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자유이용권을 좋아한다. 놀이동산에서도 big5 같은 건 쳐주지도 않았다. 자유이용권을 끊지 않은 채, 제값 내고 놀이기구를 타본 적도 없다. 무조건 자유이용권으로. 그리고 일단 끊었다면 자유이용권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소위 '뽕을 뽑는' 놀이는 기본이다. (아, 물론 최근에는 체력이 많이 딸려 자유용권을 끊고 가서도 제대로 뽕을 뽑지 못하는 오호통제라한 상황이 오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고맙게도 iMBC에서 만원 무료 충전 이용권을 주어서, 그걸로 이틀치 iMBC 자유이용권을 사서 매우 신나게 놀았다는 거다. 물론 오천원을 더 내면 한달 자유이용권을 주긴 하지만, 굳이 내돈 오천원을 들이고 싶지는 않아, 그냥 이틀치만 끊었다. (하루에 4천원, 아직 2천원이나 남았다. 흐흐) 벼르고벼르던 크크섬의 비밀을 25회까지 모두 보고 (결방이 많아, 아직 많이 못갔더라) 아일랜드, 네멋, 각각 재밌었던 한 회분씩과 거침없이 하이킥 스페셜,까지. (다시 봐도 가슴아픈 민-민 커플) 그리고 오늘은.....으흑.... 대한민국 변호사들을 시작해 2회나 봤다. (이건 순전히 8할은 류수영 때문이고) 지난 설에 꽃보다 아름다워 본 이후로 참 오랜만에 드라마를 시작하니, 참 가슴이 떨리네. 앞으로 집착할 걸 생각하니. (집착이 두려워 시작도 못하는 스타일) 아! 떨리는 가슴도 볼걸! (아깝다 아까워)


&


이틀을 그렇게 방아일체가 되어 살다가 오늘 오랜만에 외출을 하니, 머리가 아프다. N에게, 나 이틀만에 5분이상 걸었더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아. 라는 문자도 보내고 ㅋㅋㅋ

얼마전 니나가 평일 낮시간에 대학로에 오세요 라는 페이퍼를 올렸던 걸 떠올리고(뻠뿌질하면 바로 넘어간다), 연극 시간보다 조금 일찍 대학로로 나가 거리를 좀 걸었다. 아, 역시 모든 것은 상상하는 게 제일 아름답지. 사람도 생각보다 많고, 날도 덥고 하여 대학로를 걷는 일은 생각만큼 즐겁지는 않았다. 김연수가 말하던 여행자놀이도 해보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또 이 거리가 내게 너무 익숙하네. ㅎㅎㅎ

그래서 난 사람 많은 대학로에서 풍경놀이를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오늘 내가 대학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풍경이 되어주는 거다. 창가에서 여유롭게 책보는 아가씨 풍경을 컨셉으로 정하고, 볕이 잘 드는 커피숍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냥 책을 읽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누구도 나를 신경쓰지 않고 스쳐지나가겠지만, 상관 없다. 아니, 오히려 그 쪽이 훨씬 낫지. 나는 대학로 풍경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니까. 그래, 사실 그냥 책을 읽었을 뿐이다. 책을 읽는 나는 나에게는 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나의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그 시간의 주인공은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일 수 밖에 없으니. 단지 그 사실을 인식하고,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 풍경이야 ㅎㅎㅎ' 하며 즐거워한 것일 뿐, 별 특별한 것은 없다.

사실 우리는 날마다 어디를 가든, 누군가의 풍경으로서 존재한다. 나는 그들의 풍경이 되고, 그들은 나의 풍경이 되고. 다만, 타인을 풍경으로 바라보면서도, 자신이 누군가의 풍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뿐.




