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빵도 있고 죽도 있어서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커피 대신 녹차를 우려 마시고 있다. 마루에 널어둔 아이 교복은 다 말랐다. 식탁 위에는 밤새 큰아이가 간식을 먹은 흔적이 남아있다. 책을 읽기전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스칼렛이 드디어 파티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레트 버틀러를 만났다. 그에 대한 나쁜 소문을 들었지만 어쩐지 그의 검은 눈동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스칼렛의 마음 속에선 애슐리에게 고백하고 야반도주 하려는 당찬 계획이 진행중이다. 인물들 묘사가 흥미롭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감추질 못한다. 그 관심사가 그 사람 자체가 되어 온몸에 드러나서 옷이나 표정처럼 감싸고 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맏딸은 집안을 건사하느라 자신을 가꾸질 못하고 부끄럼장이 미남은 여자들의 장난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속마음을 감추지 않는 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혈통'이다. 키우는 종마 처럼 그들은 '핏줄'에 집착한다. 친척끼리만 결혼하는 집안들에대해, 그들의 유럽 전통 가문에 대해 헐뜯으며 '좋은 혈통'을 받아서 대를 잇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곧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델러웨이 부인>은 천천히 읽고 있는데 그렇게 읽어야 맞는 책 같다. 단어는 쉽지만 쉼표가 많고 문장은 계속 이어진다. 조금씩 끊어 읽으며 쉬엄쉬엄 이 부인의 회상, 기억, 관찰과 추측을 함께 짚어가고 있다. 옛날 남자 피터를 떠올리다 그 '멍청한' 인도 여자들에 까지 생각이 가 닿는다. 시혜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우아하려고 애쓰는 부인. 꽃집 밖에 서 있던 그 차, 타고 있던 고관대작, 어쩌면 왕가 사람에 대한 생각과 길을 건너던 부부의 이력을 거쳐 어쩐지 고결한 기분에 꼿꼿하게 몸을 세우고 거리를 걸어내려간다. 이층버스 위에 아무렇게나 탄 '서민'들에 대해 까탈스런 시선을 던지고 먼 미래에 이 도시에 남을 것들에 대해서 상상하고 있다. 


시간이 금방 간다. 오늘은 점심 약속이 있는데 오랜만이라 외출에 겁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