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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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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이 좀 많다. ‘많다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넓고 좋은 아파트를 책들에게 내어주고 빌라 반지하에서 월세를 산다거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서재를 만들어 책을 소장할 만큼의 책을 가진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일단 내 책은 내 방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독립을 하면 내 방에서 내 집이 되겠지만) 몇 년 전에 10년간 사용해온 침대를 버리고 크고 튼튼한 책장을 들이면서부터 책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러면서도 책을 세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이웃분이 책이 몇 권이냐 되냐며 물어봐주셔서 한 번 세어볼 기회가 있었다. 만화책과 영화 잡지를 포함해서 500권이 되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대략 550권 정도 된다. 읽지 않은 책보다 읽은 책이 많지만, 이렇게 계속 사 모으다가는 애서가인 척하는 장서가가 될 것 같아서 작년부터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쪽으로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중 절반은 읽다말고 사 모았지만 말이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를 통해 처음 만난 윤성근 작가님의 책은 그 뒤로 내가 침대 밑의 책을 찾아 읽으면서, 이번 책 책이 좀 많습니다는 세 번째로 만난 책이다. 여전히 책 이야기였다. 내 옆에 있고 우리 동네 사는 평범한 애서가 23명의 이야기. 23명 중에는 애서가인 동시에 장서가인 사람도 있었지만, 허름한 책꽂이 몇 개 있는 애서가에 관한 이야기가 분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이며,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슨 책인지 물어보면 1초의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애서가들 말이다.

 

단호한 성격이라 다른 사람 눈치 보는 걸 싫어하는 대학생 김바름씨는 그래도 마음이 흔들릴 때면 자본1판 서문 마지막에 마르크스가 옮겨 적은 신곡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중심을 잡는다고 한다.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Segui il tuo corso, e lascia dir le gent!"

그런 김바름씨의 이야기가 담긴 꼭지의 제목은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던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는데, ‘너의 책을 읽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였다.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읽는 책을 소개할 때면 너무 쉬운 책만 읽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건 아닐까?’하는 고민에 한 동안 읽을 책을 고를 때 망설였던 적이 있다. 나름의 슬럼프였던 그 시기를 지나올 수 있었던 건 그런 나를 인정하고, 그게 누구건 눈치 보지 않기로 결심한 덕분이었다. 쉬운 책만 골라 읽고 있는 건 사실이었고, 요 몇 년 사이에 많은 에세이를 읽게 된 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 내 마음을, 마음보다 먼저 나가는 손을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그게 굳어져서 올해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서 읽기로 다짐했지만 말이다.

 

23명의 애서가 중 내가 가장 공감했던 애서가는 프리랜서 편집자 겸 여행 작가 이시우씨다.

 

제가 읽으려고 하는 책은 전부 사서 봅니다.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쫓기지 않고 차분히 읽어야 되니까 책을 사서 두고 읽는 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탓도 있고요.”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밖에 나갈 때도 늘 갖고 다니기 때문에 가방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노트북과 다이어리, 필기도구, 두툼한 책까지 넣으면 꽤 무게가 나가는데, 오래전부터 그냥 그렇게 다녀서 그런지 특별히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호기심에 전자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들기는 하지만 역시 종이책이 좋습니다. 종이만의 느낌, 만지고, 밑줄 긋고, 접고 하는 기능을 전자 기기가 구현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종이가 주는 그 느낌은 절대 아니니까요. 또 제가 평소에 메모를 즐기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종이와 필기도구 같은 아날로그에 더 마음이 끌립니다.”

