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 중 흥미로운 소재라 읽었다.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두 사람, 사십대 셰프 이민석과 열다섯 중학생 왕도영은 삼도천을 건너기 전 여우 서호와 거래를 한다.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포기하는 대신 49일 더 이승에서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얼굴은 다른 사람을 쓴 채로, 정해진 장소 밖은 못 나간다. 이민석은 미련이 남아서 다시 이 기회에 예전 살던 동네에 식당을 열게 된다. 얼결에 따라온 도영도 함께. 그들은 49일 동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몰랐던 사실을 만나고 49일 역시 너무나 짧은 시간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하.지.만. 이민석은 사십 대에 이십 대 직장 부하에 집착하고 데이트 폭력을 휘두르며 스토킹을 하다가 사고로 죽었다. 그는 이번 49일 동안에도 그 집착을 버리지 않고 여자를 따라 다니며 ‘죽어도 넌 내꺼야‘를 외치고 여자를 때린다. 이 폭력은 사랑으로, 이민석이 계획한 ‘사라져 안타까운‘ 미래로 그려진다. 더해서 피해자인 서지영의 거절과 반박, 도피도. 도영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다. 이 아이가 49일 동안 다시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을 구박했던 할머니나 형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는 정도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미련과 원망을 “갑자기” 내려 놓고 갈 길을 간다. 하지만 이민석이 그동안 행한 폭력에 피해를 본 서지영은 제대로 치유될 수 있을까. 얼마전 스토커에 희생된 일가족 뉴스가 겹치지 않을 수 없다. 역으로 폭력의 피해자인 도영이 할머니와 형을 ‘다른 눈‘으로 보고 진짜 화해, 혹은 용서를 할 수 있었을까.설정도, 문장의 비유나 묘사도 매우 거칠게 반복된다. 그 껄끄러움은 얇지 않은 책 내내 이어지다가 .... 이야기 끝에 따라 오는 작가의 창작노트에서 정점을 찍는다. 지금은 오십대 후반의 작가가 회상하는 청소년기의 어떤 친구, 가녀리고 부잣집 딸에 자신과 달랐지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사람.... 시작부터 끝까지 엉성하고 폭력에 대한 ‘알고 보면 사정이 있다‘는 식의 시선이 무섭다. 스토커는 죽어도 폭력 스토커로 돌아온다니. 더해서 저작권 개념 없는 레서피 공유와 49일간 새로운 식재료 공급 없이 이루어지는 식당의 음식도 섬찟한데 200여편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쓴 작가의 내공이 이 정도다. 이 ‘청소년‘ 소설이 2018년 출간되었고 성인판도 있다는 게 진정한 공포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