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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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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작가, 편집자, 독자 들에게 쓴 편지 가운데 68편이 묶인 이 책『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그동안 폴 오스터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등을 통해 일부분만 접할 수 있었던 챈들러의 통찰력 있는 견해들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해서 눈이 갔고, 그래서 읽게 된 책이었다. 헌데, 막상 읽어보니 ‘작품론’을 제외하고는 모든 이야기들이 낯설어서 내 생각보다 책을 읽는데 힘이 들던거다. 그러다가 펼쳐보게 된 ‘편집부 후기’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데 힘을 실어 주었다.

 

하드보일드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건 둘째치고 나는 ‘하드보일드’의 뜻도 몰랐다.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설명을 덧붙인 건 아니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하드보일드’를 설명해준 게 참 마음에 들었다. (하드보일드란 헤밍웨이,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가 확립한 ‘스타일’로, 불필요한 묘사나 감정을 배제한 문체를 바탕으로 주인공(독자)의 시점을 1인칭으로 제한하여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구조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다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화가 계속되는데, 레이먼드 챈들러보다는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익숙한 나에게는 충분히 흥미를 이끌만한 일화였다. 무엇보다, 2013년 가을 즈음, 챈들러에 관심이 많았고, 번역에 뜻을 두고 있었던 안현주 선생과 김홍민 편집자의 만남으로 이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책이 이렇게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참 재밌게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라는 사연으로 만들어진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고, 읽고 있으니 이쯤되면 내가 레이먼드 챈들러와 인연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거다.

 

여차저차하여 다시 책을 붙잡은 나는, 편지 한 편 한 편을 통해 레이먼드 챈들러를 알아가게 되었는데, 챈들러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는 생각보다 담백했다.

 

1931년에, 아내와 나는 크루즈를 타고 태평양 연안을 아주 느긋하게 돌아보고 있었지요. 밤이면 그저 좀 읽을거리를 찾아서 펄프 잡지를 집어 들곤 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나도 이런 걸 써서,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돈을 벌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p.77)

 

‘그러다 갑자기’ 소설가가 된 챈들러였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자신이 만난 어떤 추리소설가도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좀 더 잘 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인 소설가였으며 카메라와 배우가 더 잘, 더 빨리 표현할 수 있을지라도 좋은 영화는 어쨌든 처음에는 대본에 있어야만 한다는 작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돈이나 어떤 특권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랑 때문에, 어떤 서계에 대한 이상한 미련 때문에 글을 쓰는 거죠. 사람들이 치밀하게 생각하고 거의 사라진 문화의 언어로 말을 하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나는 그런 세계가 좋습니다. (p.194)

 

다만 사랑 때문에, 어떤 세계에 대한 이상한 미련 때문에 글을 썼고 그런 세계를 좋아한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편지가 묶인 이 책에 대해 한 줄로 표현하기엔 역시 하루키의 표현만한 표현이 없을 것 같다. 하루키 말마따나 챈들러의 근사한 글이 ‘설날의 복주머니’처럼 잔뜩 담긴 책이었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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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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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어떤 추리소설가도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좀 더 잘 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죠.
나는 어쩌다 운이 좋은 사람들 쪽에 서게 되었는데, 정말이라니까요, 이 일에는 운이 필요하답니다.-76쪽

좋은 영화 대본의 빌어먹을 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삭제되어 버린다는 거죠. 왜냐, 카메라와 배우가 더 잘, 더 빨리 표현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속도가 빨라지지요. 하지만 어쨌든 처음에는 대본에 있어야만 하는 겁니다.-162쪽

나는 돈이나 어떤 특권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랑 때문에, 어떤 서계에 대한 이상한 미련 때문에 글을 쓰는 거죠. 사람들이 치밀하게 생각하고 거의 사라진 문화의 언어로 말을 하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나는 그런 세계가 좋습니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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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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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6월. 서울국제도서전 문학동네 출판사 부스에서였다. 웅현님의 <책은 도끼다>를 구입하기 위해 부스에 방문했던 나는 책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놀랐다. 줄이 길기도 길었지만, 줄지어 서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성이었고, 하나같이 만화책으로 보이는 책을 들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저 책이 무슨 책인가 하고 살펴봤는데, 바로 마스다 마리의 책이었다. 대체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 책이기에, 저리도 사람들을 매료시켰을까 궁금하게 만든 책이었다.

