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열린책들 세계문학 13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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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슨, 하면 딱 두 권이 떠오른다.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스티븐슨은 서른한 살 때 <보물섬>을 발표하기 전까지 영국 가정의 연 평균 소득의 반 정도도 벌어오지 못하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가장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매사에 주눅이 들어 <바다의 요리사, 또는 보물섬>을 청소년 잡지에 투고하고, 일 년 후에 단행본으로 내고서도 자기가 쓴 허튼 소설이 대박을 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가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윌리엄 글래드스턴이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느라고 잠을 못 잤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범국가적 난리가 나서, 저자 스티븐슨이 깜짝 놀라 까무러쳐 이틀 후에 깨어났다는 농담이 전해지기도 한다. 이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지에 갑자기 해적 관련 소설이 들불처럼 번져 1885년에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솔로몬 왕의 보물>이 등장하기도 한단다. 내가 읽어본 또 다른 해적 소설은 이탈리아 사람 에밀리오 살가리의 1900년 작품 <산도칸 - 몸프라쳄의 호랑이들>로, 움베르토 에코의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서 주인공 소년 얌보가 열광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소년시절에 <보물섬>을 읽었던 거 같다. 집안 폭삭 망해 책장사 하는 친구가 정여사에게 맡겨버린 어린이 세계명작전집 가운데 포함되어 있었을까, 아니면 그거 말고 동네 어두컴컴한 만화가게에서 열다섯 권으로 된 만화로 읽었을까는 기억나지 않는다. 활자로 읽은 기억이 있는 거 보니까 전집 속에 들어있지 않았나 싶다. 전에 에코가 책 속에서 자주 언급하는 <산도칸>을 읽어보니, 해적 소설이 도무지 봐줄 만하지 않았음에도 다시 같은 장르인 <보물섬>을 무려 새 책으로 사서 읽은 것도 이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뭐 인생이니까. 어느 책에서 스티븐슨의 <보물섬>을 상찬했던 듯싶다.
  <보물섬>, 정말 재미있다. 나는 당연히 그릇이 영국 수상 정도는 아니라서 새벽 두 시까지 <보물섬>을 파지는 못했어도, 와, 정말 한 번 손에 들고 첫 장을 넘기기만 하면, 배가 고프거나 화려한 안주가 있어 술을 부르지 않는 한, 책을 내려놓기 힘들다. 나는 읽기만 하면 저절로 스토리가 떠오를 줄 알았다. 소년시절에 읽은 게 기억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살면서 숱하게 본 만화, 영화, 만화영화, 인용문 등을 통해서 말 그대로 저절로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눈앞에 훤하게 그려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착각. 아예 처음부터 처음 듣는 이야기 같았다. 그 이야기를 해보자.
  17xx년, ‘벤보우 제독 여관’에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의 늙은 뱃사람이 장기 투숙을 하는 것으로 <보물섬>은 시작한다. 빌리 본즈. 개암색 피부에 타르를 발라 땋은 머리, 낡은 파란 외투, 짙은 칼자국이 뺨을 장식한 남자가 선원용 궤짝을 끌고 들어와 금화 서너 닢을 화자인 나 짐 호킨스의 아버지이자 여관 주인의 프론트에 던져준 험상궂은 늙은이는 아직 소년인 내게 외다리 뱃사람이 오는지 살펴보라는 심부름을 시키고 대가로 매달 첫 날 4페니 은화를 한 개씩 주고는 했다. 분명히 매달이라고 했으니 적어도 ‘선장’이라 불리는 이 무법의 선장은 반년이 넘게 여관에 머물렀다고 봐야겠다.
  그러던 어느 날, 검둥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두 손가락이 잘린 전직 해적이 선장을 만나러 왔다가 오른쪽 어깨에 칼을 맞고 도망하고, 이어서 무시무시한 완력을 지닌 장님 선원이 또 선장을 찾아와 검은 딱지를 전해주고 간다. 검은 딱지란 해적들 사이에서 용인되어 왔던 딱지를 받는 사람의 지위를 정지하겠다는 표시란다. 이 때는 선장이 날이면 날마다 하도 술을 퍼마셔 거의 죽을똥말똥 할 시기여서 급격하게 흥분한 선장은 해적 잔당들과 싸움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그만 급성 뇌일혈로 숟가락 놔버린다. 며칠 전 부친상을 당한 짐과 갓 과부가 된 어머니는 드디어 선장의 궤짝을 열어 당연히 자신들이 받아야 할 액수만큼의 돈을 취하고자 한다. 궤짝 속에는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과 각 나라의 금화들이 많이 섞여 있는데, 어머니가 오직 영국의 금화만을 원해 그것을 고르는 사이에 옛 해적들이 들이닥쳐 별로 챙기지도 못하고 도망을 해야 해, 짐은 별 생각 없이 대신 기름먹인 천, 유포로 싼 뭉치 하나를 들고 여관집을 빠져나간다.
  짐 호킨스네 가족이 평소에 존경하며 의지했던 인물이 있었다. 정식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현명한 의사이자 지역의 용감한 치안판사인 리브지 선생. 금화 몇 닢과 유포 뭉치를 들고 그를 찾아가니 대지주 트롤리니 씨와 함께 있다. 그들 앞에서 유포 뭉치를 펴보니까, 에그머니, 그게 바로 보물섬의 지도, 어디에 금화와 금괴가 묻혀 있고, 어디에 은괴가, 또 어디에 무기와 화약을 숨겨놓았노라, 라고 x자로 표시를 해놓은 거였다. 대지주는 보물섬의 지도를 그린 해적 플린트를 잘 알고 있었다. 해적은 무슨, 스티븐슨이 소설은 이렇게 썼어도 당시에 국가에서 허락하고 세금을 뜯어간 사략선 쯤 되겠지. 하여튼 플린트라는 해적 선장의 용맹함과 사나움, 거친 언동 같은 걸 자세히 알고 있는지라, 이 지도가 사실일 것이라고 보자마자 믿어버린다. 그리하여 앉은 자리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보물을 찾아 떠나기로, 대지주, 의사, 소년 짐 호킨스가 합의를 하게 되는데, 그냥 가서 보물 찾아오면 재미가 없으니 사건을 만들기로 작정한 작가 스티븐슨이 절묘한 한 가지 장치를 마련한다. 바로 대지주 트롤리니 씨의 입이 가볍다, 가볍다를 넘어서 주둥이가 싸다, 하는 점.
  대지주는 당장 브리스톨로 가서 브랜들리 씨의 중개로 잘 빠진 2백 톤 급 범선 히스파니올라 호를 구입하고, 술집 <망원경>의 주인인 키다리 존 실버를 요리사로 고용한다. 이 존 실버로 말할 거 같으면 키다리라니까 당연히 키가 크고, 건장한데다, 희고 평범한 얼굴엔 총명한 기운이 반짝이지만, 왼쪽 다리가 엉덩이 바로 아래에서 절단된 외다리였다. 사람 좋은 요리사 실버를 통해 항해사와 갑판장 등 여러 명의 선원을 배에 태우고, 대지주가 서면으로 고용한 스몰렛 선장과 함께 드디어 항해를 떠나기에 이르는데, 브리스톨에서 대지주는 자기가 금화와 금괴를 찾으러 보물섬에 간다고 얼마나 떠들고 다녔는지, 닻을 올리기도 전에 모든 선원들이 그걸 알고 있었던 거였다. 저 바닷가 외진 여관까지 좇아왔던 해적 무리들이 가만히 있었겠어? 이렇게 시작부터 선상폭동과 배반과 배신과 싸움과 폭력을 깔고 스티븐슨은 보물섬을 향해 쌍돛을 펴드니 앞으로 남은 것을 한 마디로 하면 그야말로 우여곡절. 그건 안 알려드림.
  그런데 문제는, 나이 들어 읽을 기회가 되어 이게 문제인지 알지, 소년시절에는 결코 몰랐을 문제점은, 작품이 기본적으로 ‘식민주의’ 또는 ‘제국주의’ 소설이라는 것. 총과 대포를 극적으로 발전시킨 유럽은 대항해시대를 본격적으로 펼치고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아시아로 향한다. 이때 국가적으로도 함부로 없애지 못하는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사략선 집단. 이건 영국이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다 마찬가지였다. 그래 해적들은 지중해와 카리브해, 인도양 등에서 해적질을 해가며 이에 상응하는 재화를 국가와 왕실에 세금이란 명목으로 상납을 해 국부에 결코 작지 않은 공헌을 한다. 이들과 군대에 의한 노략질은 기본적으로 제3세계에서 약탈을 해 온 물품이었음은 말 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카리브 해를 배경으로 하는 <보물섬>이나 말레이 반도의 해적 이야기인 <산도칸>이나 기본은 다 똑같다. 이제 식민 또는 제국주의 시대가 끝나고도 오래 지났지만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의 국민으로 <보물섬>을 읽는 기분이 상쾌하지는 않지만, 그걸 염두에 두기에는 <보물섬>이 너무 재미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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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3-01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저의 어린 시절 페이버릿 작품 중 하나! 정말 재밌죠? 어른의 눈으로도 재미나다니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Falstaff 2021-03-01 15:38   좋아요 0 | URL
옙. 진짜 재미납니다.
손에 들지 말아야지, 한 번 들었다 하면 도무지 놓을 수가 없어요!

