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7부작. 

아홉살에 엄마를 사고로 잃고 고아원에 간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의지할 사람도 정을 붙일 물건도 없었다. 이미 아버지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고 삭막한 고아원, 썰렁한 건물 천장에 나만의 다른 '세상'이 그려지고 나서야 아이는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다. 혼자라도 이 '세상'을 버텨낼 수 있다. 체스의 세상이 열렸다. 다만...


약물과 알코올 중독과 승부욕에 더해서 주위 사람들의 비극이 (엘리자)베스를 붙잡고 있어서 7부작 내내 그녀의 성장과 승부를 두손을 쥐고, 안타깝게 (가끔 통쾌) 함께 지켜보았다. 베스의 두 어머니의 비극이 처절한 만큼 그녀의 승리가 아름답지만 불안하고 또 가식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무표정한 베스의 마음엔 얼마나 어두운 이야기들이 갇혀있는지.


나이 많은 아저씨가 소녀를 대할 때, 고아원에서 남자 간호사가 알약을 나눠줄 때, 입양한 가족의 양아버지가 차가운 눈빛을 던질 때, 엘리자베스에게 진 상대 남자 선수가 얼굴을 일그러 뜨릴 때, 예상되는 폭력적인 장면이 이어지지 않아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왜?!! 이런 학습된 공포가 찾아오는지 분하지만)  



체스 드라마 였지만 어쩔 수 없이 이세돌과 택이가 생각났다.  결말은 착하고 귀엽고 어쩐지 응팔같기도 했다. 체스 룰을 몰라도 충분히 경기 장면을 즐길 수 있다. 다만 .... 토마스 브로디생스터, '러브 액츄얼리'의 그 귀여운 꼬마가 키만 크고 수염이 난 애늙으니 모습의 이십대 후반으로 나와서 많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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