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의 외치는 소리, 상현달을 삼킨 사자

사와키 코타로의 한순간의 여름

우치우미 분조의 내가 사랑한 고스트

니시무라 교타로의 화려한 유괴, 살인의 쌍곡선

아카가와 지로의 심심풀이 살인

 

 

등등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았지만 검색해 본 결과 두 권이 있었다.

 

 

 

"신도 부러워할 필력을 가진 우리 시대의 가장 창조적인 작가", "우리 시대의 마지막 낭만주의자"라는 찬사를 받으며 1996년 <마틴 드레슬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스티븐 밀하우저의 장편소설. "어린 시절, 예술, 인간관계, 삶에 대한 지적이고 섬세하고 독특한 서술, 비범할 정도로 뛰어난 소설"(워싱턴 포스트)이라는 극찬을 받은 이번 작품은 프랑스 메디치상 수상작이다.

천재소년 에드윈 멀하우스의 생애를 친구인 제프리가 가상의 전기 형식으로 써내려간 이 소설은 에드윈의 출생에서 죽음까지 그의 생애를 초년기-중년기-말년기로 구분해 기술하고 있다.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 에드윈은 어려서부터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글로 표현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는 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로즈 돈, 반항적인 친구 아널드와의 만남과 죽음을 겪으면서 영혼이 잠식되는 슬픔을 겪는다.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 역작을 완성시킨 에드윈은 빛나는 호기심과 열정을 소진해버리고, 그를 지켜보는 제프리 역시 비범함을 잃어가는 친구에게 실망감을 느낀다. 결국 에드윈은 열한 살 생일을 맞은 후 자살을 감행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완벽한 플롯 안에 집어넣는데…

이웃집 친구인 제프리 카트라이트의 시선으로 서술된 이 작품은 유년기의 두려움과 충동, 진지함과 쓸쓸함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도발적인 성장소설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내면과 사고방식을 지적으로 드러내며 어린 시절의 즐거움과 공포, 이해받지 못한 열정의 기억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제16회 소설추리신인상 수상작 '잠자는 바다'를 포함, 총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일본 작가 혼다 다카요시의 첫 단편집으로,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허무와 상실감이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감춰진 어떤 '사건'이 등장하며, 그 사건을 냉정하게 해석하는 주인공이 있다.

학생과 사랑에 빠진 교사, 불륜에 빠진 부모님을 보는 아이, 실버타운에서 남은 생을 소비하는 노인, 자신이 선택한 삶을 후회하는 여자, 깨끗하지 못한 세상에 분노하는 지식인. 작가는 각각의 인물을 통해 인간의 나약하고 이기적인 본성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그들의 절망에 손을 내민다.

 

 

 

*

 

까먹을 것 같아서 이렇게 페이퍼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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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치백이 생기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클러치백에 시집 넣기.

늘 짐이 많아서 백팩을 메야 성이 차는 나에겐 어디까지나 로망이었는데,

날씨가 풀리고 미세먼지가 적은 날에 시집 한 권 넣고 외출해야지.



사진 속 시집은 함민복 시인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다.

나는 특이하게, 시집의 제목으로 걸린 시보다는 다른 시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시집은 제목으로 걸린 시가 참 좋다.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고
뜨겁게
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



그리고, <봄비>라는 시에서 인상 깊었던 첫 줄. '양철지붕이 소리 내어 읽는다'. 시집을 다 읽고나니,

빨책 내가 산 책 코너에서 동진님이 구매하셨다는 산문집이 읽고 싶어졌다.

함민복 시인의 첫 산문집이자 그의 산문집들 속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라는 『눈물은 왜 짠가』.

75회, 그러니까 작년 5월에 소개한 책인데, 아직도 기억나는 걸 보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가난한 나날들에 대한 함민복 시인의 시와 수필들을 읽을 때마다

저로서는 마음이 좀 묘하게 가라앉기도 하고 굉장히 복잡해지기도 하는데요.

소설가 김훈씨는 "함민복의 가난은 나는 왜 가난한가를 묻지 않고 있고,

이 가난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떤 내용으로 존재하는가를 묻는 가난이다."라고 쓴 적이 있죠.'

