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때문에 이 책을 어린이/청소년 소설로 생각하고 있었다. <파친코>에 견주어 지기도 하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다는 정도만 알고 시작했다. 그런데 여자 인물들이 기생, 예술가들이라 성매매와 성애 장면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열살짜리 기생 견습생에 열대여섯에 겁탈을 당하고 임신하고 열일곱에 띠동갑도 넘는 남자와 결혼을 하거나 고위관리의 첩으로 보석을 받고 유부남과 동침하고 서른이면 늙은이 취급을 당하는 여자들이 계속 계속 나온다.
주인공 옥희는 1919년에 열살이니 책 제목의 ‘작은 땅‘이 주권을 잃은 해에 태어났다. 옥희가 평양 기생집에 하녀로, 그리고 기생견습생으로 들어가고 경성으로 가서 기생이 되고 영화 배우가 되는 과정 동안 평안도 출신 호랑이 사냥꾼의 아들 정호는 경성에 와서 거지 왕초로, 깡패로, 독립군으로 성장한다. 이 둘이 만나고 헤어지고 싸우는 동안, 삼일운동과 일제탄압 2차대전 해방, 그리고 625는 건너뛰고 한국의 경제성장과 인혁당 사건이 벌어진다. 숨가쁘다.
재미있게는 읽었는데 여자들의 세계가 기방과 극장이라 갑갑하다. 실제인물들이 실명 가명으로 등장하며 (외교관 남편과 유럽 갔다가 바람 피웠다는 여자 화가, 새벽에 아침 식사했다던 자동차 기업 창업주 등) 역사의 흐름을 짚어보게 하지만 중심 인물들의 고생은 처절해도 그 감정들은 묘사에 그치는 것 같다. 특히 옥희의 남자 선택과 행동 등은 갑갑했다.
드라마로 만든다면 여명의 눈동자, 왕초 등과 비슷하리라. 어느 리뷰에서 본 대로 아는 이야기, 아는 맛이다. 그저 영미권에는 덜 알려졌을 뿐. 옥희의 마지막 여정도 작위적이고 한국 호랑이를 멀리서 그리워하는 ‘미국 교포 작가‘의 느낌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