내가 사람들의 풍경이 되어준 자리
(실내의 비어 있는 나무의자)







그리고, 오늘 나의 풍경이 되어준 사람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8-09-16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쟁일 시체놀이 했습죠;;;;;
너무 잘 자서 잠도 안오네요... ㅎㅎㅎ

웽스북스 2008-09-16 13:05   좋아요 0 | URL
너무 잘 자서 잠도 안온다는 그말 쓰고 바로 잤죠? ㅋㅋ
나도 너무 잘 쉬어서 잠도 안온다는 말 쓰고 바로 잔 사건 ㅋㅋㅋ

니나 2008-09-16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아일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09-16 13:0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원래 침아일체라고 쓰려다가
내가 꼭 누워만 있었던 것은 아니야!!! 이러면서 ㅋㅋㅋ

hnine 2008-09-16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걸 풍경놀이라고 하는군요. 저도 잘하는 놀이네요 ^^

웽스북스 2008-09-16 13:05   좋아요 0 | URL
뭐든, 이름 붙여서 의미부여하고 즐기고
이런걸 워낙 좋아하는지라 ㅎㅎ

hnine님도 밥알 뜨게 하기 놀이 하셨잖아요 ^_^

hnine 2008-09-18 00:24   좋아요 0 | URL
푸하하~~ 밥알뜨기놀이라~ (커피 다 쏟을 뻔 했어요 웃느라~)

웽스북스 2008-09-16 19:45   좋아요 0 | URL
오홋, 오늘도 한명을 웃겼군요
(그걸로 족합니다~)

근데 웃길려고 한말은 아니었는데,
난 늘 그게 문제 ㅎㅎ

네꼬 2008-09-1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아일체. 아아 이러니 내가 웬디양님을 좋아하지. 나는 소파아일체의 휴일들이었다능. (반갑소 동지! 악수 흔들흔들~)

웽스북스 2008-09-17 00:49   좋아요 0 | URL
흔들흔들, 아 악수하기에 우리는 So far...ㅜ_ㅜ
 



ㅎㅎ 없으면 1시간 후에 폭파하구요~


^_^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8-09-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리고픈데 이미 썼다요. -_-

웽스북스 2008-09-15 11:50   좋아요 0 | URL
ㅎㅎ 대학로에서 연극 보기 전에 영화라도 한편 볼까 했는데, 나다에서 하는 영화도, 굳이 나다에서 안봐도 되는 영화고, 여러모로 마땅치 않긴 하네요~ 그냥 거리를 좀 헤매거나 카페에 들어가 있을까봐요.

2008-09-15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6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실 나는 뮤지컬을 별로 믿지 않는 인간 중 하나이다. 풍족한 볼거리, 들을거리로 빈약한 텍스트를 가리는 뮤지컬이 얼마나 많은가. 하여 나는 비교적 텍스트로 승부하는 정극 쪽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하는 축에 속했고, 오늘 함께 '맨오브라만차'를 본 니나도 비슷한 족속이었다. 나야, 워낙 지금까지 경험해온 뮤지컬의 토양이 척박했기 때문이겠고, 나보다 연극을 서른배쯤 많이 본 니나는 연극의 토양이 풍성했던 데 반해 뮤지컬 쪽에서는 제대로 임자를 못 만났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니까, 나는, 우리의 저 생각이 깨졌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다. 정성화 주연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를 보면서. 지금까지 봤던 뮤지컬의 대부분이, 노래나 퍼포먼스가 강한 뮤지컬은 스토리가 약하거나, 혹은 다 되는데. 배우가 너무 연기를 못하거나, 하는 등, 뮤지컬에 필요한 요소 중 한두가지가 아쉬운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연기, 배우 실력, 스토리라인, 무대,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특히 정성화라는 배우를 다시금 보게 됐다. 카이스트 시절 그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음에도, '개그맨 출신'이라는 이유로 왠지 가볍거나, 웃기는 걸로 승부하거나, 유명세에 기대(뭐, 정성화는 유명 배우는 아니었지만) 실력은 조금 떨어질 것 같다는 편견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주어 고맙다. 내가 이렇게 편견으로 점철된 인간이다. 암튼,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요즘 주변에 거침없이 추천을 날리고 다니는 중. (벌써 몇명 넘어올 것 같다. 나는야, 영업업무는 절대 못하지만 진짜 삶에 있어서는 영업 사원 마인드~)

