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 - 시대를 풍미한 도적인가, 세상을 뒤흔든 영웅인가
이희근 지음 / 평사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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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와 함께 홍길동전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의적"과 "영웅"이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 주인공 홍길동이 실제로 존재했었지만  그는 민중을 위한 의적이 아니라 불량잡배와 다름 없었다는 해설을 읽고 나자, 역사상의 영웅들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영웅들 중 홍길동, 임꺽정, 홍경래, 전봉준, 박지원, 그리고 대원군을 역사적 기록에 근거해서 파헤친다. 영웅의 전설(?)은 그들의 행적이나 철학이 아니라 영웅을 간절히 바라던 시절 덕에 만들어 졌단다. 부패한 관리들과 양반들 아래에서 숨통을 틔여준 소설 속의 장길산이나 홍길동은 도적이 아닌 민중 영웅이고, 양반 사회의 질서 옹호를 주장한 박지원이 양반 사회를 비판한 신분해방자가 되는 식이다. 하지만 서론에서부터 여섯 영웅들의 실체를 밝히고자 하는 저자의 욕심은 글의 흐름을 조절하는데 방해가 되는 듯하다. 두어 단락만 읽어도 저자의 주장은 알겠는데 글을 읽는 재미가 떨어지고 책 전체를 아우르는 "영웅 신화 깨기" 같은 큰 울림은 찾을 수가 없다.  

차라리 전반부의 세 도적 혹은 영웅에 집중해서 그 시대 고달팠던 민중들의 삶을 더 파해쳤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절로 우리도 영웅에 박수를 보내고 있을까. 책 후반부로 갈수록 역사 기록과 동떨어지는 설명이 많고 결론 부분도 없이 갑작스레 책이 끝나고 나자 허무감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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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31쪽 하단에 나오는 임꺽정 무리에 대한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공권력에 대한 모든 도전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임꺽정 무리가 가령 프랑스혁명처럼 어떤 새로운 사상을 가지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모르거니와 단순히 도둑질의 대상이 국가기관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저자가 비판해 마지 않는 기존 질서 옹호, 양반 신분 제도 보호의 한계야말로 프랑스 혁명도 가졌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의 가면 벗기기가 주제였지만 우리 영웅들에게 대는 잣대가 매우 엄격해서 진정한 신분질서 해방과 민중 사랑을 실천하는 영웅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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