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이제 기묘한 이야기를 듣는 청자는 오치카의 사촌 동생 도미지로다. 세 가지 이야기가 실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자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올랐다. 화재를 막는 북과 수호신 이야기에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보였다. 당고 노점상의 비참한 어머니와 네 남매 이야기는 어떤가. 더해서 아랑의 전설과 비슷한 이야기도 있다. 간절한 염원은 현실을 바꿀 수 있지만 진실을 덮거나 뒤집는 건 말 몇 마디이다. 


어둡고 비밀스러운 이야기, 마음 속에 무겁게 담아두었던 여러 이야기를 심리 상담사 처럼 들어주면 그 청자에게 '업'이 쌓인다는 악몽 혹은 경고로 이번 책은 마무리된다. 듣고 '버린다'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함부로 타인의 경험과 고뇌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라. 이 책도 마찬가지니 쉽게 훌렁 읽고 박한 별점을 주지 말아라, 일까?


표지의 긴 목의 귀신은 분하고 원통한 혼령이다. 귀신은 눈에 흰자가 많고 검은자는 작게 금처럼 나있다고 한다. 더불어 냉기를 뿜으며 천장에 매달려 긴 머리카락 사이로 당신을 내려다 볼 것이다. (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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