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는 동화와 마법의 세계,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주변인에서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 세계의 질서가 바로잡히는 것을 보고 다시 자신의 세계로 귀환한다. 모든 페어리 테일이 그렇다. 주인공은 상처를 훈장처럼 달고, 그 위에 미인의 키스를 받고 만인의 존경과 금은보화를 안고 귀환한다. 심지어 고딩은 성인인증을 한다. 


찰리가 벌인, 하지만 자신이 진짜 주인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 최후의 전투는 살벌하고 지독하며 쉽지 않았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며 찰리는 되뇌인다. 이거 진짜네, 이거 거짓말 같지만 진짜야. 지독해. 페어리 테일이 이야기로 안전하기 위해서는 저 건너편에, 멀리, 아니라면 종이나 액정, 화면 위에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덮거나 꺼버릴 수 있게. 


페어리 테일은 끝났고, 찰리의 세상이 어떻게 이어질지 바뀔지에 대해 작가는 쉬운 답을 내놓는다. 자, 여기 있소, 댁들이 원하는 해피 엔딩. 아닌데요? 이런거. 조금 더 나갔어야지요? 킹 선생님. 모든 사람들 안에 꿈틀거리는 욕심과 사악한 기운을 잘 아시는 양반이. 그냥 그 통로를 닫아버리는 것으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뭔가 미운오리 새끼와 리처드3세의 혁명을 시작했으면 더 뭔가를 보여주... 하지만 뭐 페어리 테일의 공식이 이렇다. 왕의 귀환. 평민들은 다시 평화로운 노동으로. 푸른 하늘 은하수 두 개의 달. 폭력과 사악함이 왕자나 악마 쪽 모두에게 누구에게나 있다는 걸 강조하며 작가는 찰리의 어깨를 토닥인다. 하지만 이 녀석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기 인간의 세상에도 나름대로 페어리 테일이 이어진다. 권선징악과 벽장 속의 금덩어리 이야기는 끝났지만, 법과 규칙을 잘 알기만 하면, 디지털 장난 같은 코인 및 부동산만 많다면 그 아이템빨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인용되는 여러 이야기들의 원전과 변주곡들을 찾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번 킹 소설은 기대보단 지루했다. 폭력의 수위가 높아지고 괴수의 모습이 징그러울수록 주인공이 게으른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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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2-02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티븐 킹, 두 번이나 읽으려고 도전했다가 다 읽지 못하고, 나중에는 너무 무서워서 책도 버렸어요 ㅠㅠㅠ
그게 좀 순한 맛이었는데도요. 유부만두님 리뷰로 만족하겠습니다.
이제 29일 남은건가요.... 아.... 슬프다.....

유부만두 2023-12-02 09:59   좋아요 1 | URL
이번 “동화책”은 잔인한 장면이 많아요. 하지만 원초적 공포를 불러내는 기존 킹 소설과는 좀 다르고요. 덜 무서웠어요. 얼마전 나온 빌리 서머스 읽으셨나요? 킹 소설 중 가장 해맑은 이야기인데요.
하지만 저의 최애 킹 소설은 미저리 입니다. 너무 무서운데 너무 재밌죠!!!!

저 내년에도 매일매일 끄적여볼까 하는데요. 그렇담 윤년 366 더하기 29 남았습니다! ^^

단발머리 2023-12-02 20:17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내년 계획에 기립박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