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 단편선 표제작의 이 짧은 이야기는 영화 <토탈 리콜>로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 졌다. 잠재의식인지 욕망인지 계속 꿈 속에 나타나는 그 여인, 그리고 그 곳, 화성! 나는 화성에 가야만 한다네, 라고 평범한 회사원이 결심하고 목돈을 들여 기억을 생생하게 뇌에 담아주고 '진짜' 기념품도 준다는 '토탈 리콜'로 간다. 그리고 알아낸다. 꿈이 진짜고 지금의 자신은 만들어진 설정의 인물이라는 것을.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만나는 그 척박하지만 왠지 정감 넘치는 화성 풍경들이 생각난다. 그 모래폭풍, 미세먼지의 대기. 뮤턴트들의 의리. 그리고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를 되뇌이던 머리 큰 영웅. 


책에선 영화의 그 대단한 화성 '연대기'는 건너뛰고 이 문제의 남자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고심하는 '회사'에 집중한다. 실은 주인공에겐 화성의 '기억' 말고도 더 중요한 진짜 '판타지' 혹은 레종 데트르가 있었다. 이 근원적인 판타지, 어쩌면 맨 인 블랙! 


<토탈리콜 2012>는 지구/화성 대신 영연방? 영공화국?이 나오고 그 반대쪽 (문자 그대로 지구의 핵을 지나 반대쪽)의 콜로니, 식민지가 있다. 서양-동양의 대칭 요소는 다 보여주면서 위-아래로 설정했다. 콜로니엔 동양 문자와 언어, 문양과 건축적 특징을 다 섞어서 담아놨다. 한글과 우리말도 들리고 한자와 용 문신은 흔한 배경이다. 야매 분위기가 풍기는 토털리콜 서비스의 사장은 존조가 연기한다. 동양 얼굴이 많은 이 곳을 노동력 시장, 하층민, 그리고 기계로 대신 쓸어버릴 곳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토록 개념 없는 영화;;;; 


소설에서 나오는 상체 탈의 (FEMEN 아님!) 토탈리콜 안내 여직원 대신 영화버전에서 두 번 모두 기형 가슴을 가진 여성이 나온다. 가슴에의 집착에 불쾌한 기분이 든다. 또한 두 명의 중요 여자 캐릭터가 서로 구별이 되지 않는 헤어스타일과 얼굴 모양으로 싸우는데 그들의 싸움은 진영 싸움이라기보다는 남자 하나를 사이에 둔 캣파이트 정도로 축소되어 지루해졌다. 과거를 찾으러 주인공이 옛 집으로 (콜로니의 집과 대비되는 색과 습기) 찾아갈 땐 본 아이덴티티과 겹쳐 보일 정도로 영화 전체가 별 특징이 없다. 


필요할 때 단 시간에 비용과 노력을 줄이면서 생생한 경험(의 기억)을 산다, 는 설정이 흥미롭고 꽤 솔깃하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갑자기 무술 실력을 다운로드 하는 장면도 생각났고. 집안에서 VR로 세계여행을 하는 상상도 해봤....지만 진짜는 아니잖아. 그럼 뭐하겠어, 라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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