그 후,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서는 잊고 살다가 1년이 지난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 역시 내가 봤던 그 구매 행렬을 이루는 한 사람이었을 거라 확신한다. 담백한 그림체에 소소한 일상 이야기인데, 이렇게도 공감이 가는 만화라니. 그렇게 만화를 읽고 나니, 이런 만화를 그리는 사람의 글이라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여자 산문집’이라는 책의 수식어답게,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여자공감만화가’에서 나아가 ‘여자공감에세이스트’로 확장되는 첫 책임이 분명하다. 나 역시 만화책을 먼저 보고 산문집을 읽은 탓에, ‘수짱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언제 수짱이 생각났냐는 듯 온전히 마스다 미리로 읽힌다.

   

만화와 나는 일심동체가 아니다. 애초에 등장인물과 일심동체라면 만화는 그릴 수 없다. 같은 기분을 공유하는 순간은 많이 있지만, 그리는 사람은 만화의 전부를 훨씬 더 먼 곳에서 보고 있다. (p.214)

   

그리는 사람은 만화의 전부를 훨씬 더 먼 곳에서 보고 있다는 마스다 미리의 말처럼, 그녀의 모든 만화 속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마스다 미리의 일상에서 나온 캐릭터들이니까.

   

일단 적어두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는 법이라 생각(p.24)하는 마스다 미리에게서 ‘일기쓰는 수짱’이, 언제나 자연스러운 사람이 부럽다 생각(p.109)하는 마스다 미리에게서 ‘사람은 변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고 생각하는 수짱’이, 같은 일이어도 저마다 일을 하는 방식이 있고 일 하는 법은 살아가는 법이라 생각(p.194)하는 마스다 미리에게서 ‘직장에서 동료의 일 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수짱’이 묻어나는 것이다.

   

외출할 때 챙겨나가는 바람에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지만, 어디선가 한 편 한 편 연재 된 글을 모아서 만든 산문집인지, 짧지만 여운 있는 글이 여러 편 실려 있어서 주기를 두고 한 편씩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일드라마를 기다리는, 그 설렘 가득한 마음처럼 매주 무슨 요일이면 어김없이 마스다 미리의 글을 찾아 읽고, 공감하고, 그 마음으로 또 일상을 살아가고 싶은 그런 생각 말이다. 곁에 두고 언제든 다시 펼쳐 보고 싶은 그녀의 만화처럼, 고민이 많은 날에, 공감이 필요한 날에 언제든 다시 읽고 싶은 마스다 미리의 산문이 기대 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시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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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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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침의 첫 햇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작년에 썼던 에쿠니 가오리의 한낮인데 어두운 방서평이 떠올랐다. 그 서평에서 나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캐릭터 정인의 대사를 인용한 적이 있는데, 아침의 첫 햇살엘레나를 보고 있으면 자주 정인 생각이 났다.

남성 작가가 썼지만, 남성 작가가 썼다고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성의 심리를 내밀하게 표현한 작가 파비오 볼로. 극 중 화자는 아내인 정인이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정인의 대사와 감정선이 오랫동안 남던 영화를 연출한 감독 민규동. 이 두 사람이, 누구보다 여성의 심리를 내밀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연정인이라는, 엘레나라는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우선했고,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여성의 심리를 내밀하게 그려내는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아침의 첫 햇살을 읽으면서 눈여겨 읽은 부분이 있는데, 바로 기록이다. 일기를 쓰는 여자도, 그 일기를 읽는 여자도 엘레나인데, 현재의 내가 전에 쓴 일기를 통해 과거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전개 방식이 재미있었다. 일기를 쓰는 게 유일한 낙인 엘레나. 아무도 들춰 보지 않는 일기장에 엘레나는 이렇게 기록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정인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으면서 삶의 활기를 되찾았던 것과 다르게, 엘레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읽음으로써 자신에 대한 믿음을 굳힌다. “한때 나였던 이 여인을 나는 사랑한다며 말이다.