 

이씨는 몇 해 전 읽은 메모의 기술에서 읽은, 메모하는 목적은 쓰고 나서 잊어버리기 위해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습관처럼 무엇이든 읽을거리를 가까이 두고 살다보니 생활의 일부분이 된 느낌을 받는다.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든 늘 수첩과 책, 또는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읽을거리를 꼭 챙긴다. 이씨는 이제 읽을거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이상이 이시우씨의 인터뷰 중 발췌한 구절들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작가는 때로 완전히 나하고 똑같은 삶을 산 것처럼, 또는 나하고 똑같은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끌리는 경우가 있다.'는 이 책에서의 구절처럼, 이시우씨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에세이는 조금 더 빨리 읽는 편이지만, 좀 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의 경우 읽는 속도가 느린 탓에 빌려 읽지 못해서 대부분 사서 읽는 편이다. ‘해밀(본명을 닉네임으로 대신했다)의 가방은 늘 무겁다는 친구들의 말처럼, 내 가방은 책 뿐만 아니라 늘상 챙겨 다니는 노트와 필기구 덕분에 꽤 무게가 나가는 편이다. 오래전부터 그냥 그렇게 다녀서 그런지 특별히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는 것도 똑같았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이유도 같았고 메모의 기술에서 메모하는 목적은 쓰고 나서 잊어버리기 위해서다라는 말을 기억에 남는 말로 꼽은 것도 같았다. 끝으로, 읽을거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한 것까지. 온라인에서 내 취향과 맞는 사람의 글을 읽게 되면 내가 쓴 글 같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랬다.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공감했던 부분이 있는가 하면, 배울 점도 많았다.

 

1.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머릿속에 든 게 많아도 그것을 버무려 자기 철학을 만들지 못하면 아는 척밖에 할 수 없(p.92)으니 자기 철학을 만드는데 힘쓸 것.

 

2. 서점은 책을 사러 가는 곳이고, 헌책방은 책을 만나러 가는 곳이라고. (중략) 그렇게 낯선 책들 중에 하나를 골라 읽어보면 뜻밖의 보물을 찾을 때가 있(p.138)으니 헌책방을 가까이 할 것.

 

3. 내가 갖고 있으면 몇 년 동안 책장 안에서 빛을 못 볼 운명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한 책일 수도 있(p.148)으니 책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정리할 책은 정리할 것.

 

물론 모든 애서가에게는 책을 사랑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겠지만, 내게 부족한 점을 채워 넣는다면 보다 넓고 깊은 애서가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열심히 밑줄 치고 메모하가며 읽었다.

 

글을 마무리하자니, 문득 작년에 재밌게 읽은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이 떠오른다. 장서의 괴로움이 책 제목처럼 장서의 괴로움을 호소하던 애서가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장서의 괴로움을 기꺼이 짊어지고 애서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책이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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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여직원
마시멜 글.그림 / 아이생각(디지털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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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했던 시집을 비롯해서 책 4권을 반납하러 갔다가 또 다른 책 4권을 빌려오고 말았다.

그 중 한 권은 『게임회사 여직원』이라는 책인데, 이 책 재밌다.

저자에 대해 소개하자면, 먼저 책 제목 그대로 '게임회사 여직원'이다.

게임회사 여직원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2-30대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웹툰작가 마시멜의 신작이라는데,

일상툰이라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한 때 게임 좀 했던 내 추억을 제대로 소환하는 책이다.

나는 주로 게임팩을 통해 했던 게임 이야기를 할 때마다 미친듯이 공감했는데,

게임 이름은 몰라도 자주했던 게임들이라 그런지 마치 어제한 것처럼 게임의 장면들이 눈에 선했다.


위 사진은 작가의 생애 첫 RPG '드래곤 퀘스트3' (이하 드퀘)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나온 그림.

작가가 드퀘를 시작하게 된 건 90년대 후반, 오빠가 혼자 드퀘를 실컷 하다가

렙업이 지겹자 작가에게 넘기면서 부터였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몬스터가 귀여워서 흥미가 생겼고,

렙업 후 새 스킬 터득에도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특히나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컨텐츠가 가득한 마을과 대답하는 NPC. "우왕! 말한다!"

(NPC가 비록 일본어를 했을지라도)


이전에 게임들에서는 없던 '소통'이 무척 신기했던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작가만의 드퀘를 시작했다.