2021-03-01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1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3-01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물섬을 어릴 적에 무슨 전집에서 읽고 티비에서 보여준 만화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안나네요. 이렇게 재미있다니 저도 도전해봐야겠어요. 일전에 잠자냥 님이 왕자와 거지도 언급하셔서 그것도 사뒀는데 허허 이것참 큰일이네요? 🙄

Falstaff 2021-03-01 15:43   좋아요 2 | URL
큰일은요 뭘. 보물섬이 명작이란 말은 아니고요, 킬링 타임 비슷하게 재미로만 읽으시면 대빵입니다. 왕자와 거지는 안 읽어봤는데 암만해도 잠자냥 님 낚시 같아요. 5월 쯤에 올리버 트위스트 읽고 그거 재미나면 왕자와 거지 미끼를 함 물어보려 합니다.

얄라알라 2021-03-0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로빈슨 크루소,‘ ‘80일~‘ ‘소공녀....‘ 어렸을 때 넋놓고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읽고 했던 책들도 식민주의.. 그렇네요. 보물섬은 만화로 봤을 때, 주인공이 너무 멋지게 그려졌는데 소설로 읽으면 삽화마다 편차가 커서 그냥 멋진 왕자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었던 적도 있어요

Falstaff 2021-03-01 15:50   좋아요 0 | URL
아, 보물섬은 벌써 읽어보셨군요! 전형적인 선인과 악인이 등장하지만 존 실버는 매력적인 캘릭터였습니다. 악당은 악당인데 하여튼 읽어봐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인물.
제국주의적 성향 운운은 좀 미뤄야 하겠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고 유감이지만 또 그걸 까탈잡을 만하지도 않으니까요.

hnine 2021-03-0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물섬>이라는 어린이 잡지도 있었어요. 위의 책과 전혀 상관없는 어린이 월간 만화 잡지였지요 ^^
인생의 분기별로 읽어야 하는 책이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때 읽었어도 어른이 되어, 그것도 청년기, 중년기, 장년기에 따라 달리 읽힐 수 있는 책들이요.