(빨책 75회 내가 산 책 중)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이 또 한 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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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34세쯤 되어 뵈는 여성만 책을 보고 있었다. 시집 같기도 했다. 저 책이 뭘까? 궁금해졌다.

내가 시인이라서가 아니라, 인생을 알려는 열정과

생의 깊이 추구가 중요하다고 여겨선지 독서하는 사람을 남달리 바라보곤 한다.

거기에 시 읽는 이들은 은은한 향기까지 더하여 예쁜 펜이라도 사 주고 싶어진다.
누구라도 시 읽는 사람은 생각하며 살기에 아름답고, 추구하며 살기에 안심된다.
그 30대 여성 너머 50대 여성 둘은 옷 광고 카탈로그를 보고 있었다. 

"이 코트는 이 색하고 보라색 두 개 있어?" 하며 옷을 고르고 있었다.

도무지 시 한 줄 읽으실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람의 일은 모른다.

지금 시를 안 읽더라도 어떤 계기가 되어 시를 좋아할지도 모르니까.

"시가 너처럼 좋아졌어."란 말을 하면서 말이다.

(p.10-11)



시를 읽는 사람들은 오늘 하루 더 세상과 사람들을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시가 더없이 좋아져서 시를 전도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이 시집을 다 읽고 틀림없이 그렇게 되는 누군가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만큼 이 시집을 위해 편집자와 나는 1년 넘게 좋은 시를 모아 왔으니까. (p.16)



*


나 역시 시를 찾아 읽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떤 계기가 되어 시가 좋아진 사람이라 위 구절에 공감했다.

시를 전도하고 있는 사람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고. 이 책에 담긴 시들도 참 좋다.

한 편 한 편 정성을 담아 고른 느낌이 가득하고, 무엇보다 책 제목이 참 예쁘다. "시가 너처럼 좋아졌어." 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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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 소녀는 나중에야 자신만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텔레비전 소리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소녀를 보고 엄마는 절망한다. 그제야 소녀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뿐이었다. 그녀는 들리지 않아도 그림은 그릴 수 있으니까 2008년부터 ‘싸이월드’에서 스킨작가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유명해지기도 한 그녀는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몇 년 전, 그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전적 병인 이 병은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결국에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며 아직까지 치료법도 없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맺어가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에 슬퍼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녀는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

 

구작가님의 토끼 '베니'는 싸이월드 시절에 만났다.

블로그처럼 내 마음대로 스킨을 바꿀 수 없었고, 그래서 스킨을 구경할 때가 많았는데

그 때 '귀가 큰 토끼' 베니를 만났던 거다.

 

일러스트를 더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에 베니를 그린 구작가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고,

일에 대한 문의는 이메일로만 받는다는 작가님의 글을 발견했다.

그때 알았다. 작가님이 귀가 큰 토끼를 그리는 이유를.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존재를 그리기 시작한다.'

 

내가 베니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저 귀여운 토끼여서가 아니라

베니에게서 작가님의 희망을 읽어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는 구작가님.

반가운 마음으로 책 소개를 읽어나가는데 애석한 문장이 눈에 밟혔다.

몇 년 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으셨다는 이야기.

 

그래도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구작가님은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는 글을 읽는데,

단순히 책 소개를 읽는 것만으로 벅차 올랐다.

 

 

 

베니, 조금만 기다려. 곧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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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원대하고 마음은 이미 대업을 이루고도 남았으나, 본디 사주가 게을러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대중문화 찬양 에세이다. 저자는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1년 10개월간, 신문 지면에 '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칼럼을 연재했다. 주로 심각하지 않은 책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소재로 하여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녹여낸 칼럼이었는데, 기자가 갖춰야 할 객관과 중립의 미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에 뜬금없는 만화나 뜬금없는 아이돌을 언급하며 기자의 편파적 취향과 주관적 유머코드를 마구 투척한 글들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독자들은 그녀의 칼럼을 "사랑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작가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열렬했던) 독자들이 애정한 글들을 추려내고, 여기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덧붙여 쓴 것이다.

 

*

 

'어쩌다 어른'이라는 제목과 '나만의 잉여로움을 위한 1인용 에세이'라는 부제도 마음에 들었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책 소개에 담긴 글이었다.

