천의 학교 생활 모습과 동떨어지게 글 솜씨가 있다. 그 안에서 호소하는 작가의 모습이 덕천이 보다 더 뚜렸했다. 마지막 이야기는 너무나 (작위적이면서) 급작스런 해결 모드를 맞는다. 그덕에 책을 덮는 마음은 아주 조금 가벼워 졌지만, 이런 "동화"가 현실에선 없겠다 싶은 씁슬함을 준다.

끔찍한 학교 폭력....내 기억 속에서 아직도 삼십년 이상 살아있는 기억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도 급한 마음에 내 아이만 그 폭력 어느 쪽에도 닿아 있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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