어떤 글을 보니 이 뮤지컬은 '누군가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뮤지컬'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공감한다. 물론 한권의 책, 한편의 영화, 하나의 뮤지컬 등으로 자신이 바뀌었다는, 빈약한 삶의 경험과 무게를 가진 사람을 개인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뮤지컬을 보고, 자신의 삶의 자세를 반추해 보거나 다잡지 않는다면, 아마 다음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매우 '잘' 살고 있거나
매우 '잘~' 살고 있거나

개인적으로 계속 들었던 물음은 이것이다. 진실을 사는 이에게 현실의 거울을 비추는 것과, 현실을 사는 이에게 진실의 거울을 비추는 것 중, 더 잔인한 것은 어느 쪽일까. 지극히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진실의 거울'이 두려워 계속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진실의 거울을 맞닥뜨려야 할 것인가, 현실의 거울 안쪽에서 달콤한 솜사탕이나 뜯어먹으며 살아갈 것인가. (하하, 그렇다고 내 현실이 꼭 그렇게 달콤한 것만도 아닌데 말이지 -_-) 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없던 고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오게 되는 건 이 작품이 가진 힘일 것이다. (하여, 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좀 징징대는 중이다.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살지, 하면서...)

생일이 되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있지만, 니나는 내게 이 공연을 '생일선물'로 보여줬다. '생일'이 단순히 태어난 날이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날,이라는 뜻에서라면, 치열하게 고민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만 같은 무력한 이십대였을지언정, 이십대의 삶을 마무리하고, 삼십대에 접어들고, (아, 징그러) 이제 또, 다시,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는 나이기에, 감히 단언컨대, 올해 아마도 이걸 능가하는 선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나보다 며칠 앞서 태어난, 아마도 내년쯤 결혼을 할 것 같은 C에게, 남자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이 공연을 보여달라고 하라고 마구 강요했다. 이십대의 마지막 생일이자, 결혼하기 전, 마지막 함께 보내는 생일에, 이 공연을 함께 본다는 건 너와 T가 앞으로 함께할 생을 그려 나가고 계획함에 있어서도 매우 소중한 경험이자 최고의 선물이 될 거야, 블라, 블라, (아무래도 나는 의미부여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그녀는 물론 한마디로 일축했다 - 어쩌지? 선물 벌써 받았는데 두둥~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에디 2008-09-1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굉장한 뽐뿌가 되는되요? 전 이런식의 추천에 굉장히 약한 편인데 (삶의 큰 의미가 될꺼야 하는..) 제 주위 지인들도 웬디양님 처럼 뮤지컬의 '빈곤함' 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편들이라서 누굴 데려가야 할지...-.-



아, 징그러.

웽스북스 2008-09-15 11:11   좋아요 0 | URL
아, 주이님, 굉장한 뽐뿌가 됐다니, 하하, 저 막 영업해놓구, 또 정작 사람들이 설득당하면 또 흔들흔들 하잖아요. ㅋㅋㅋ

뮤지컬의 빈곤함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하는 분께, 너무 큰 기대는 심어주지 말고, 한번 같이 가보심이 어떨런지요 ^_^

니나 2008-09-15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

웽스북스 2008-09-15 11:12   좋아요 0 | URL
어 스페셜땡스투다 ㅋㅋㅋ
 



한동안 영화를 보지 못했다. 뭐, 바쁘기도 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조금 여유를 내어 몇편의 영화를 봤고, 본 영화들이 또 다들 괜찮았다 ^_^

'리뷰'라 할 수 있는 수준의 후기를 쓰지는 못한 관계로 몰아서, 약간의 기록을 남긴다. ㅎㅎ (앞으로도 이럴 셈이다. 하하.)