 

주로 심각하지 않은 책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소재로 하여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녹여낸 칼럼이었는데, 기자가 갖춰야 할 객관과 중립의 미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에 뜬금없는 만화나 뜬금없는 아이돌을 언급하며 기자의 편파적 취향과 주관적 유머코드

마구 투척한 글ㄷ르이라니. 나 역시 이런 칼럼을 읽고 쓰길 좋아하는 사람이라 끌리는 게 당연했던 것 같다.

 

'청춘이라기엔 민망하고 어른이라기엔 아직 서툰 당신에게'

 

 

 

 

 

일러스트도 완전 내 취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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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김훈, 이해인, 이외수, 도정일 등 우리 시대의 멘토들이 뽑은 '내 인생의 시 한 줄'을 담은 책. '나를 흔든 시 한 줄'은 2014년부터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에 매주 두 차례씩 연재된 코너다. 고은 시인이 첫 주자로 시작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마음에 새겨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시 한 편과 그 사연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명사들이 뜨거웠던 청춘의 문장들을 선보였으며, 그중에서 천천히 오래 읽고 싶은 55명의 원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고은 시인은 시(詩)를 '심장의 뉴스'라고 했다. 시가 시원한 바람 한 자락, 서늘한 물 한 모금처럼 온몸에 신선한 피돌기를 가져오는 새 소식이라는 비유다. 그렇다면 '나를 흔든 시 한 줄'은, 마음에 새겨두고 오래 씹어 어려운 시절마다 힘으로 삼았기에 '나를 살린 심장의 뉴스'인 셈이다. 아프고 외로웠던 순간 '나를 지탱해준 청춘의 문장들'이 하루하루 상처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

 

작년에 세계사에서 출간된 『순간을 읊조리다』를 인상 깊게 읽었다.

시 한 줄이 주는 그 힘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이 책은 2014년부터 중앙일보 오피니언면에 매주 두 차례씩 연재된 코너로,

고은 시인이 첫 주자로 시작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마음에 새겨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시 한 편과 그 사연을 소개한 책이라고 한다.

 

'나를 흔든 내 인생의 시 한 줄'

 

100명의 명사들이 뜨거웠던 청춘의 문장들을 선보였고,

그 중에서 천천히 오래 읽고 싶은 55명의 원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는데

아... 목차만 살펴봐도 두근두근하다.

 

아래는 책을 읽기도 전에 나를 설레게 한 목차를 덧붙여본다.

 

 

 

1. 그땐 정말 몰랐었네

다 거둬들이지 말고 조금 남겨두기를
도정일 . 로버트 프로스트, 「안 거둬들인」

성자가 된 밥풀
이해인 . 권영상, 「밥풀」

새를 잡으려 걸어놓은 새장을 지우는 일
김창완 . 자크 프레베르,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말로 .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피다, 지다, 울다, 살다
김훈 . 김소월, 「산유화」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문훈숙 . 정현종, 「방문객」

결코 침묵하지는 말자
정호승 . 김수영, 「눈」

나는 을이로소이다
권영빈 . 김장호, 「나는 을乙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것
박정찬 . 퍼시 비시 셸리, 「종달새에게」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문정희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잊히지 않을 말, 잊을 수 없는 말
고은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천국편』 33곡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다
성석제 . 정현종, 「견딜 수 없네」

내 전 생애가 담긴 침묵이라오
최영미 . 사라 티즈데일, 「아말휘의 밤 노래」

어느 길에서 속기俗氣를 벗어날까
손철주 . 두보, 「관이고청마제산수도」

춤을 춥시다, 둥둥 날아오릅시다
안은미 . 조지훈, 「승무」

경계에서 피는 꽃
안호상 . 함민복 「꽃」

혼자 보는 별 하나
장제국 . 이준관, 「별 하나」

2. 흔들리는 꽃을 보았네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김용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박원순 . 최영미, 「선운사에서」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임옥상 . 고은, 「비로소」

영혼은 반드시 고통부터 경험해야 한다
한대수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군도』

단호한 참수
서명숙 . 문정희, 「동백꽃」

꽃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그리고 두려워 마라
김선욱 . 헤르만 헤세, 「봄의 말」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박재동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인순이 . 장태평, 「나이 든 나무」

