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봉, 이라는 적당히 촌스럽고 적당히 친근한 이름의 아저씨 선생님, 어느날 15년 전의 이름 모를 제자로 부터 도장 셋트 선물을 받는다. 하나는 칭찬, 하나는 울보 도장. (막내는 읽다가 '나쁜 어린이표'가 생각난다고 했고 나는 '지우개똥 쪼물이' 생각이 났다. 평가 시스템에 압박 받는 아이들) 평상시 학생들 이름도 특성도, 몇번 주의를 줬는지도 신경쓰지 않는 최 선생님은 옛제자로 부터 선물을 받아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아이들 관리를 해보려 하지만.... 아이들 반응은 영 변변치 않고 벌청소 당번은 늘상 두식이 (현식이와 형식이)와 공주리다. 특히 말없고 멍하니 있다가 벌받는 아이, 주리는 청소와 걸레 빨기가 선수급이다. 아이의 생활이 환하고 즐겁지 않겠지. 하지만 최 선생님은 아직 아이들 가정환경 파악은 커녕 아이들 이름도 못 외운다. 평소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에게도 관심도 없고 곁도 주지 않는 사람....이 전교에 유명세를 떨치게 되는데 바로 칭찬 도장, 엄지 척에 이름 석자 새겨진 도장의 빨간 흔적이 학교 곳곳에 나타나기 때문. 범인을 잡으려 애쓰는 선생님의 모습이 안타깝고 우습기도 하다가 두식이들과 학교 박기사 아저씨, 옆반 유 선생님, 그리고 주리의 사연이 하나씩 둘씩 펼쳐지고 서로를 눈맞춰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바뀐다. 아이들과 선생님들 사이는 조금씩 가까워 지고, 비밀의 옛 제자로부터 두 번째 편지가 온다. (삽화에 민형식, 이라 표시되는 오류가 있다)

 

모두가 사연과 상처를 품고 산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덤덤하게 옛 상처에 딱지가 앉은채로 커서 타성에 젖은 선생님들, 그들이 용기 내서 자신의 속 마음을 열고 아이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서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발견하고 어른의 아픈 사연을 아이들에게 털어놓는다는 게 많이 불안해보인다. 선생님들 만큼이나 사연 있고 힘들게 사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들 때문에 더 힘들었는데... 이제와서 어른이 이렇게 (적어도 최 선생님은 40대 후반이 지난 나이 일터) 열두살 정도의 아이에게 '원칙'보다는 '이해'와 '용서'를 강요하는 것이 바른 방법일까. 최기봉은 찾았지만 공주리는? 무표정과 멍한 눈빛의 주리가 수줍게라도 '고맙습니다'를 말할 때, 그 아이가 받는 상은 '청소상' 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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