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hallonin >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 - 만화 부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10주년 기념 일본의 미디어 예술 100선
일본의 문화청에서 지난 2006년 7월 13일에서 8월 31일까지 50일 동안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10주년을 기념하여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 애니, 만화 등 각 부문의 작품들 100선을 앙케이트 조사하여 집계한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만화 부문은 애니메이션에 이어 78980표가 집계됐군요.
1위는 의외랄 수도 있고 납득이 가기도 하는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 [슬램덩크]가 타게 됐습니다. 그에 이은 2위는 거의 국민 소년만화라고도 할 수 있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 3위는 어라, 이게 3위네.... 할 정도의 네임밸류를 갖춘 말이 필요 없는 만화 [드래곤볼]이 차지했습니다.
[드래곤볼]의 막강한 실적이나 대외영향력을 뒤엎고 [슬램덩크]가 1위 자리를 꿰찬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이번 순위가 보여주는 현재적 지향을 알려주는 바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외에 이어질 순위를 봐서도, 이번 순위는 골수 전문가 지향이나 객관적이면서도 거시적 시야로 나온 결과가 아닌, 대중적 영향력의 정도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테고 그것이 현재라는 시의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렇다고 뭐 [슬램덩크]가 1위를 차지했다는 게 불만이라는 건 아니고.... 에에이, 말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여기 드나드는 분들 중 [슬램덩크]를 안 본 분이 몇이나 있을진 모르겠지만 강백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이 결과에 대해 거부하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래곤볼]이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낯선' 만화에게 밀렸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지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저 지옥 같은 소년 점프에서 20년 넘게 연재가 되고 있는 괴물만화이기도 합니다. 현재도 7부가 연재되고 있으며 1부의 극장판 애니화 계획과 게임화가 결정되면서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마라톤맨]이라는, 작품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묘한 제목의 해적판으로 나왔었습니다만 현재 그것마저도 희귀상태고, 너무 분량이 많아서 어디서 정발해 줄 가능성은 없을 거 같으니 내용이 궁금하면 일본어를 배우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28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대부분이 1990년대에서 2000년에까지 연재가 되는 작품들이며 동시에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작품들이 잔뜩 있다는 점에서, 이 순위의 현재성을 다시금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인 [불새]가 무려 6위, [블랙잭]이 7위라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불새]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방대한 이야기 구조와 동서양을 아우르는 신화적 세계관, 그리고 데즈카 오사무의 전작품을 아우르는 총합적인 작품으로 명실공히 걸작의 칭호를 받고 있으며 현재 절판 상태로 우리나라 중고 사냥꾼들의 표적 1순위이기도 합니다.
팬덤의 열광적인 열기는 좀 식기도 했고, 이제 아라카와 히로무 자신의 신작도 병행하여 연재 개시되기도 하고, 시작은 너무 전형적인데다 밋밋해서 저로선 거의 억지로 보는 수준이었던 [강철의 연금술사]가 4위를 떡하니 차지한 것은 팬덤의 현재적 힘과 만화 자체의 퀄리티가 작용한 결과라고 봅니다. 이젠 패턴이 눈에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강철의 연금술사]는 권마다 즐거운 경험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의외이자 순위의 현재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충사]의 9위 선점. 오토모 가츠히로의 실사영화, 극장판 제작 등등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아키라], [몬스터], [유유백서] 등의 작품들을 누르고 이 정도의 저력을 보여줄 줄은 몰랐습니다. 의외로 상당히 인기가 있는 거였군요 이 작품....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순위의 극단적인 현재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헬싱]의 22위 차지라고나 할까요.... 어째서! 왜! 마침 어제 8권을 봤습니다만, 이 겉멋만 잔뜩 든 만화의 성공은 작가나 소비독자 사이에 공명하는 사춘기적 감수성의 발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굳게 만들어주더군요.... [바나나피쉬]의 26위 차지와 더불어 당최 이해가 안되는 결과입니다만, 신의 손은 인간의 개인적 감수성 따윈 쉽게 무시해버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1년 반이 넘어서야 거의 이야기가 진행이 안된 단행본 한 권을 달랑 내놓으면서도 굶지 않고 살아가는 작가 히라노 코우타의 재정능력엔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페이트] 동인지로 먹고 사나-_-
24위에 오른 히구치 아사의 [크게 휘두르며].... 야구에서의 배터리 간에 벌어지는 끈적한 아가페 러브를 그린 이 작품은 홍조를 너무 남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좀 의외. 아니, 이게 그렇게 인기가 좋았어? 문득 [애프터눈]에 연재된 작품들이 묘하게 강세를 띄는 순위라는 걸 느끼게 만드는군요.
