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민속춤을 추는 여자. 다만 그녀의 얼굴은 섬의 원주민 보다는 본토 사람에 가까워서 섬사람들에게도 관광객들에게도 호기심 혹은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이름은 애슐리.
아무런 정보 없이 작가 이름으로만 주문하고 받아본 책은 얇고 작고 그림이 많다. 하루키의 버스데이걸, 생각 났고요. 이 책도 읽어가면서 장소가 어딜까, 외국어와 우리말의 자리바꿈을 의식하다보면 천명관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도 떠오릅니다.
본토와 섬 사이에 공식으로 존재하는 경제, 사회 구별과 차별.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 그 안전한 구별 혹은 가짜 전통을 흔드는 것 처럼 보이는 존재 애슐리,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런 저항도 혹은 변화도 꾀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 하루를 살아갈 뿐. 커다란 재앙으로 망가진 본토 그리고 그곳 사람들이 몰려오는 섬의 변화. 그 후의 추이는 평범한 영화를 한 편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문단으로 찬 페이지들 사이사이에 만나는 한예롤의 그림은 잠시 이 평이한 이야기를 애슐리의 이야기로 감싸안는다. 마지막, 애슐리의 행동이 진짜 소설의 시작이다. 그 소설은 평이하지 않고 아픈 곳을 헤집는다. 오늘도 섬은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