여러 재미가 공존하는 드퀘의 매력에 현혹되었고,

어느새 오빠의 레벨을 앞지르기에 이르렀으며 그리고 마침내,

게임을 클리어-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엔딩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드퀘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고

타이의 대모험, 로토의 문장, 아벨탐험대 등 드퀘시리즈 만화에 빠졌다.

훗 날 게임공학과에 진학하여 드퀘 냄새 폴폴 나는 학과 티셔츠를 디자인 하기도 했으며

동경게임쇼에서 슬라임 인형을 건지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부터는 드퀘에 대한 열정을 게임 개발로 승화 시키고 있다고.


특히 마지막 구절이 인상 깊었다.


'나의 영원한 판타지로서 내 삶에 크게 자리한 드퀘 처럼'

자신이 만드는 게임도, 누군가의 오래오래 기억되는 생애 첫 RPG가 되길 기대하며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



게임팩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게임을 했지만,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았던 게임팩 게임을 잊지 못한다.

소통하지 않았어도 재밌었던 추억의 게임들.

나이 들면서, 이사를 하면서 나의 게임기와 게임팩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그래서 더 그리운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은 곁에 없어서.


먼저 텔레비전을 켰다.

케이블 선을 연결하고 텔레비전을 켜면 텔레비전은 지지직 거렸고,

하단을 후, 하고 불어서 게임팩을 꽂는다.

타이틀이 뜨고 게임 이름들이 나열된 화면이 펼쳐지면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많고 많은 게임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임을 몸풀기 게임으로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게임팩들을 곁에 두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그 시절 그 게임들.


내 삶에 크게 자리잡진 못했지만

소중한 나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준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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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 소녀는 나중에야 자신만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텔레비전 소리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소녀를 보고 엄마는 절망한다. 그제야 소녀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뿐이었다. 그녀는 들리지 않아도 그림은 그릴 수 있으니까 2008년부터 ‘싸이월드’에서 스킨작가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유명해지기도 한 그녀는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몇 년 전, 그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전적 병인 이 병은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결국에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며 아직까지 치료법도 없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맺어가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에 슬퍼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녀는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

 

구작가님의 토끼 '베니'는 싸이월드 시절에 만났다.

블로그처럼 내 마음대로 스킨을 바꿀 수 없었고, 그래서 스킨을 구경할 때가 많았는데

그 때 '귀가 큰 토끼' 베니를 만났던 거다.

 

일러스트를 더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에 베니를 그린 구작가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고,

일에 대한 문의는 이메일로만 받는다는 작가님의 글을 발견했다.

그때 알았다. 작가님이 귀가 큰 토끼를 그리는 이유를.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존재를 그리기 시작한다.'

 

내가 베니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저 귀여운 토끼여서가 아니라

베니에게서 작가님의 희망을 읽어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는 구작가님.

반가운 마음으로 책 소개를 읽어나가는데 애석한 문장이 눈에 밟혔다.

몇 년 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으셨다는 이야기.

 

그래도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구작가님은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는 글을 읽는데,

단순히 책 소개를 읽는 것만으로 벅차 올랐다.

 

 

 

베니, 조금만 기다려. 곧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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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원대하고 마음은 이미 대업을 이루고도 남았으나, 본디 사주가 게을러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대중문화 찬양 에세이다. 저자는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1년 10개월간, 신문 지면에 '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칼럼을 연재했다. 주로 심각하지 않은 책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소재로 하여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녹여낸 칼럼이었는데, 기자가 갖춰야 할 객관과 중립의 미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에 뜬금없는 만화나 뜬금없는 아이돌을 언급하며 기자의 편파적 취향과 주관적 유머코드를 마구 투척한 글들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독자들은 그녀의 칼럼을 "사랑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작가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열렬했던) 독자들이 애정한 글들을 추려내고, 여기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덧붙여 쓴 것이다.

 

*

 

'어쩌다 어른'이라는 제목과 '나만의 잉여로움을 위한 1인용 에세이'라는 부제도 마음에 들었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책 소개에 담긴 글이었다.