Falstaff 2021-03-01 15:54   좋아요 0 | URL
옙. 보물섬이란 잡지, 기억납니다. 저는 소년중앙 창간호 세대라서 보물섬을 사 읽지는 못했지만 조카들은 확실히 읽었습니다.
좋은 어린이용 책은 심지어 아주 나중에 읽어도 재미 있더군요. 전 몽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 같은 알렉상드르 뒤마 작품을 어금니 빠지고 읽었는데 정말 재미나더군요.
헤세는 10대 후반이 적령기 같았습니다. ㅎㅎㅎ

coolcat329 2021-03-0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닌 줄 알면서도 <보물섬> 은 어린이 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어른인 제가 읽기엔 유치할거라 생각했는데 ‘대빵‘ 재밌다니 적어둡니다~~

Falstaff 2021-03-01 17:0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얩, 서두르실 필요는 없.....지않나 싶어요. ^^
 
분신 열린책들 세계문학 11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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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제야 <분신>을 읽었을까. 만시지탄! 완전히 내 스타일의 책. 언필칭 대박. 그동안 이 책을 미룬 이유는 제목을 한글로만 써놓아서였을 확률이 높다. 난 여태 이 책이 스스로 불에 타 죽는 분신焚身 행위를 말하는 줄 알았다. 도스토옙스키, 하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범죄 아닌가. 당연히 야만적인 살인이나 자살의 장면을 연상했는데, 헛다리짚었다. 분신分身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으로, 데뷔작으로 큰 성가를 누렸던 도스토옙스키에게 처음으로 혹독한 비평을 감수하게 했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 전문가인 석영중도 해설에서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문체 감각이나 구성 및 인물 묘사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단점들을 고루고루 갖추고” 있으며, “놀랄 만큼 지루한 전개 방식, 단조로운 인물 구조, 다듬어지지 않은 문체, 반복적인 서술 등이 이 소설을 처음 읽으면서 상식적인 독자들이 보편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특징일 것이다.”라고 했다.
  석영중의 설명이 이 작품을 발표한 1846년의 독자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자신의 번역본이 출간된 2000년의 독자 입장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전개 방식이 지루하기는커녕 매우 흥미로워 어떤 장면이 이어질지 궁금해 했으며, 심지어 읽는 내내 집중했다. 문체나 반복적인 서술에 대해서도 석영중의 우리말 번역이 효율적으로 단점을 가려주었는지 별로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거장의 초기 작품이니 나중에 이이가 보여줄 거대한, 넘사벽의 산맥과 직접 비교하면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야꼬프 뻬뜨로비치 골랴드낀. 뻬쩨르부르끄 셰스찌라보츠나야 거리의 크고 웅장한 건물 4층에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흐리멍덩한 눈과 벗겨진 머리통. 볼품없는 꼬락서니의 남자, 라고 초장에 도스토옙스키는 콱 박아버리고 출발한다. 그러면 도스토옙스키 좀 읽은 독자들은 단박에 알아차린다. 골랴드낀 씨가 품성이 선량한 오늘의 주인공임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에 멀쑥하게 잘 생기고 여자들에게 인기 좀 끌겠다 싶은 남자는 언제나, 아니, 거의 언제나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 악당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9등 문관 골랴드낀 씨가 저리 볼품없는 꼬락서니를 하고 작품의 앞줄에 나서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이이가 주인공이다. 꽤 오래 전에 석영중이 말했다. 이런 경향은 도스토옙스키 자신이 못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던 반작용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아, 밝히지 말고 계속 잘난 척하는 데 써먹어야 했다!)
  작품은 섬망증 증세가 점점 심해지는 골랴드낀의 나흘이다. 이것도 역시 도스토옙스키의 트레이드 마크. 나는 ‘섬망증’이란 단어 자체를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그의 위대한 작품들치고 시도 때도 없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초조해 하는 섬망증 환자, 양보해서 가벼운 수준의 조현병 환자가 등장하지 않는 게 없다. 게다가 말 그대로 분신other-self는 이후 그의 작품에 숱하게 등장한다고 한다. 나는 그저 딱 떠오른 것이 라스콜니코프와 스비드가일로프만을 연상했다. 석선생은 <백치>에서 미쉬낀과 로고진, <악령>의 스따브로긴과 베르호벤스끼까지 언급한다.
  그러면 우리의 주인공 골랴드낀을 보자.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크고 웅장한 건물 4층에 자기 집이 있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9등 문관이란 공직에서 근무하며, 자기 눈엔 별로 처지지 않는 외모에, 지갑엔 9급 문관치고 엄청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는 7백5십 루블이 들었으니, 이 정도면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 가끔 극장에 가서 연극과 오페라를 즐기고, 낮에는 근무하고 저녁때는 대부분 집에 머무른다. 아무 문제가 없는 생활인. 내 갈 길을 가는 사람일 뿐이고, 누구에게도 종속되어 있지 않으며, 나는 내게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상류사회의 소음보다 고요함을 좋아하고 약삭빠른 처세술을 배우지 못했다. 비록 외관상 드러나는 광채가 없지만 남몰래 무슨 일을 꾸미는 일 같은 것도 없고, 꾀부리는 일 없이 툭 터놓고 행동하는 편이다. 절대 모사꾼이 될 수 없는 선한 남자.
  이이가 하루 동안 마차를 전세 냈다. 오늘은 올수피 이바노비치 베렌제예프의 고명딸 끌라라 올수피예브나의 생일잔치가 있는 날이다. 골랴드낀은 외과와 내과 의사를 겸하는 끄레스찌얀 이바노비치 루쩬쉬삐쯔에게 들러, 언제나 밝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즐거운 일에 몰두하며, 친구나 아는 사람들 방문도 자주 하는 건 물론 술도 가끔 마시라는 처방을 받은 다음, 성대한 파티가 벌어지는 저택으로 향한다. 그러나 입구에서 시종장 예멜리얀 게라시모비치에 의하여 저지를 받고, 베렌제예프 각하가 직접 파티에 그를 들이지 말라고 명령했다며 발길을 돌리게 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래 일단 다시 돌아와 초라한 선술집에서 저녁을 주문하긴 했는데, 다음 순간 그가 있는 곳은 저택의 창고. 파티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그러다 결국 무도회가 벌어지는 홀에 들어가 끌라라 올스피예브나에게 춤을 청하는데 까지는 성공하지만 순간 발이 걸려 뒤로 넘어지고 끌라라가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망신만 톡톡히 당하고 다시 쫓겨나게 된다. 이게 첫날.
  두 번째 날엔 사무실 자기 맞은편에 새로운 책상이 놓여지고, 새로운 9등 문관이 배치되어 자신의 업무와 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통보를 받는다. 근데 이 새 문관의 이름이 우연하게도 골랴드낀. 이 신참내기는 생긴 것도 마치 선임 골랴드낀의 도플갱어인 것처럼 거의 똑같이 생긴데다가, 이름 또한 야꼬프 뻬뜨로비치로 같으니 우리의 주인공은 미칠 지경이다. 독자는 안다. 신참 골랴드낀이 주인공 골랴드낀의 분신임을.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죽은 세묜 이바노비치의 후임으로 사무실에 들어온 신참 골랴드낀은 상사에게 능수능란하게 자리를 부탁했고, 계속 요구를 해 결국은 세묜 이바노비치의 후임으로 정해지게 되는 성취를 이룬 작자다. 심지어 고위 인사의 추천장까지 가져왔으며, 주인공이 적으로 생각하는 안드레이 필립뽀비치와 웃으며 환담하는 모양을 보고 있으려니 혹시 악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밉상이다.
  그러나 업무가 끝난 다음에 신참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게 됐고, 그러자 하인인 뻬뜨로쉬까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태도로 신참을 맞이하였으며, 신기하게도, 그리도 능수능란하던 신참이 갑자기 당황하고 겁을 내, 지금까지 멸시와 시달림을 당하고 공포에 떨며 지낸 사람처럼 보였던 거다. 그래 주인공은 신참과 허물없이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연거푸 독한 펀치를 들이켜며 자신의 모든 약점을 발설하게 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건, 강적 안드레이 필립뽀비치와의 악연과 어제 쫓겨난 파티의 주인공 끌라라 올스피예브나에 관한 것이었고, 둘이 적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계략을 세우자고 약속한다.
  셋째 날 느지막하게 일어나니 신참 골랴드낀은 벌써 나갔다. 나가긴 나갔는데 사무실에서 벌써 주인공 골랴드낀이 자기한테 말한 내용을 다 퍼뜨려 우리의 주인공은 더욱 더 진퇴양난의 골짜기로 몰려있게 된다. 신참 골랴드낀은 주인공 골랴드낀이 가지고 있지 못한 모사, 이간, 편법, 요구 등의 악덕을 충분한 것보다 더 충분하게 가지고 있는 인간이었던 것을 우리의 주인공은 몰랐다.
  사실 진짜 골랴드낀은 주인공과 신참을 합친 인격인지 모른다. 세상에 주인공 골랴드낀 같이 선한, 혹은 적어도 악한 기질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가 가지고 있지만 될 수 있는 한 밖으로 보여주지 않는 기질만 가진 것이 신참 골랴드낀이겠지. 그리하여 신참 골랴드낀을 도스토옙스키는 분신이라고 칭한 것. 나는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책방 독자평을 읽어보면 나하고 궁합, 즉 스타일이 맞는 작품이라서 그랬지 않나 싶다. 그래서 추천하지는 못하겠지만, 당신의 독후감은 읽어보고 싶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 나도 모르겠다. 이 말을 내가 했는지, 내 분신이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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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2-26 09: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사람들>울먹이며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분신은 또 다른 느낌일듯해요. 도선생님 외모가 준수하다고 생각했던1인!
읽고싶던 사람도 더 빨리 읽고싶게 하는 리뷰네용ㅋㅋ👍

