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는 번역 동화책 같이 보이지만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다. 네 가지 동화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마다 '걱정'이 특기고 버릇인 어린이들이 나온다. 


'등뒤에 고양이', 바로 표지의 여자 어린이는 통통한 몸과 둥근 얼굴을 갖고 태어났다. 여동생과 비교되는 외모에 자존감도 낮고 툭하면 주눅이 든다. 어느 날 '귀엽다' 라는 낯선 칭찬을 듣자 자기 뒤에 귀여운 고양이가 '유령같이' 따라 붙었다고 여기고 혼비백산.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서 어쩌면 그 칭찬은 자신을 향할지도 모른다고 결론 내린다. 느린 이야기 흐름에 (아이는 달음질 치는 중이지만)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여자 어린이들이 '외모 코르셋'이 얼마나 일찍, 또 강하게 작용하는지 생각하면 갑작스럽고 희미한 결말이 아쉽다. (옥의 티랄까, '진흙쿠키'를 먹는 아이들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아이티에 산다)


'두근두근 걱정대장'을 읽으니 전에 본 보험사 광고의 걱정인형이 생각났다. 그런데 이 걱정인형은 사람의 걱정을 대신 해주기는 커녕, 자기 걱정이 넘쳐서 도리어 사람을 정신없게 만든다. 소이는 걱정인형을 달래주고 따져보면서 평소의 걱정, 혹은 작은 포비아들을 조금씩 해결해버렸다. 이 이야기의 어른들은 '나아지라'고 계속 말하고 '해결법'을 보내며 소이의 걱정'병'을 치료하고 없애버릴 대상으로 취급하면서도 정작 아이의 괴로움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정도로 불안하다면 (동화책이지만 묘사되는 증상은 꽤 심각해보인다. 아이가 걱정에 치여서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게 해야하지 않을까. 아이가 혼자 자신을 치료하게 내버려 두기 때문에 소이가 (외국에서 선물 보내는 이모도 있지만) 많이 외로워 보인다. 


'소원을 들어주는 상자'는 흔하고 쉽고 착한 단편이다. 그래도 준영이의 속마음 '아니야, 아직 기회는 남았어' 하는 현실부정이 귀엽기만하다. 그런데 그 상자는 정말 소원을 들어주는 걸까. 아이고 그 상자 나 한번 갖고 싶네.


'포도나무가 될지도 몰라' 역시 기시감이 드는 동화다. 나도 어릴적에 씨앗을 삼켜서 뱃속에서 수박이 자랄까봐 겁이 났었다. 그뿐인가 속옷에 개미가 들어가서 알을 깐다는 괴담은 여자애들이 악몽을 꿀 정도였는데. 그정도로 고민을 해서 나미가 아픈걸까. 나미는 열이 펄펄 나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엄마는 '내가 잘못했어'라며 자책을 한다. 계산원으로 근무한다는 나미 엄마는 그날따라 퇴근이 늦었는데. 동화책의 엄마들은 바쁘고 (거의 다 마트의 계산원으로 근무하거나 분식집을 한다. 왜 동화책 엄마들의 직장은 이리 한정적일까) 지치고 계속 미안해야한다. 또 아이들은 방과후엔 이런 저런 학원에 다닌다. 학원과 게임을 빼면 어린이들의 일상을 묘사하기 힘든가보다. 


화요일 아침에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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