 

주로 심각하지 않은 책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소재로 하여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녹여낸 칼럼이었는데, 기자가 갖춰야 할 객관과 중립의 미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에 뜬금없는 만화나 뜬금없는 아이돌을 언급하며 기자의 편파적 취향과 주관적 유머코드

마구 투척한 글ㄷ르이라니. 나 역시 이런 칼럼을 읽고 쓰길 좋아하는 사람이라 끌리는 게 당연했던 것 같다.

 

'청춘이라기엔 민망하고 어른이라기엔 아직 서툰 당신에게'

 

 

 

 

 

일러스트도 완전 내 취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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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김훈, 이해인, 이외수, 도정일 등 우리 시대의 멘토들이 뽑은 '내 인생의 시 한 줄'을 담은 책. '나를 흔든 시 한 줄'은 2014년부터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에 매주 두 차례씩 연재된 코너다. 고은 시인이 첫 주자로 시작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마음에 새겨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시 한 편과 그 사연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명사들이 뜨거웠던 청춘의 문장들을 선보였으며, 그중에서 천천히 오래 읽고 싶은 55명의 원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고은 시인은 시(詩)를 '심장의 뉴스'라고 했다. 시가 시원한 바람 한 자락, 서늘한 물 한 모금처럼 온몸에 신선한 피돌기를 가져오는 새 소식이라는 비유다. 그렇다면 '나를 흔든 시 한 줄'은, 마음에 새겨두고 오래 씹어 어려운 시절마다 힘으로 삼았기에 '나를 살린 심장의 뉴스'인 셈이다. 아프고 외로웠던 순간 '나를 지탱해준 청춘의 문장들'이 하루하루 상처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

 

작년에 세계사에서 출간된 『순간을 읊조리다』를 인상 깊게 읽었다.

시 한 줄이 주는 그 힘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이 책은 2014년부터 중앙일보 오피니언면에 매주 두 차례씩 연재된 코너로,

고은 시인이 첫 주자로 시작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마음에 새겨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시 한 편과 그 사연을 소개한 책이라고 한다.

 

'나를 흔든 내 인생의 시 한 줄'

 

100명의 명사들이 뜨거웠던 청춘의 문장들을 선보였고,

그 중에서 천천히 오래 읽고 싶은 55명의 원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는데

아... 목차만 살펴봐도 두근두근하다.

 

아래는 책을 읽기도 전에 나를 설레게 한 목차를 덧붙여본다.

 

 

 

1. 그땐 정말 몰랐었네

다 거둬들이지 말고 조금 남겨두기를
도정일 . 로버트 프로스트, 「안 거둬들인」

성자가 된 밥풀
이해인 . 권영상, 「밥풀」

새를 잡으려 걸어놓은 새장을 지우는 일
김창완 . 자크 프레베르,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말로 .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피다, 지다, 울다, 살다
김훈 . 김소월, 「산유화」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문훈숙 . 정현종, 「방문객」

결코 침묵하지는 말자
정호승 . 김수영, 「눈」

나는 을이로소이다
권영빈 . 김장호, 「나는 을乙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것
박정찬 . 퍼시 비시 셸리, 「종달새에게」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문정희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잊히지 않을 말, 잊을 수 없는 말
고은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천국편』 33곡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다
성석제 . 정현종, 「견딜 수 없네」

내 전 생애가 담긴 침묵이라오
최영미 . 사라 티즈데일, 「아말휘의 밤 노래」

어느 길에서 속기俗氣를 벗어날까
손철주 . 두보, 「관이고청마제산수도」

춤을 춥시다, 둥둥 날아오릅시다
안은미 . 조지훈, 「승무」

경계에서 피는 꽃
안호상 . 함민복 「꽃」

혼자 보는 별 하나
장제국 . 이준관, 「별 하나」

2. 흔들리는 꽃을 보았네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김용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박원순 . 최영미, 「선운사에서」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임옥상 . 고은, 「비로소」