Falstaff 2021-02-26 09:35   좋아요 3 | URL
어, 이 책이 독자 평점은 별로지만, 아유, 전 대박이었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2-26 09: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폴스타프 님이 <분신>을 여태 안 읽으셨다는 게 놀라워요. ㅎㅎ 전 이 작품으로 도 선생 세계에 본격 진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Falstaff 2021-02-26 09:35   좋아요 5 | URL
글쎄 자기 몸 태워 죽는 이야긴줄 알았다니까요. 분신자살하는.... 흑흑흑....

coolcat329 2021-02-26 0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기 몸에 불붙이는 그건 줄 알았는데 아니였군요. 석영중은 놀랄만큼 지루한 전개라 하고 폴스타프님은 전개방식이 흥미로워 다음 장면 궁금하시니...저는 어느 쪽일지 궁금하네요~1권짜리라 다행입니다. 😅

Falstaff 2021-02-26 09:45   좋아요 4 | URL
ㅋㅋㅋ 읽어보셔요. 게다가 짧기까지 합니다. 석영중은 심지어 단편이라고 평해놓았어요. 하긴 도스토옙스키 기준으로 보면 단편일 수도 있긴 하겠네요. ㅋㅋㅋ

잠자냥 2021-02-26 09:46   좋아요 3 | URL
아니에요. 이거 절대 지루하지 않아요. 전 폴스타프 님 쪽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도 선생 작품 중 드물게(?) 1권인 데다가 그것도 꽤 얇은 편이니까 한번 도전해보세요.

coolcat329 2021-02-26 21:54   좋아요 3 | URL
네~~두 분 밑고 꼭 읽어보겠습니다. 한 권이니 참 좋네요~^^

새파랑 2021-02-26 0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금 악령 읽고 있는데 ˝완전한 내 스타일˝이라고 하시니 다음번엔 이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Falstaff 2021-02-26 09:48   좋아요 4 | URL
와... 악령, 정말 대박아녜요?
그건 읽으면서도 내가 지금 대박 치고 있는 거야, 알 정도였는데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1-02-26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작 상권밖에 안읽지만..대박 맞는거 같아요 ㅋ 악령 상권, 중권, 하권인데 모르고 하권을 사버려서 중권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ㅜㅜ

Falstaff 2021-02-26 10:05   좋아요 4 | URL
ㅋㅋㅋ 인생이 다 그렇지요 뭐.

로쟈 2021-02-26 1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편이 아니고 러시아 장르구분으로는 중편입니다.

Falstaff 2021-02-26 10:35   좋아요 3 | URL
헉, 그분께서.... 직접.....
(긴장, 긴장)
뭐 도스토옙스키한테 중편, 단편 구분이 필요하겠습니까만, 평론가들이 중편이라면 중편이겠지요.
댓글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기도 하고요!!