분투하고 추구하며, 결코 굴하지 않으리니
박경철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바람이 인다, 살아야 한다
승효상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녹슨다는 것과 닳아진다는 것
황보 . 조지 휫필드, 「일기」

강물은 바다로, 나무는 하늘로 향한다
구본창 . 작가 미상, 『가언집』

시방 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김종규 . 김종규, 「꽃자리」

불위야不爲也, 비불능야非不能也
조재현 . 맹자, 『맹자』

언제든 잊지 못할 이 꿈은
차동엽 . 황순원, 「나의 꿈」

너와 나의 최후는
조영남 . 이상, 「최후」

아빠가 옆에 없으면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
김성곤 . 잭 로거우, 「스케이팅 레슨」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
유종호 .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이길여 . 정호승, 「봄길」

푸른 바다는 고래를 위하여 푸른 것이다
조희연 .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나는 그들을 잊지 못한다
엄홍길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3. 사랑이 나를 부르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이외수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향풀 진액으로 쓴 두 번째 편지
이원복 . 서정주, 「사소 두번째의 편지 단편」

너를 안고 내가 스며들다
함춘호 . 안도현, 「스며드는 것」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진모영 . 박노해, 「첫마음」

지금 내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유기풍 . 나태주, 「행복」

나를 으깨어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힘
원희룡 . 안도현, 「연탄 한 장」

사람 하나 탐낸 죄
한승헌 . 김남조, 「사랑초서」

사랑이 진리라면 나는 탐구하겠다
전인권 . 어니스트 헤밍웨이, 「삶」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하여
김봉렬 . 폴 엘뤼아르, 「자유」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박정자 . 문정희, 「사랑해야 하는 이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안희정 . 신동엽, 「담배연기처럼」

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박찬숙 . 김남조, 「생명」

이다음 숲에서 무엇으로 가야 할 것인가
김희옥 . 조오현, 「적멸을 위하여」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신경림 . 이병철, 「나막신」

나무 같은 사람 만났으면…
강부자 . 이기철, 「나무 같은 사람」

나는 천 개의 바람이에요
정경화 .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서로에게 꽃이 되는 주문
한영애 . 김춘수, 「꽃」

엮은이의 말 / 작품 출처 / 그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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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N) 난 글자에 관심을 끊었다. 제도를 만들고 씨앗을 뿌렸다.
이제 글자는 세상의 것이고, 저들의 것이

다.
그 글자가 어떤 세상을 만들지도, 저들의 책임이다.
그러고도 난 나의 일을 계속했다. 일이 없을 땐, 향원정에서 그 꽃을 본다.

-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제24부 중에서

*


종영한지 4년이 된 드라마지만, 곧잘 복습하는 드라마여서 그런지

대본집을 읽는데 드라마 속 장면들이 눈에 선했다.

3권에 담긴 작가 인터뷰가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읽었다.

워낙 재밌게 챙겨본 드라마였던 만큼 결말도 아쉬웠는데,

결말에 대한 작가님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가상의 인물은 모두 퇴장시키고, 이도는 냉엄한 현실, 차가운 역사 앞에 다시 선다.'

그런 의도였다고. 한글은 살아남았고, 그 한글이 아직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과거의 이야기보다는 글자의 현재성을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라는 인터뷰를 읽으니 이도의 저 내레이션이 다시 읽혔다.


작가님들과 감독님에게 시간이 조금 더 있어서,

'인물들의 희생과 노력 속에 남겨진 글자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런 의미로 엔딩에서 글자가 조선 산하를 넘어 넘어

지금 우리시대에까지 이르는 장면이 CG로 연출'(p.390)되었다면,

나는 조금 덜 허무해했을까. 아쉬웠어도 좋은 드라마로 남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긴 하지만.

p.s.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글은 따로있다. '드라마를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최선에 최선을 다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죽어라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후자는 노력하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전자는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누가 "넌 이 말을 하고 싶은 걸로 해"라고 지시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가슴에 있는지,

그 정도의 자기 검증은 필요하다고 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아직도 사람들 반응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란다.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했구나, 싫어했구나. 그런 것을 늘 새롭게 깨닫는다.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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