후지TV의 사활을 건 드라마로 제작되는 [노다메 칸타빌레]가 14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순정만화가 기근인 순위에서 순정만화라는 타이틀을 달고선 최고 순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2006년 7월 현재 일본내 판매부수 1100만부 기록, 가끔씩 작가 후기에서 헐렁한 모습으로 등장하곤 했던 작가의 남편 직업이 마누라 셔터맨이 아닌지 하는 의심을 더욱 굳혀주게 만들 정도로 대박을 치고 있습니다. 주연인 노다메역은 작가가 직접 이 배우가 아니면 안된다고 지명했다는.... 우에노 주리!
우에노 주리!
죄송합니다. 그냥 사진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그뿐입니다.
그라비아 비키니 사진을 올리고 싶었으나 데뷔초기의 촌스러움이 물씬 풍겨 농촌 아낙에게 억지로 비키니 채운 느낌이 드는 것보다 이게 더 예뻐서 포기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하 50위까지의 순위입니다. 역시나 알아보기 쉬운 작품들만 골라서 올라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군요.
다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으론 유일하게 [시끌별 녀석들]이 '고작' 31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어째서! 왜! 아, 이건 노골적인 불만입니다. 역시 요즘 세대란.... 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게 [개귀신]은 아예 순위에 끼지도 못했군요....
그렇게 따지면 아다치 미츠루는 33위에 오른 [터치]가 유일하고.... 그러고보니 전반적으로 쇼가쿠간의 작품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군요. 순위 1~3위를 먹은 슈에이샤의 작품이 압도적. 그외에 작품성으로 납득할 법한 [기생수], [아키라] 같은 고단샤의 작품들이 듬성듬성.
아무튼 [메존일각] 재발간합시다.
40위에 오른 [여기는 잘 나가는 파출소]입니다. [고르고13]을 이어 최장수 연재만화로 유명하며 얼마 전에 드디어 연재 30주년을 돌파했죠. 30주년 기념작품집에는 도리야마 아키라, 아라카와 히로무, 후지시마 코스케, 오바타 다케시 등등의 걸물들이 참여해서 아예 파출소 동인지를 만들어놨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그 방대한 분량 때문에 중간서부터 발간을 시작했다가 인기가 없어 중간에서 뚝 잘라먹고 발간 중단.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가상 세일즈 케이스로 받아들여도 될 결과를 가지고 있죠. 정작 일본에선 [블리치], [은혼]을 제치고 인기투표 4위를 먹기도 하는 등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긴, 인기가 없었으면 점프 편집부 성격에 가만 놔두지 않았겠죠.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단행본으로 출간이 시작된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가 달랑 단행본 3권이라는 연재분량에도 불구하고 42위에 이름을 올려놨습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론 지금의 나오키 작품에서 꽤 진하게 매너리티를 느끼고 있습니다만.... 19위에 [몬스터], 29위에 [마스터키튼], 36위에 [20세기 소년]이라는, 50위 권 내에 자신의 작품 네 개를 올려놓는 저력은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의 영향력이란 걸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메이드만화의 대표로선 [엠마]가 올라와 있습니다. 과연.... 정통성을 인정한다는 것인가. 한때의 트렌드에 대한 보다 진지해진 고찰이 이렇게 성과를 얻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죠.
자유기입란의 순위입니다. 리스트에는 없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작품란에서 집계해서 골라진 순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위는 바로 [허니와 클로버]! 축하합니다!
정작 안 봐서 모르겠지만-_- 주변에선 꽤 반응들이 좋은데 손은 안 가더군요....
2위에 오른 [아리아]도 좀 의외. 치유만화라고 하지만 별로 치유받고 싶어하지 않는 저의 썩은 감수성 때문에 아직 접하고 있지 못한 작품이긴 하나, 이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모르는 거 참 많아요....
[메존일각] 재발간합시다. 우선 [도레미하우스]라는 저 우스꽝스런 제목부터 좀 손질하고.... 무려 5위!
그리고 마지막 10위는 [창천항로]에게 돌아갔습니다. 연재가 종료된지 얼마 안 됐다는 메리트도 작용한 걸까요. 사실 만화의 퀄리티란 면으로 보면 10위라는 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 많고 많은 만화들 중 50개만 골라낸다는 점에서 이미 신의 손 리스크는 따르게 되는 거겠지요. 왕흔태라는 작가에게 있어서 36권이라는 이 길고 길었던 대장정이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도 궁금해지는 바입니다. 또한 전 60개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정치적이고 논쟁적일 이 작품이 마지막에 끼어 있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기도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