붕붕툐툐 2021-02-27 00:08   좋아요 0 | URL
대박!!! 찐 전문가 등장!!! 폴스타프님 계타심~^^

비연 2021-02-26 1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분신>을 얼핏 보고 <붕신>으로 읽고는, 책제목 중에 그런 게 있어? 하며 놀라서 들어왔나이다. 정말... 챙피합니다.. 생각한대로 보이는 것일까요. ㅜㅜㅜㅜㅜㅜ
이 책도 보관함 푱. 도스토예프스키는... 두말하면 잔소리인 작가이고 <악령>은 최애 작품. Falstaff님이 가끔 올려주시는 도스트예프스키 책 얘기 좋아요!

Falstaff 2021-02-26 10:44   좋아요 3 | URL
유쾌하신 비연님. 저번에 제가 페이퍼 쓰기도 했잖습니까.
천안시장 애인가족 지원센터. ㅋㅋㅋㅋ 잘못 읽을 수도 있지요 ㅎㅎㅎ
<악령> 정말 재미나요!

2021-02-26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2-27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 대박 책을 안 읽은 제가 부러우시겠어요~ 훗~ 나에겐 아직 읽을 도선생 책이 많다! 하하하하하하하~~(미친걸까요?😝)

Falstaff 2021-02-27 09:0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미치기는요! 차근차근 읽으셔요!!
 
누만시아.사기꾼 페드로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13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선욱 옮김 / 책세상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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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반테스의 초기와 후기 희곡 하나씩을 담고 있는 책. 그러니까 19세기, 18세기도 아니고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에 쓰인 작품. <누만시아>는 초기 비극이고 <사기꾼 페드로>는 후기 희극이다. <사기꾼 페드로>는 세르반테스 이후에도 몇 작품을 통해 당시의 유사한 희극 분위기를 겪었던바 그리 새로울 것이 없어, 독후감은 <누만시아>에 한해서 쓰겠다. 사실 그렇다. 고전 희극엔 당연히 타협하지 못할 악당이 존재하고, 꾀 많은 선한 주인공이 등장해 악당을 골탕 먹여 개과천선하게 한다든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 아니겠는가. 이 정도로만 이야기하자.
  로마를 열었던 영웅 가운데 한 명인 아이네이스가 아버지 안키세스를 업은 채 트로이의 패잔병들을 배에 태워 지중해를 떠돌 당시, 카르타고에 도착해 여왕 디도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신의 계시를 좇아 다시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향할 때, 디도 여왕은 자신의 후손이 이탈리아 땅에 큰 환란을 가져오리라, 유언하며 스스로 불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고 만다. 정말로 몇 백 년 후 지중해의 강자 카르타고와 로마의 전쟁이 시작되고, 1차전 로마 승리에 이은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의 용사 한니발이 이베리아 땅을 거쳐 코끼리를 끌고 피레네와 알프스를 넘어 로마 전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스키피오의 양 할아버지다. 그래 이이가 대 스키피오, 작품의 주인공은 소 스키피오. 대 스키피오가 이끄는 로마가 2차 포에니 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둔다. 카르타고는 로마에 막대한 전쟁배상금은 물론이고 로마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어떠한 전쟁도 일으킬 수 없는 처지에 빠지는데, 이때의 카르타고를 그린 작품이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쓴 <살람보>다
  카르타고, 라면 한니발에 하도 뜨거운 맛을 봐서, 자다가도 소스라쳐 벌떡 깨고는 하던 로마. 이제 3차 포에니 전쟁을 일으켜 카르타고를 완전한 잿더미로 만들고 백성들은 모두 도륙을 하든지 노예로 만들어버리는데, 이 3차 포에니 전쟁의 영웅이 바로 소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 아프리카누스. 그러나 카르타고를 폐허로 만들어도 만족하지 못한 로마는, 카르타고의 전진기지 중 하나였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로마에게 끊임없이 반기를 드는 용맹한 지역인 누만시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래 자료마다 조금 다르지만 11년, 또는 13년 동안 누만시아 3천여 시민들은 로마의 8만 대군(자료에 따라 3만 대군)에게 절대 함락당하지 않고 콧대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던 것. 로마는 다시 한 번 스키피오를 누만시아에 보내게 된다. 여기서 작품은 시작한다.
  로마 입장에 이런 작은 동네가 감히 로마한테 바득바득 기어오르는 것이 마땅하지도 않거니와 기타 작은 부족들에게도 모범이 되지 않았지만, 워낙 사납게 반항을 하는지라, 용감하거니와 지략에도 출중한 스키피오가 결정하기를, 공성전을 하면 함락시킬 수 있겠지만 로마군도 큰 피해를 각오해야 하니, 누만시아 읍성 사방 9킬로미터의 방책을 치고 방책 넘어 깊은 해자를 파서 완전하게 고립시켜버리고 만다.
  특색 있는 것은, 다양한 등장인물들 가운데 누구를 특정하여 주인공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각자 로마군과 누만시아의 군인, 노인, 여자, 아이들이 모두 독립된 이야기를 갖는다는 점. 역자 김선욱은 해설에서 이를 ‘집단 주인공’이라 하는데 수긍할 만하다.
  이후 드라마의 줄거리는 오직 하나, 누만시아 사람들이 8개월(자료에 따라 일년여)동안 굶주림에 시달리다, 먼저 로마인 포로들을 잡아먹고, 이후 차례로 굶어 죽다가, 한 명도 남김없이 자살을 감행해, 로마가 누만시아에 입성해보니 산 자들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 그리하여 로마가 이기긴 했으나, 스키피오는 ‘너희들은 죽었지만 나를 이겼구나!’하고 한탄했다는 역사의 한 페이지.
  그러나 유발 하라리는 대표작인 <사피엔스>를 통해서, 이 내용은 로마의 승자들이 자신들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기록한 것에서 비롯한 것으로, 자유를 사랑하는 야만인의 이야기를 애호하는 로마인의 입맛에 맞게 각색되었단다. 로마가 너무도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사실 8만 명이 3천 명을 상대로 완전 몰살시킨 것이 자랑이 아니라서, 패자들의 기억마저 자기들 식으로 편집했다는 취지. 매우 그럴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험이 있다. 몽고군 침략 당시 지금의 춘천 시내에 오똑하니 솟은 봉의산에서 토성을 쌓고 몽고군에게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결국 한 명도 남김없이 몰살을 당했던 것. 봉의산에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버텼는지 몽고는 결국 성 밖으로 이중목책을 치고 한 길이 넘는 구덩이를 파서 고립시켜 버렸다고 한다. 식량은커녕 물도 없는 토성에 갇힌 사람들이 거의 초주검이 되었을 때, 몽고인들이 쳐들어와 완전히 몰살을 시킬 수 있었다고. 몽고인들은 로마와 달라서 그들의 완벽한 승리를 감추기 위해 고려인들의 투쟁을 미화시키는 아량이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이 희곡 <누만시아>를 단지 한 생각, 끔찍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왜 전부 몰살을 당해야 하는가. 그것보다는 차라리 아이네이스를 살려 나라 밖으로 도망시킴으로써 동족의 영원성을 이어간 트로이 사람들처럼 일부를 피신시키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어야지, 죽음, 그것도 자신들의 모든 재화를 불사르고 집단 자살을 감행하는 행위를, 죽으면 죽었지 항복하지 않겠다는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미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는 제1차, 제2차, 제3차 포에니 전투라는 명칭이 의미하듯, 지금 항복한다고 그게 영원하다는 의미는 조금도 없었으니까. 물론 이건 21세기식 사고방식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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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공지다. 방구석과 회사 파티션에 짱박혀 2월 21일부터 4월 말까지 낮술 마시는 날 빼고 만날 읽기를 진행한다. 이번에 무게를 둔 건 산도르 마라이다. 산도르 마라이가 20세기 중반에 쓴 <유언> 1939, <결혼의 변화> 1941, <이혼전야> 1944가 계획되어 있고, 이것으로 산도르 마라이의 번역서는 몽땅 읽게 된다. 독후감 읽으셔도 돈 안 받는다. 구체적인 일정이 아래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폴스타프의 산도르 마라이 떨이 하기

