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garcons par Montherlant

 

오래 동안 붙잡고 있던 책이다. 장르도, 스타일도, 또 인물들도 예상을 벗어나는 뭐랄까, 묘한 소설. 제목이 말하는 대로 Les garçons(소년들)의 사춘기 시절의 감정, 그들 주변의 어른들과의 소통을 다루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얼핏 생각난다. (영화는 안봤지만, 친구들의 평에 따르면)

 

파리의 가톨릭 학교 파르크. 16살 우등생, 귀족 집안의 알방이 같은 학교 하급생 조르주 (가난한 평민 집안 아이) 를 아끼게 되고 그저 귀여워 하며 갖고 노는 대신 (그 학교 '전통'이라니;;;;)  '바르게 인도' 하려고 마음 먹는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는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님(신부님들)의 반감을 산다. 자기들의 '연애'는 바른 지도 활동이고 다른 관계들은 그저 즐거움을 좇는 하찮은 행동이냐고. 지들도 뽀뽀하고 다 했쟈나? 내로남불? 사실 알방은 가슴을 뜨겁게 채우는 조르주의 매력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알방을 바라보는 엄마 (얼마전 남편이 사망함)는 자꾸 곁을 떠나는 아들이 아쉬워서 어떡해서든 (일기장을 훔쳐보기까지 하면서) 아들의 마음에 다가서려고 한다. 한편, 학교에서 궁지에 몰리는 알방과 조르주 커플;;;; 도움을 청하려 했던 프리츠 신부는 도리어 알방에게 적대적이다. 왜냐. 실은 프리츠 신부가 조르주를 아끼기 때문에... 조르주에게 다른 사람의 영향을 (질투 아니라고 공들여서 말함)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쯤되면 아, 이건 BL 소설인건가, 싶은데...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매우 섬세하고, 엄마와 아들 알방의 기싸움이나, 알방과 프라츠 신부, 원장 신부 사이의 팽팽한 대화 장면들은 읽는 재미가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은 계속 어디로 가는지 종잡기 어렵다...가, 알방 엄마가 아프고 죽음을 맞이한다. 계속 엇갈리는듯한 아들과 엄마의 마음과 어설픈 표현들. 사랑에 집착하다가 놓아버리는 알방 엄마, 브리쿨 백작 부인. 20세기 초, 세계대전 직전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여러 계급 아이들을 함께 교육한 학교가 상징적이다) 돈과 명예를 공고히 하려는 결혼시장의 묘사. 열여섯의 알방과 열아홉의 알방, 그 큰 차이를 보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알방은 알방,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한켠에는 소년들을 사랑한, 하지만 선을 지킨 (이건 참 애매한 문제) 프리츠 신부가 그만의 신앙심 문제를 품고 있다. 그의 인생에서 사랑은 어떤 의미 였을까.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비판했듯이 저자 몽테를랑은 이 소설에서도 매우 빈약하고 단편적이며 무능한 여성을 보여주며 차별 발언도 아끼지 않는다. 알방의 엄마는 근시안적으로 이기적인 사랑에 매달렸고, 반면 훨씬 반사회적인 인물 프리츠 신부는 아이들을 '사랑'하며 그들 속에서 행복하게, 그리고 끝까지 승리하는 걸로 보인다. 그 옆을 지킨 폴란드 여인도 그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한다. 남자들 끼리만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인도하지. 쯧. ... 그런데...말입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을 다 읽고 덮자니, 마음이 뜨끈하면서, 아, 인생이란, 아, 사랑이란, 하면서 책 뒷표지를 쓰다듬게 되더란 말이지요. 아, 소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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