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다시. 세상이란 그런 것. 모든 것이 무너진다.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 P13

허브의(hetbal)와 말의(verbal), 대니얼이 말했다. 언어는 양귀비 같은 거야. 무언가로 땅을 좀 휘저어 주기만하면 잠자던 말들이 선홍색으로 싱싱하게 피어나 퍼지거든. 그러다가 씨앗 주머니끼리 부딪쳐 씨앗이 떨어지면 더 많은 언어가 나올 준비를 하고 기다린단다. - P91

크리스틴 킬러(Christine Keeller). 영국의 모델로, 존 프로퓨모 전쟁국장관이 그녀와 혼외 관계를 맺어 1963년 사임했다. 후에 그녀가 주영 소련 대사관 무관과도 내연 관계인 것으로 드러나 국가 기밀 유출 파문이일었고 그 여파가 보수당 내각의 총사퇴로 이어졌다. - P120

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때가 싫어요. 그녀가말했다.
대니얼이 그녀의 양어깨를 잡고 돌려세웠다. 그는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뒤의 풍경은 아직도햇빛이 비치는 파란색과 초록색이었다.
그녀는 눈을 들어 아직 여름이 남아 있음을 보여 주는 그를 보았다. - P193

그 월요일에 그녀는 채링크로스 거리의 미술품 가게에서 오래된 빨간색의 양장본 카탈로그를 발견했다.
단돈 3파운드였고, 할인가 도서 통에 들어 있었다. - P196

보티: 그들은 우리가 입을 열면 당혹감을 느껴요.
남자들보다 지적으로 뛰어난 여자들이 아주 많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은 그런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죠.
던: 남자들이 여자가 의견을 말하면 잘난 체한다.고 본다고요?
보티: 잘난 체한다고 본다기보다는 부적절한 일이라는 생각에 조금 당혹스러워하는 거예요. - P201

누군가가 아니라 그들의 눈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단다.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것이 아닌 눈이 우리가 어디 있고 누구인지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방식과.
엘리자베스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아니라고, - P209

여자는 엘리자베스를 무시한다. 그녀는 엘리자베스가 문을 닫지 못하게 문가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책을 꺼낸다. 『태풍』의 미란다가 틀림없다. 『태풍』의 미란다가『멋진 신세계』를 읽고 있다. - P263

그래서 그녀는 따라갔고, 지루하지 않았고, 사실 아주 좋았다. 아버지와 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공정함과 불공정함에 관한 이야기에 섬에서 최면을 당하고섬의 지배권을 놓고 서로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의, 누구는 노예가 되고 누구는 자유를 찾는 인물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술사인 아버지가 앞날을 열어 주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딸이 좀 더 능동적이면 좋았을 것도 같지만 어쨌든 아주 좋은 연극이었다. 노쇠한 아버지가 마법의 외투와 지팡이도 없이 나서서 관객들이 박수를 치지 않으면 자신은 판자로 꾸민 가짜 섬에 영영 사로잡혀 있을 것이라고, 그들이 박수를 치지 않으면 정녕 어두운 노천극장에 밤새 묶여 있을 것이라고 말할 때 엘리자베스는 거의 울고 있었다. - P268

로열 칼리지, 여학생이 드문 나머지시선을 집중시키던 곳, 건축업자들이 설계도에 여자 화장실을 그려 넣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그곳에서 그녀가 복도를 걷노라면 "저기 쟤는 프루스트를 정말로 읽었대." 같은 속닥거림이 들려왔다. 그녀는 남학생의 어깨에 팔을 감고 말했다. 자기야, 저건 사실이야. 그뿐 아니라 주네와 드 보부아르와 랭보와 콜레트도 읽었어. 프랑스 문학계의 모든 작가를 빠짐없이 읽었고, 참, 거트루드 스타인도 읽었지. 자기는 여자들을, 그녀들의 부드러운 단추들을 하나도 모르는구나? - P309

그렇다면 삶은 무엇이었을까? 포착하기 위해 작업하는 대상이었고, 자신에게서 약간 분리된 객체의 지극한 행복이었다. 그림은? 홀로 거기 앉아서 하는 일이었으며, 자신만의 끔찍한 싸움이거나 아름다운 일부였다.
하지만 정말이지 끔찍하게 고독했다. - P322

"조용히 해, 넌 기껏해야 계집아이잖아." 남자아이가 되고 싶었죠. 그래서 그녀는, 왜 일종의 피부 있잖은가, 그것을 잡아당겨 늘어뜨리곤 했다. 내 성기는 못생겼다고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졌어요.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줬죠.
"이상적인 여성은 일종의 충실한 노예예요. 불평 한마디 없이, 보수도 한 푼 없이 집안일을 돌보고, 남자가말을 걸어야만 대답하고 늘 양순해야 하죠. 하지만 혁명이 다가오고 있어요. 온 나라의 젊은 여성들이 각성하고고개를 젓고 있어요. 두려우세요? 그게 그녀들이 바라는바예요."라고 그녀는 오래지 않아 라디오 방송에서 말하기 시작했다. - P319

다시 11월이다. 가을이라기보다 겨울이다. 저것은엷은 안개가 아니다. 짙은 안개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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