 

  1독. 3월 둘째 주, 산도르 마라이 <유언>

 

 

  2독. 3월 둘째 아니면 셋째 주, 산도르 마라이 <결혼의 변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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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독. 2독 후 곧바로. 산도르 마라이 <결혼의 변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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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독. 3월 셋째 주 아니면 넷째 주, 산도르 마라이 <이혼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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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독서 공지다. 독서 공지 하고 연달아 또 책 읽는다고 공지글 쓰는 게 하나도 미안하지 않지만, 독서모임 죽어도 안 하는 나는 이번에도 집구석에서 중국의 현대 희곡을 읽는다.

  출판사 ‘연극과 인간’의 중국현대희곡총서 시리즈의 14번에서 17번까지다. 1번부터 13번까지는 2019년에 읽은 바 있으니 이제 연속성을 확보하게 된다. 2020년에 출간한 책들로 궈스싱의 <바둑인간>, 멍징후이의 <떠돌이 개 두 마리>, 쉬잉의 <로비스트>, 위룽쥔의 <손님>을 3월부터 4월 말까지 두 달에 걸쳐 적당히, 내 맘대로 읽을 예정이다. 현대 중국희곡만 읽으면 좀 섭섭하니까 중국전통희곡총서의 현재까지는 마지막 순서인 <진중자>도 해치울 예정이다.

 

폴스타프의 중국 현대 희곡 읽기

 

  1독. 언젠지 아몰랑. 궈스싱 <바둑인간>

 

 

  2독. 글쎄 언제나 읽을까? 멍징후이 <떠돌이 개 두 마리>

 

 

  3독. 내가 언젠지 모르는데. 쉬잉 <로비스트>

 

 

  4독. 설마 네가 알겠니. 위룽쥔 <손님>

 

 

  5독. 언젠가 읽겠지. 왕런제 <진중자>


  21. 01. 24.

 

  어떠셔? 비슷했나? 그 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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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2-24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의도 해주셔야 합니다?

Falstaff 2021-02-24 09:10   좋아요 1 | URL
아이고, 제 주제에 뭔 강의를요.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2-24 09:34   좋아요 1 | URL
그래야 비슷하죠.^^

noomy 2021-02-24 09: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너무 비슷해서 놀랬습니다

Falstaff 2021-02-24 09:34   좋아요 2 | URL
아, 그렇습니까? ㅋㅋㅋㅋ 드디어 한 건 했군요! ㅋㅋㅋㅋㅋㅋ

noomy 2021-02-24 11:24   좋아요 2 | URL
늘 그분의 초인적인 강의 공지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Falstaff 님의 유머도 감탄을 자아 내는군요 ㅋㅋ

Falstaff 2021-02-24 11:2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전부터 한 번 써보자고 했다가 오늘에야 ㅋㅋㅋㅋㅋ

han22598 2021-02-24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 똑같은데요. 무료인것만 빼고 ㅋ

Falstaff 2021-02-24 10:2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이거 재미난데요. 은근히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재미있어요. ㅋㅋㅋ

잠자냥 2021-02-24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촌철살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2-24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맨 마지막줄 안 보고도 알아차렸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문제는 폴스타프 님은 책 다 *읽으실* 거잖아욬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2-24 10:4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진짜 재밌어요.
한 번 해보시든지. ㅋㅋㅋㅋㅋㅋ
물론 전 위에 올린 것들 적어도 5월 초까지는 다 읽을 겁니다. ㅎㅎㅎ

coolcat329 2021-02-24 19:34   좋아요 2 | URL
아 저도 첫문장 보면서 이 묘한 기시감은 뭐지? 읽으면서 이거 그 분인데...그 분...ㅋㅋㅋㅋ

수이 2021-02-24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 강의도 진짜루 해주셔야죠. 온라인으로 어떠세요? 전 중국쪽은 따라갈 자신 없지만 산도르 마라이는 따라갈 자신 있어요. :)

Falstaff 2021-02-24 11:30   좋아요 2 | URL
아이고, 아이고, 완전 아마추어가 자꾸 이런 말씀 들어서 간땡이가 붓기 시작하면 큰 일 생깁니다. 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2-24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중 읽은 책이 하나도 없어요^^
폴스타프님의 독서공지에 책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재미있어서 살짝 웃기도 했어요**

