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격렬한 활동 자체가 곧 현실 세계라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현실 세계와 털끝만치도 접촉하지 않은 게 된다. 호라가토게(洞時)에서 낮잠을 잔 것이나 진배없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낮잠을 안자고 활동의 할부(割賦)를 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어렵다. 나는 지금 활동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내 전후좌우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로 바뀌었을 뿐 학생으로서의 생활이 이전과 달라진 건 아니다. 세계는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거기에 가세할 수는 없다. 내 세계와 현실 세계는 하나의 평면에 나란히 있으면서도 조금도 접촉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현실 세계는 이렇게 움직이며 나를 남겨둔 채 가버린다. 심히 불안하다. - P37

구마모토의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이보다 한적한 다쓰타야마(龍田山)에 오르거나 달맞이꽃으로 뒤덮인 운동장에 드러누워 세상일을 다 잊은 듯한 기분에 젖은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독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도쿄를 봤기 때문일까? 어쩌면…… 이때산시로의 얼굴이 빨개졌다. 기차를 함께 탔던 여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는 아무래도 자신에게 필요한 듯하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너무 위험해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것 같다. 산시로는 빨리 하숙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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