영혼은 반드시 고통부터 경험해야 한다
한대수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군도』

단호한 참수
서명숙 . 문정희, 「동백꽃」

꽃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그리고 두려워 마라
김선욱 . 헤르만 헤세, 「봄의 말」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박재동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인순이 . 장태평, 「나이 든 나무」

분투하고 추구하며, 결코 굴하지 않으리니
박경철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바람이 인다, 살아야 한다
승효상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녹슨다는 것과 닳아진다는 것
황보 . 조지 휫필드, 「일기」

강물은 바다로, 나무는 하늘로 향한다
구본창 . 작가 미상, 『가언집』

시방 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김종규 . 김종규, 「꽃자리」

불위야不爲也, 비불능야非不能也
조재현 . 맹자, 『맹자』

언제든 잊지 못할 이 꿈은
차동엽 . 황순원, 「나의 꿈」

너와 나의 최후는
조영남 . 이상, 「최후」

아빠가 옆에 없으면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
김성곤 . 잭 로거우, 「스케이팅 레슨」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
유종호 .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이길여 . 정호승, 「봄길」

푸른 바다는 고래를 위하여 푸른 것이다
조희연 .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나는 그들을 잊지 못한다
엄홍길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3. 사랑이 나를 부르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이외수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향풀 진액으로 쓴 두 번째 편지
이원복 . 서정주, 「사소 두번째의 편지 단편」

너를 안고 내가 스며들다
함춘호 . 안도현, 「스며드는 것」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진모영 . 박노해, 「첫마음」

지금 내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유기풍 . 나태주, 「행복」

나를 으깨어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힘
원희룡 . 안도현, 「연탄 한 장」

사람 하나 탐낸 죄
한승헌 . 김남조, 「사랑초서」

사랑이 진리라면 나는 탐구하겠다
전인권 . 어니스트 헤밍웨이, 「삶」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하여
김봉렬 . 폴 엘뤼아르, 「자유」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박정자 . 문정희, 「사랑해야 하는 이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안희정 . 신동엽, 「담배연기처럼」

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박찬숙 . 김남조, 「생명」

이다음 숲에서 무엇으로 가야 할 것인가
김희옥 . 조오현, 「적멸을 위하여」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신경림 . 이병철, 「나막신」

나무 같은 사람 만났으면…
강부자 . 이기철, 「나무 같은 사람」

나는 천 개의 바람이에요
정경화 .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서로에게 꽃이 되는 주문
한영애 . 김춘수, 「꽃」

엮은이의 말 / 작품 출처 / 그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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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N) 난 글자에 관심을 끊었다. 제도를 만들고 씨앗을 뿌렸다.
이제 글자는 세상의 것이고, 저들의 것이

다.
그 글자가 어떤 세상을 만들지도, 저들의 책임이다.
그러고도 난 나의 일을 계속했다. 일이 없을 땐, 향원정에서 그 꽃을 본다.

-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제24부 중에서

*


종영한지 4년이 된 드라마지만, 곧잘 복습하는 드라마여서 그런지

대본집을 읽는데 드라마 속 장면들이 눈에 선했다.

3권에 담긴 작가 인터뷰가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읽었다.

워낙 재밌게 챙겨본 드라마였던 만큼 결말도 아쉬웠는데,

결말에 대한 작가님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가상의 인물은 모두 퇴장시키고, 이도는 냉엄한 현실, 차가운 역사 앞에 다시 선다.'

그런 의도였다고. 한글은 살아남았고, 그 한글이 아직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과거의 이야기보다는 글자의 현재성을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라는 인터뷰를 읽으니 이도의 저 내레이션이 다시 읽혔다.