Falstaff 2021-02-24 11:31   좋아요 2 | URL
저도 저 책들 가운데 읽은 거 하나도 없어요. ㅋㅋㅋㅋㅋ
웃으셨다니 기분도 좋고 어깨도 으쓱으쓱 거립니다. ^^

단발머리 2021-02-24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고 유익한 공지사항이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즐거워하시는군요.
그 분이 이 글 읽으셨나 모르겠네요. 그게 궁금하군요^^

Falstaff 2021-02-24 20: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설마 그분께서 일개 서생이 장난으로 한 번 해 본 걸 보고 설마, 설마, 설마, 언짢았겠습니까.
상쾌했으리라 생각하겠습니다. 이제 패러디도 생길 만큼 유명해진 거니까요. ^^

coolcat329 2021-02-24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 🤣🤣🤣🤣🤣카레 맛있게 먹다 뿜을 뻔 했습니다. 노란 색 안 지워지는데 큰일날 뻔 했어용!

Falstaff 2021-02-24 20:33   좋아요 2 | URL
아하, 재미 있으셨다면 백퍼 이상 성공입니다. 처음부터 웃자고, 웃자고 한 얘기거든요. ㅋㅋㅋㅋㅋ

막시무스 2021-02-24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쟈체에 반해서 수강신청을 하려는데 어캐해야 해요?ㅎ

Falstaff 2021-02-24 20:35   좋아요 2 | URL
음하하하.... 그건 제가 조언을 드릴 수 없는 문제네요.

붕붕툐툐 2021-02-24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폴스타프님의 이런 재치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읽는 동안 너무너무 재밌고 즐거웠어요~ 저에겐 함께 읽자는 얘기로 들리네용!!ㅎㅎ

Falstaff 2021-02-25 09:1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이렇게 얘기해주시니, 아이 고마워라... ㅋㅋ
산도르 마라이는 함께 읽어도 괜찮은데 책이 다 품절이나 절판이고요,
중국희곡은 워낙 대중적이지 않아서 권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

수이 2021-02-2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 ㅋㅋㅋㅋ 선생님이 댓글 다셨네요 저기 위에 ㅋㅋㅋㅋㅋ 거기에 댓글 달고 싶은데 차마 못 달고 ㅋㅋㅋ폴스타프님 댓글 보고 또 한참 웃었어요.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2-26 16:11   좋아요 0 | URL
ㅋㅋㅋ 거기 직접 다셔도 되는데요.
그분이 직접 왕림해주시고, 이거 참 가문의 영광입니다. ㅋㅋㅋㅋㅋ
조금 신경이 쓰였나봅니다. 뭐 유명인이 그런 거 한두번 겪었겠습니까. ㅎㅎㅎㅎ

수이 2021-02-26 16: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러시아 문학에 빠지지 않는 로쟈님 ㅋㅋㅋㅋ 저 책 방금 샀어요 나는 고백한다 2권 사면서

Falstaff 2021-02-26 16:19   좋아요 0 | URL
나는 고백한다, 읽기 시작하셨어요? 와우, 좋습니다.
그분이 노어 전공이던가 그러니까요. ㅎㅎ 하여간 재미난 세상입니다. ㅋㅋㅋㅋ
 
조장 책만드는집 시인선 86
황훈성 지음 / 책만드는집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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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황훈성. 서울대 영문과 학사, 석사.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영문학 박사. 베케트 전공 이후 죽음에 천착했다고 여기저기 쓰여 있음. 동국대 영문과 교수. 취미로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자기 시집 선물하기. 영문과 아니라도 상관없음. 내가 읽은 책도 2016년 11월 28일에 “ooo 쌤에게”라는 헌사와 함께 어지러운 사인이 그려 있음. 선물 받고 자기 이름도 안 지운 채 헌책으로 팔아먹은 사람이라도 인권보호 위해 익명 처리함. <지상에 남겨진 신발>, <운평선>, <조장>, <영시암>, <수처작주 입처개진>, 이렇게 다섯 권의 시집을 냈으나, 구글, 네이버를 아무리 검색해봐도 어떤 경로로 시인이란 타이틀을 갖게 됐는지는 절대 발견할 수 없으며, 통박으로 말하자면 지금은 속초 모처에서 살고 있는 듯하니 동국대에선 정년퇴임한 듯. 문과대 교수면 시인으로 등단하지 않고도 시집 다섯 권 낼 수 있음. 아니, 문과대 교수 아니라도 돈만 있으면 가능함.


  시라고 다 같은 시야? 문제는 품질이다.


  참 안쓰러운 사람들 가운데 한 부류가, 시를 좋아하고 자주 쓰는데, 뮤즈한테 크게 뇌물을 먹이지 않아서 그런지 시 쓰느라고 애만 쓰는 사람이다. 물론 내 주위에도 있다. 그이도 시집 한 권을 자비 출판했다. 나한테도 한 권 줘서 읽어봤더니, 전형적으로 보통사람이 쓴 시다. 무슨 뜻이냐 하면, 보통사람이 쓴 시는 낙서고, 시인이 갈긴 낙서는 시라는 말씀.
  황훈성의 시집을 열어보면, 아, 노 시인의 노작을 이리 얘기해서 외람되지만, 그만 얘기할까? 계속해?, 고민 고민하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아마추어 바로 윗동네, 딜레탕트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뭐 나야 시를 그저 읽기만 하는 독자에 불과하지만, 시 좀 읽다 보니까 어떤 것이 시라는 건 조금 눈치 채는 수준이라 자뻑하며 사는 인간이다.
  시는 삶이어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한다. 그러나 삶이 시가 되기 위해서는 삶과 시 사이에 놓인 계단 하나를 올라가든, 내려가든 하여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런 시.



  조장鳥葬


  태곳적 그 누가
  공중의 단백질 덩어리에게
  새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을까?


