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포세의 <3부작>에는 갈등을 겪는 엄마-딸이 세 쌍 나온다.
여주인공 알리다는 아버지의 실종 (혹은 가출) 후 엄마와 언니, 단 셋이서 작은 농장을 일구며 산다. 엄마를 닮아 밝은 피부를 가진 언니에 비해 검은 편인 알리다는 툭하면 '아빠 닮아서 못났다, 게으르다, 멍청하다'는 핀잔을 듣는다. 엄마와 언니는 한 편이 되어 알리다를 구박한다. 그래서인지 집에 정을 붙이지 못하던 알리다는 밖으로 나돌고 열일곱의 첫사랑을 만났다. 알리다는 떠나고만 싶었다. 그리고 못마땅한 사위를 째려보던 알리다의 엄마는 ...
도시 벼리빈에서 청년 아슬레에게 추파를 던지던 도시의 여인은 (나오는 묘사를 보면 역시 십대 후반에 지나지 않는다) 엄마인 '노파'와 목청 높여 싸운다. 엄마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딸의 행동거지를 지적하지만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이미 딸은 엄마의 울타리를 벗어난지 오래다. 이 집의 아버지는 이 싸움엔 별 관심도 두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술 한 잔과 돈 몇 푼을 삥 뜯을 생각에 분주하다. 이 집 딸도 아빠를 더 닮아서 염치없이 남의 것을 탐하고 악을 쓴다.
그리고 이들의 갈등과는 달라 보이지만 함께 하기 거북하고, 서로의 속내를 모르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았던 모녀, 엄마 알리다와 딸 알레스가 있다. 딸이 나이들어 엄마의 나이가 되고도, 어쩌면 사라질 당시의 엄마 나이를 지나고서도 딸은 엄마와 한공간에 있다는 생각 만으로 불편하다. 엄마의 '존재'가 부엌에 있다면 거실로 나가고, 거실에 서 있다면 침실로 발길을 돌린다. 도망가는거니? 알리다의 엄마와 달리 알리다는 자신의 딸들은 자상하게 키웠(겠)지만 그 딸은 나이들어서도 엄마의 부재가 차라리 익숙하다. 엄마의 가슴 속의 그 첫 사랑 이야기는 다 알고 있지만 자신은 엄마의 애닲은 사연의 계보보다는 단단한 지방 유지 아버지의 핏줄을 따른다. 덤덤하고 둔중하게. 하지만 그래도 알레스는 엄마 딸인가 봄. 비오는 날 그 바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