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다가 연상작용으로 읽었다. 애슐리. 하지만 김성중 작가의 단편에서는 여성형 이름으로 쓰인다. 작가 이름도 어쩐지 의미를 더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이 남자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여자라고, 아니 남자는 아니라고 여기고 어머니께 상의한다. 어머니는 다정하게 그럴 수 있다고,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해주며 만약의 경우 '수술' 할 경비까지 마련해두었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어머니는 주인공이 십대일 때 돌아가신다. 성 정체성을, 혹은 자각을 이리 저리 방황하는 것과 동시에 지구에도 변동이 일어나 시간이 멈춰버린다. 그리고 인간들은 시간과 인생, 삶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이제 인간은 무한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AI나 기계가 인간보다 단명한 세상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서에 대해 계속 '퀘스쳐닝'한다. 그 퀘스쳐닝에 대한 언어에 대한 퀘스쳐닝도 함께. 그리고 지구는 다시 ...
김성중 작가의 전작, 역시 판타지와 sf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번 소설은 의외로 무겁고 자꾸 되짚어서 읽게된다. 성정체성을 정해서 파트너를 만난다, 로 줄여버리면 편편해지는 줄거리이지만 실은 주인공 에디 혹은 에슐리 (방점은 '혹은'에 찍혀있지 않을까)에게는 생존의 모든 문제이다. 그 고민의 깊이가 잘 와닿지가 않아서 아쉽다. 언뜻 천선란 작가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sf 소설에서 넓혀가는 것들 중에는 우리가 사는 곳, 시간, 종족, 물질성, 그리고 성 정체성도 포함된다는 생각이 든다. 단편 안에서 소화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있어서 좀 더 길게 풀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