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외침'을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화자가 개였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착하고 순하게 꼬리를 흔드는 개가 아니라 채찍을 맞고 얼음 위를 지치며 야성을 품은 개.

 

잭 런던의 단편집에서 '삶의 법칙'을 골라 읽었다. 선거 휴일 아침, 인간의 복잡한 삶을 생각한다. 이게 다 뭐람. 어차피 살다 가는 인생. 북아메리카 원주민 코스쿠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차가운 날, 매서운 바람을 가죽을 뒤집어 쓰고 모닥불 앞에 앉아서 고스란히 맞고 있다. 아들과 손자 손녀들은 천막을 접고 짐을 꾸려 썰매에 동여맨다. 그리고 개들에게 채찍을 휘두른다. 아들이 온기어린 손을 코스쿠시의 머리에 얹으며 이별을 고한다. 그들 방식의 장례. 곁에는 손녀가 준비해준 장작더미. 마지막 잎새가 되는 장작더미와 함께 얼음 위에서 코스쿠시는 커다란 삶의 법칙을 따라야한다.

 

이젠 앞도 보이지 않는 눈은 이미 역사 속으로 앞서 가고, 어린시절 발자욱을 따라가며 보았던 늙은 사슴과 늑대떼의 사투를 기억에 펼쳐놓는다. 두어번 쓰러지고 반격하고 다시 내달린 사슴. 발굽으로 강하게 떨궈낸 늑대를 짓밟은 사슴. 사슴의 발 자국과 눈 위에 남은 자취 위에서 생생하게 떠올리는 삶의 의지. 눈 위에 번진 피. 생생한 기억만큼 지금 코스쿠시도 목숨줄을 붙잡고 한 번 더 싸울텐가. 싸우면 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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