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로부터 30년쯤 시간이 흐른 뒤의 홍콩. 홍콩 사람들, 서양인들과 인도 이민 노동자들, 영어와 일어, 힌두어에 중국어의 여러 방언들이 뒤섞이고 폭력과 마약이 온갖 음식과 연기, 땀과 함께 범벅인 곳 충칭맨션 근처에 심야식당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라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화양연화 때 보다 5년쯤 더 젊은 양조위가 경찰 633호로 나온다. 함께 나오는 금성무는 사복 경찰로 범인을 쫒아 달리며 권총도 쏘다가 무서운 누나도 만나지만, 양조위는 경찰복을 입고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거나 밤 근무 중 커피와 (애인에게 건넬) 간식을 사는 조용한 경찰이다. 그리고 그 평온한 경찰복과 그의 눈빛은 어쩐지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그러니까 나 같은 관객의 마음에) 나름대로 강력한 무기다. 반면 근래 뉴스의 홍콩 경찰은 훨씬 과격하고 폭력적이다. 반환 삼년 전의 홍콩은 다시 화양연화였다. 


불법가택침입에 우렁각시, 제복 패티시즘이 넘치고, 인종 차별에 온갖 사랑 클리셰가 범벅인 이야기인데도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말한다. 94년, 5월이 나에게도 화양연화였기에.  


나무 하나는 목, 나무 둘은 림, 셋이면 삼. 


막내가 다시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듣고 나는 떡을, 아니 밥을 한다. 그러다 축 늘어져서 물을 뚝뚝 흘리는 행주와 눈을 마주쳤다. 이렇게 춥고 축축한 날이면 캘리포니아와 홍콩을 생각하게 된다. 중경, 충칭의 매운 음식도. 



이 두 홍콩 경찰은 21세기에 와서 2000년 전 이야기 '적벽대전'의 주유와 제갈공명으로 만난다. 촉한(중경) 쪽 인물은 금성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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