작가님들과 감독님에게 시간이 조금 더 있어서,

'인물들의 희생과 노력 속에 남겨진 글자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런 의미로 엔딩에서 글자가 조선 산하를 넘어 넘어

지금 우리시대에까지 이르는 장면이 CG로 연출'(p.390)되었다면,

나는 조금 덜 허무해했을까. 아쉬웠어도 좋은 드라마로 남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긴 하지만.

p.s.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글은 따로있다. '드라마를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최선에 최선을 다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죽어라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후자는 노력하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전자는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누가 "넌 이 말을 하고 싶은 걸로 해"라고 지시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가슴에 있는지,

그 정도의 자기 검증은 필요하다고 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아직도 사람들 반응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란다.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했구나, 싫어했구나. 그런 것을 늘 새롭게 깨닫는다.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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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데이미언 톰슨 지음, 정주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책등의 색이 같은 계열의 책을 한데 모아 정리한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그 사진을 본 한 분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댓글을 달아주셨기에 물었다. 어떤 책인지 궁금하다고. 남겨주신 답글에는 이 책 <책과 집>이 담겨있었다.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글과 사진을 통해 우리는 각각의 공간과 취향, 책의 양에 걸맞은 수납 방식을 터득해보기로 한다"(p.11)고 운을 떼는데 정말 그런 책이었다. 장식으로서의 책부터 어린이방 등 총 7챕터로 나눠서 이야기하는데, 정확히 30쪽에서 나는 익숙한 책장을 발견했다. 색깔별로 정리된 책장 사진 아래, 이런 글이 실려있다.

색깔별로 책을 정리할 때는 스펙트럼이 나뉘듯 차가운 색(파란색과 초록색)과 따뜻한 색(빨강과 노랑)으로 나누어 배열하면 보기 편하다. 중간 색(보라와 분홍)이 시각적인 다리 역할을 하면 이상적이다. 이런 배열은 오른쪽 사진 속의 벽돌벽처럼 거칠고 광택 없는 배경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p.30)


외국 서적이긴 하지만 '책'이어서 낯설지 않았고, 곳곳에서 공감해가며 읽었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구절이다.

캐나다 소설가 로버튼슨 데이비스가 말했다. "진정 위대한 책은 어려서 읽고, 커서 다시 읽고, 늙어서 또 읽어야 한다. 훌륭한 건물을 아침 햇살 속에 보고, 점심 때 보고, 달빛 아래 다시 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말대로라면 책을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또 늘었다. 이렇게 한번 손에 넣으면 내놓질 않으니, 현대식 로프트에 살든, 빅토리아 풍 연립주택이나 조지 왕조풍 대저택에 살든 책을 보관하고 정리한다는 건 어려운 일일 수밖에. (p.7)

공감가는 말은 더 있다. 19세기 중반 성직자 헨리 워드는 "책은 가구가 아니지만 그만큼 집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고, 12세기 유대인 철학자 유라이븐 티본은 "책을 친구 삼으라. 그대의 책꽂이가 유원지가 되게 하라."고 했으며 작가 애나 퀸들런은 "내 아이들이 집안 장식은 필요한 만큼의 책꽂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했단다. 책 사진 중간 중간에 이런 말들이 나와서 메모하기 바빴다.

소름돋게 공감했던 구절은 이 구절이다.


서재란 누군가가 평생 모아온 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진지한 관심사를 반영하여 구체화한 곳에 가깝다. 미국 성직자 토머스 웬트워스 히긴슨은 『읽지 않은 책들』에서 책꽂이가 부족해 목수를 불렀을 때의 일을 이야기한다. 목수가 그에게 "정말 이 책들을 다 읽으셨어요?" 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도구 상자에 있는 도구들을 다 쓰시오?" 물론 아니다. 도구란 나중에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재는 읽은 책을 보관해두는 곳이 아니라 필요할 때를 대비하는 공구상자에 가깝다. (p.91)


책을 읽다보니 작년에 읽은 『장서의 괴로움』이 떠올랐는데, 판형과 책장은 저마다 제각각이어도 책 덕후의 책 사랑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나 역시 그런 책 덕후 중에 한 명이고.

움베르트 에코는 『장미의 이름』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되,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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