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토가 한자로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설명하자 도다는 필통에서 2B 연필을 꺼내 봉투 앞쪽에 ‘쓰치야 가즈타카에게’, 뒤쪽에 ‘미키 하루토’라고 썼다.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던 하루토가
“내 글씨다!” 하고 감탄하면서 작게 소리쳤다.
나도 놀라서 눈이 커졌다. 도다가 봉투에 쓴 글씨가 정말 초등학교 5학년의 필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약간 힘이 들어가서 비뚤어져 있으면서도 아까 하루토의 붓글씨에 나타난 섬세한 선의 특징이 연필로 된 글씨체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도다가 쓴 어떤 글씨와도 비슷한 점이 전혀 없었다. 예를 들어 방금 책상 끄트머리에 치워놓은 절교 선언장과 지금 봉투에 적은 글씨를 비교해 보면 도저히 같은 인물이 썼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먹의 흔들림>
“당신을 못살게 굴려는 사람은 프린터를 이용했던 거요. 잉크 잔량이 적었던 게 보이지요. 일단 글을 인쇄한 다음, 세심하게 한 글자씩 따라 쓰기만 하면 됐어요. 기름종이로 베껴 쓰듯이. 아시겠어요?”
블랑슈는 원리는 이해했지만 이미 다음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가 아는 사람들 중에, 이 기법을 알며 그녀를 몰아세우는 데 이용할 만큼 원한을 품은 사람이 누굴까? 그리고 진짜처럼 보이는 쪽지를 재구성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재료를 모을 수 있던 사람이 누굴까? -<범죄 청소부 마담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