  지상의 힘센 단백질 무리가
  쏘아올린 화살에 떨어지는
  공중의 약한 단백질이여
  그대는 곧 지상의 단백질 속으로 편입되리라


  그러나 서러워 마라
  지상의 단백질도
  밀도가 떨어지고
  그 수명을 다하면
  도끼로 분해된 채
  절벽 바위 위에
  순수 단백질 덩어리로 진열되리니


  공중 단백질이여,
  너의 날카로운 부리로
  지상의 단백질을 쪼아
  잃어버린 세월
  복리 이자로 환급받으려무나
  세상의 수지계산은 빈틈없이
  항상 이렇게 이루어지나니.  (전문)



  이게 시인이 생각하기에 시집의 대표작인 것 같다. 그래 자신이 직접 쓴 설명문 ‘자해서’에 첫 번으로 소개했고, 시집의 타이틀로 이름을 걸었겠지.
  조장. 사람이 죽으면 도끼로 시신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시에서는 바위 위, 또는 벌판 위에 방치한다. 그럼 사체를 청소하는 독수리vulture 같은 날짐승이 날아와 뼈까지, 오직 등뼈와 털만 남기고 싹 먹어치운다. 해골은 새들이 먹기 편하라고 큰 돌을 떨어뜨려 박살을 낸다. 그래 완전히 없어진 시신은 축복받은 징표로 여기는 장례풍습인데, 새를 통해 망자가 하늘로 전해진다는 의미란다.
  누구나 읽는 즉시 뜻을 알 수 있는 쉬운 시이기는 하지만 조장의 풍습을 복리 이자로 받는 환급이라고 굳이 알려주는 건 왜 그랬을까. 몇 십 년을 가르치는 일을 해 온 교사의식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뜻을 확실하게 전해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학자풍의 기질이 그랬을까. 죽음과 장례의식 뿐만 아니라, 몸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마저 ‘단백질’로 체화시키는 원소화. 어째 그게 내게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의 시는 쉽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조장>처럼 읽는 즉시 시인의 주장을 알아들을 수 있다. 시인도 애초에 “나는 시를 일기로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의 잔편들을 기록해놓는.”이라 발언한다. 전에 읽은 시집, 오탁번의 《시집 보내다》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나이 든 시인에게 흔히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이이는 여전히 시집을 사 읽어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와 창궐하는 젊은 시인들의 시편에는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마디 하기를,



  한국의 난해 시


  남산 산책길
  장님 부부가 튤립 화단 앞에 서 있다
  꽃을 어루만지며
  이게 무슨 꽃이오?
  향기를 맡으며
  이게 무슨 꽃이오?
  주위를 둘러본다
  표지판을 어루만지며
  “점자도 넣었다면
  무슨 꽃인지 알 텐데 참“


  표지판의 화초명은
  “화단에 들어오지 마세요”
  점자를 거부한
  한국의 난해 시처럼,  (전문)



  시의 내용도 알겠고, 내용에 동의한다. 근데 말입니다. 시가 너무 직설적 아녜요? 난해시도 문제입니다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씀하시면 그래도 시가 되는 건가요?
  나는 살면서 시를 좋아하고, 그래서 많이 읽고, 또 쓰는 사람들을 우러러본다. 정말이다. 조금의 비아냥거림도 없고, 숨김도 없고, 속으로 우습게 알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진심으로 말 하건데 우러러본다. 시를 쓰면서 세상을 사는 일이 어떻게 가벼울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미 은퇴한 듯한 노학자의 시를 읽으면서, 여태까지 쓴 것처럼 좋지 않은 감상을 얘기한 것에 좀 안 된 느낌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황 선생이 거짓 감상을 바랄 것 같지 않아 솔직하게 써버렸다.
  황 선생께선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시고 살기를 축원한다. 그러나 이해해주시라. 앞으로는 선생의 시를 더 읽지 않을 것 같노라 말씀드리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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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1-02-23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시종일관 유머스러운 필체에 이끌려 끝까지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우선 저는 저 시집을 읽게 된 동기가 궁금하네요 ㅎㅎㅎ 아마도 자비출판된 시집인 것 같은데 말이죠. 글을 쓰는 것도 자유고 읽을 선택을 하는 것도 독자의 자유아니겠어요. 가끔 제 책을 두고 이런 종류의 비판을 받는 (아니 더 혹독하게) 경우가 종종있는데 쓸 자유, 읽을 자유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서 게의치 않게 되더라구요 .ㅎㅎ 독자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까요. 여아튼 글 재미나게 잘 읽었고 저도 저 분의 시집을 한번 찾아보고 싶네요...

박균호 2021-02-23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에 이 분에 대한 글이 많네요. 그냥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하고 또 어떤 인연이든간에 선물하기를 좋아하는 ...정이 많은 분 같네요. 시인 타이틀이야 뭐 요새 밤 하늘 별 만큼 많은 것이 시인 등단 경로 아니겠어요? 그런 경로를 통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인간적이네요 ㅎㅎㅎ 제가 시를 평가할 위인은 아니어서 그건 패스하고 죽음을 가르치지만 삶을 사랑하고 재미나게 사시는 분 같아요.
https://blog.naver.com/u-jeong/221314630258

Falstaff 2021-02-23 09:48   좋아요 3 | URL
옙.
인생을 아주 건강하게 사시는 분 같습니다. 자녀들에게 책 많이 읽으라고 가끔 잔소리를 하시지만요. ㅋㅋㅋ
지금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대청에 오르신다니, 이 글 읽고 맞짱 한 번 뜨자고 하시면 전 죽은 몸 아닌가 싶습니다. 흑흑흑....

잠자냥 2021-02-23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리 이자로 환급 ㅋㅋㅋㅋㅋ 아 미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제 타입 시는 아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쉽다고 좋아할 그런 시일 수도 있겠어요.

Falstaff 2021-02-23 09:49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그럼요. 이분 검색해보면 이 시집 선물받고 좋아서 사진 찍어 올리고 그런 사람들, 제자들 찾을 수 있어요. 다 인생이지요 뭐. ㅋㅋㅋㅋ

hnine 2021-02-23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단백질이 무슨 죄랍니까 .
그래도 재미있는 시네요.

Falstaff 2021-02-23 10:37   좋아요 2 | URL
예. 조장도 그렇고, 한국의 난해시도 그렇고 재미있는 시이긴 한데, ㅋㅋㅋ
아이고, 뭐라 얘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