엘레나의 일기는 기록하는 그 당시에만 멈춰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엘레나는 일기를 읽으면서 일기에 차마 담아내지 못했던, 쓰기조차 두려웠던 또 다른 속사정을 털어놓는데, 그렇다는 것은 일기를 쓴 과거의 엘레나와 일기를 읽는 현재의 엘레나가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하는 기록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건, 엘레나의 성실한 기록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일기장에 파올로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때면 나는 언제나 죄책감을 느낀다. 모든 걸 지워버리고 싶은, 일기장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일기를 지우거나 찢을 수는 없다. 그건 내가 정해놓은 규칙 중의 하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글의 내용들이 나중에는 훨씬 더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p.42)

 

일기는 확실히 과거를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도록 만든다. 놀랍기도 하지만 기운을 쏙 빠지게 만드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내가 옛날에 어땠는지를 깨닫는다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했었고, 지금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를 일기를 통해서 깨닫는다는 것이 왠지 나를 슬프게 한다. 이 일기에 쓰인 것들이 나를 두렵게 한다. 제일 무서운 것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빈 페이지들이다. (p.81)

 

일기에 쓰인 것들이 자신을 두렵게 하고 제일 무서운 것은 쓰이지 않은 빈 페이지들이라고 말하지만 엘레나는 일기로 남은 내용들이 나중에는 훨씬 더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기에 일기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일기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대화를 멈추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쓰는 현재의 자신보다, 그런 현재의 자신과 대화 할 미래의 자신을 위해. 그런 엘레나가 맞이하는 아침의 첫 햇살 곁에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어김없이 일기가 놓여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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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양아, 잘 자
안토니 슈나이더 글, 다니엘라 쿠드진스키 그림, 유혜자 옮김 / 꿈소담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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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소담출판사의 많은 책을 읽었지만, 소담출판사에서 유아 책을 전문으로 하는 꿈소담이의 책을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아 책도 어김없이 지은이와 그린이, 외국 책인만큼 옮긴이까지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지은이, 그린이 그리고 옮긴이 소개도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소개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른 출판사의 동화책 역시 이렇다 할지라도, 처음 읽은 꿈소담이의 책 역시 이러하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니 중복될지도 모르겠다.) 지은이 소개를 예를 들어 담아보자면, ‘1954년 독일 알게우에서 태어났어요. (중략) 현재는 알게우에 있는 책이 많은 오래된 집에서 꿈을 꾸듯이 살아가고 있어요.’와 같은 소개가 그러했다.

 

꿈소담이에 대한 첫 인상은 여기까지 소개하는 걸로 하고, 이 책 아기 양아, 잘 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책을 펼치면, 먼저 양 한 마리가 보인다. 드넓은 풀밭에 왼쪽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있고 양이에요.’ 하면서 양 한 마리가 소개된다. 동화책의 전체적인 색감이 왜 이리 어두운가 싶더니, 풀밭이 어두워지려고 한단다. 나에게 선물로 준다던 예쁜 양은, 나무 뒤에 숨어있던 달을 보더니 나무에 걸려 있던 꿈을 발견하고는 사다리를 탄다.

 

나무에 걸려있던 것은 구름이었고, 구름은 곧 꿈이었으며, 꿈을 냠냠냠 맛있게 먹은 양은 새근새근 잠을 잔다. ! 양이 잠이 들고, 그런 양에게 들려주는 것 같았던 자장가는 동화책을 읽는 아이에게 자장가로 돌아온다.

 

잘 자라, 우리 아기, 잘 자렴!

예쁜 금방울이 달린

어린 양을 선물로 줄게.

양은 너의 다정한 친구.

잘 자라, 우리 아기, 잘 자렴!

(본문 중에서)

 

선물로 받은 양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잠을 잃은 아이도 양처럼 나무에 걸려있던 구름을 발견하고, 꿈에 접어들며 은근하게 잠이 들것만 같은 포근한 동화책이었다.

 

p.s. 배경이 어두운 색감이라, 글자 색 역시 어두운 색인 점은 아쉬웠지만 폰트는 표지의 발랄한 폰트로 통일 되어 책을 읽는 내내 포근함을 잃지 않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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