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탄의 책들이라 하니 느낌이 이상하지만 말 그대로 4탄의 책들, 4차로 주문한 책들이다.

 

책이 왜 이제야 왔으며 두 박스에 담겨왔다는 얘긴 저번에 했으니까 넘어가고,

왜 이 책들을 골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세트로 사 읽을 생각을 못하고, 단 권으로 사서 읽었었는데

정가제 전에 구매한다고 살 책을 고르다가

그래 이 책이라면 세트로 사야돼 하고 일찍이 장바구니에 넣어뒀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책은 품절이 되었고 책 뒷면을 확인하니

2014년 11월 25일, 다시 찍어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 되었다.

 

우리가 보낸 순간은 꽤 늦은 감이 있지만 안 살 수가 없었던 책이고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는 철학카페에서 시읽기와 나란히 두고 읽으려고 구매.

 

<철학, 책>은 특정 분야에서 얼마 이상 사면

마일리지 2천점을 차감하고 받을 수 있었던 사은품인데

어려워서 잘 읽진 못해도 철학에 관심이 있어서 쟁여두고 싶어 신청.

 

아주 사적인 독서 역시 잘 팔렸는지 (물론 알라딘 메인에 걸려있던 책이었으니)

그리스 로마 신화와 함께 나란히 다시 찍어서 따끈따끈한 책으로 받았다.

로쟈쌤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기엔 3주 안에 소화하기 어려운 책이었기에 그냥 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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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전 사재기 3탄.

가끔은 어떤 한 구절이 책을 읽고 싶게하고, 결국 사게 만들 때가 있다. 내게는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가 그 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는 구절 때문에 나는 이 책이 읽고 싶었다. 이 구절을 읽고 소름이 돋았던 건 이게 3권 분량의 소설을 시작하는 첫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소설론 교수님이 첫 문장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실 때, 이 첫 구절을 들려주셨으면 단박에 알아먹었을텐데 싶었지만 교수님도 교수님의 방식이 있는 부분일 것이다. 여하튼 책을 제대로 읽어봐야 알겠지만, 이 한 구절로도 톨스토이가 대단하다 여겼던지라 나는 결국 책을 샀다. 1권만 샀었는데 이번이 아니면 세트로 사긴 힘들 것 같아서 세트로 구매했더니 1권이 두 권이 되었다.

권터 그라스의 양철북은  『소설가의 일』속 구절 덕분이다. (이 말, 2탄에서도 했다. 정확히 그 뒤에 이어지는 구절이다.)

『백년의 고독』옆에는 1950넌대 후반 갓 결혼한 서른 살 무렵의 권터 그라스가 파리에서 휘갈겨쓴 문장들을 담은 소설이 나란히 꽂혀 있다. 그는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파리의 간이식당에 앉아서, 그러니까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극적으로 얽혀 있는 연인들 사이에서, 외투에 파묻혀 있는 노파들 사이에서, 거울 벽면들과 유겐트 양식의 장식들 사이에서" 소설을 썼다. 그 소설의 제목은 '양철북'이다. (소설가의 일 p.29)

정말 이 구절 때문에 양철북을 샀다.

그리고 2탄에 이어 3탄에도 등장한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이화경 작가님의 책『열애를 읽는다』에서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었는데, 읽는 내내 어떤 책인지 너무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철학 카페에서 시 읽기는 문학 읽기랑 시리즈로 구매했다. 이번 사재기의 핵심은 역시 문학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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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 수업에서 처음 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읽고나서 한참을 먹먹해했고,

그 감정이 아직도 선명한 시가 있다. 문태준 작가님 의 <가재미>다.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김연수 작가님이 소설은 쓴다, 생각한다, 다시 쓴다 라고 생각한다니까

시는 쓴다, 떠난다 라며 받아치시던 문태준 작가님.

김천시 3인방 김연수, 김중혁 둘은 세련된 학생이었고 여전히 다양한 관심사를 가졌다며,

자신이 할 줄 아는 거라곤 걷고 시 쓰는 것 밖에 없다며 부럽다고 하셨지만

작가님의 시를 읽고 있으면 부러움은 내 몫이 된다.

이렇게 좋은 시를 쓰다니... 하면서 그저 말이 없어진다. 그냥 읽고 또 읽으면 된다.

 

2014년은 활자로서의 문태준 작가님을 떠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람 문태준 작가님을 만난 것 같아서 참 좋았다.

 

p.s. 내게 '김훈-김연수 북토크 행사'의 최대 수확은 '사회 문태준'이었다는 게 함정...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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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후기는 경어가 아닌 독백체로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9일, 홍대 벨로주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야만적인 앨리스씨>로 6월에 함께 황정은 작가님을 만나고 온 친구와 함께 가고 싶다고 신청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벨로주를 찾았는데

홍대에 벨로주가 두 곳이며 구 벨로주와 신 벨로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친구를 구 벨로주로 데려갔고, 굳게 문이 닫혀 있는 구 벨로주를 맴돌다가 부랴부랴 신 벨로주로 달려갔다.

