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백이 생기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클러치백에 시집 넣기.

늘 짐이 많아서 백팩을 메야 성이 차는 나에겐 어디까지나 로망이었는데,

날씨가 풀리고 미세먼지가 적은 날에 시집 한 권 넣고 외출해야지.



사진 속 시집은 함민복 시인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다.

나는 특이하게, 시집의 제목으로 걸린 시보다는 다른 시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시집은 제목으로 걸린 시가 참 좋다.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고
뜨겁게
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



그리고, <봄비>라는 시에서 인상 깊었던 첫 줄. '양철지붕이 소리 내어 읽는다'. 시집을 다 읽고나니,

빨책 내가 산 책 코너에서 동진님이 구매하셨다는 산문집이 읽고 싶어졌다.

함민복 시인의 첫 산문집이자 그의 산문집들 속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라는 『눈물은 왜 짠가』.

75회, 그러니까 작년 5월에 소개한 책인데, 아직도 기억나는 걸 보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가난한 나날들에 대한 함민복 시인의 시와 수필들을 읽을 때마다

저로서는 마음이 좀 묘하게 가라앉기도 하고 굉장히 복잡해지기도 하는데요.

소설가 김훈씨는 "함민복의 가난은 나는 왜 가난한가를 묻지 않고 있고,

이 가난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떤 내용으로 존재하는가를 묻는 가난이다."라고 쓴 적이 있죠.'

(빨책 75회 내가 산 책 중)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이 또 한 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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