헤맸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시작 전에 도착할 수 있었던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황정은 작가님이 등장하시기 전에


 


게스트 뮤지션 지산이 등장해서 '숨, 쉼, 섬'과 'Without You I'm Nothing'라는 두 곡을 선사해주고 물러났다.


 


그리고 이날의 사회자는 시인 박준님.

본래 진행자로 예정되었던 김두식 교수님은 웬만해서는 약속을 빼먹지 않는 분인데,

행사 며칠 전부터 아프셨고, 당일날까지 쾌차하지 못하셔서 본의 아니게 불참하셨다고 했다.


 

 

박준님의 이런 저런 질문들이 이어졌고,


 


정은님이 질문에 답을 하고,


 


중간 중간, 『계속해보겠습니다』 속 구절을 읽어주시기도 하고

(이렇게 낭독해주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수다 아닌 수다처럼 떠들기도 하고.ㅎㅎ


 


 

요 사진이랑



요 사진이 내가 찍은 사진 중에 제일 잘 나온 사진 두 장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인회.



바로 앞에서 찍어 놓고 제대로 흔들림ㅠ_ㅠ



북콘서트는 내내 객석의 조명이 꺼진채로 진행됐으므로, 메모하기가 어려웠던 탓에

객석에 불이 켜지고서야 했던 단편적인 메모들을 덧붙여본다.


*


귀가 안 들리는 마루와, 야뽕이라 부르면 알아듣고 돌아본다던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신다는 작가님.


Q. 자신의 가장 연한 부분.

소라에게는 애자와 나나, 그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었다면-

저는 제 자신이지 않을까.


Q. 단편, 장편을 쓸 때 작법에 맞추어 쓴다거나 그런 게 있는가?

소설 쓰는 모습이 오실리스코프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작법에 맞추어 쓰진 않는다.

파형에 실리는, 말로 할 수 없는 부분.

장편은 원고지 분량이 있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Q. 나나-모세씨. 모세씨를 잘라야겠다.

원제는 <소라, 나나, 나기>였다.

모세씨. 자기만 알고 있는 세계.

많은 경우에 친절해지려고 하고 있구나.

그래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되었다.


만나면 안 되는데... 잘 안 만났습니다. (박준님)


Q. 수업 시간마다 작가님의 작품을 추천해주시고 다뤄진다. 알고 계셨는지?

그래서 지겹다는? (소리인가? 장난투로 언급)

수업을 2번, 합평도 했었던지라 수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구나, 했다.


나기라는 세 번째 화자.


초고를 읽은 친구는 나기가 너무 신경 쓰인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

사랑, 이라고 새삼 발음하기 진부한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각 캐릭터의 시점 분량은

나기>나나>소라 였으나

퇴고 후 나기<나나<소라 가 되었다.


 


초판본에 남겨진 싸인 위에 이름과 함께 다시 남겨진 새로운 싸인.


*

 

 

 

 


 

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므로 고통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특별히 더 고통스럽게 여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특별히 더 달콤하다. (p.13)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나나는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즐거워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며,버텨가고 있으니까.


한편 생각합니다. 무의미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

소라와 나나와 나기 오라버니와 순자 아주머니와 아기와 애자까지 모두,

세계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덧없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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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해밀 > 정끝별, 문태준 작가님과 함께한 시 읽는 겨울 밤 :)

 

지난 목요일, 출판사 마음의 숲과 함께하는 '시 읽는 겨울밤' 행사에 다녀왔다.

정끝별, 문태준 두 시인의 시 낭독과 싱어송라이터인 인디뮤지션 기면승의 작은 공연이 펼쳐졌던 대학로의 책방 이음.

 

'냄새', '24살', 앵콜곡 '아이스크림' 총 3곡의 자작곡을 들려주었고

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을 낭독하고 물러난 기면승에 이어

 문태준 작가님은 시집 《가만히 사랑을 바라보다》에서

이문재의 <오래된 기도>와 김종삼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를 낭독해주셨고,

정끝별 작가님은 시집 《돈시》에서 권대웅의 <쓰봉 속 십만원>과 박후기의 <아르바이트 소녀>를 낭독해주셨다. 


또, 정끝별 작가님은 '자가발전'이라며 마침 내가 좋아라했던 돈시의 서문을 읽어주셨고,

문태준 작가님은 찬 바람 부는 겨울밤 이 자리에 오신 분들께

뭔가를 주고 싶다며 미공개 시 <외길>과 <풍향계>를 읽어주셨다. 


두 작가님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듣는 그 찰나가 내내 행복했던 시 읽는 겨울밤.

나는 올해가 가기 전에 읽을 시를 추천해달라고 질문했는데 김종삼, 진은영, 심보선 시인의 시를 읽으라 추천받았다. 


청춘의 특권은 낭비해도 된다. 에둘러가도 된다. 나이들면 해야만 하는 일들이 더 많으니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라고, 없다면 그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던 정끝별 작가님.

이렇게 작가님들을 만나는 일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한편으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했다. 

2014.12.04 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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