WALL-E

가끔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하잖아. 아 내가 귀찮게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좀 편하게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 먹지 않아도 힘이 나는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삶이 편리하면 편리해질 수록, 불편함에서 오는 소소한 매력 같은 것이 사라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

그 현실이 극대화된, 멀지만은 않은 미래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현실을 단순히 로봇 공상만화라고 무시해버릴 것인가. 그러기엔, 이것이 그리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개연성이 넘쳐나지 않는가.

그럼에도 손과 손을 마주 잡는 것, 소통하는 것, 작고 푸른 것이 주는 묘한 마음의 움직임은 여전한 곳이어서 다행이다. 그 작은 것들의 힘을 믿으며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부터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만화가 공상과학만화였다고, 먼훗날 여유롭게 웃으며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엔, 위기는 너무나 깊지만)

- 이브, 웃는 모습 너무 사랑스럽다 ^_^

다찌마와리

요즘들어 말장난에 부쩍 재미를 붙여서인가, 이 영화의 말장난들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내 마음의 재건축이 이루어져, 겨우 당신을 위한 셋방을 마련했는데, 라니. 하하. 놀라운 표현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매니아 층에서 꽤 사랑 받고 있는 거, 이거 한국 영화계의 재건축 아닌가

내용,이야 뭐 기대했던 것보다는 좀 나았던 것 같고. ㅎㅎㅎ (우와, 실은 기대를 별로 안했었다고는 하지만) 같이 본 사람들끼리 모여서 크득크득 거리며, "어머, 미운말!", "깍쟁이" 하면서 노는, 영화 후 재미가 더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못본 사람들이 뭥미! 하더라도 그냥, 같이 본 사람들끼리 느끼는 어떤 유대감을 만끽하하면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같은 거. 기억력이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말이지.

- 두번째 쓰는 글이라 잘 쓸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쓰는 리뷰라서 허접해요. 불펌 하시면 미워하실 거에염. 이 리뷰를 사랑하는 엄니에게 바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오타 신고는 wendy99@.....

롤라런

이런 류의 구성이야 뭐 그렇게 새롭거나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건 어떤 중대한 선택이 삶에 가져오는 변화라기보다는 사소한 시간차에 의해서도 휙휙 달라질 수 있는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더 흥미로웠달까. 똑같은 상황이 세번이나 반복됨에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장면마다 또한 디테일한 재미요소들을 숨겨놨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것도 그렇고, 지나치는 사람의 미래 모습들을 스틸컷으로 처리한 장면들도 나름 신선했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를 보고 나면 반사적으로 나의 삶을 돌아볼 수 밖에 없다. 그 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누군갈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또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용이의 입을 빌어 말한 박경리쌤 말처럼,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내 앞의 한 순간 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장땡,이라는 안일한 결론에 도달해보기엔, 또 그건 너무 맘대로 안되는 일 아니더냐.

카라멜

제목에서 주는 느낌은 한 남녀의 끈적끈적하면서도 달달한 카라멜같은 연애사 정도가 아닌가 싶지만, (이 빈약한 상상력이라니) 사실 이 영화, 언니들 중심의 영화다.

유부남을 사랑하느라 정작 자신을 찾아온 사랑은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여자,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땅이 꺼질 듯 고민을 하는 여자, 그런 젊은 여인들 틈바구니에서, 도저히 자신에게 흐른 세월의 흔적을 인정할 수 없는 중년의 여자. 이제 남아 있는 것이라곤 지난 청춘 사랑받고 사랑하던 기억 뿐인, 반쯤 정신이 나간 치매 할머니와, 그 할머니를 돌보는, 그러한 이유로 찾아온 사랑 앞에 돌아설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할머니, 아니, 여자. 

함께 모여 울고 웃고 이야기하며 찐덕찐덕한 고민들을 나누지만, 그들의 걱정과 고민은 늘 남성이라는 존재의 시선 안에 갇혀 있고, 그것으로부터 평생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참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고, 보이는 현상만 다를 뿐, 레바논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도,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일면 그런 부분들을 모두 가지고 있을테니.

개인적으로는, 현실의 제약을 결국 넘어서지 못한 할머니, 얘기가 가장 와닿는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화장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머리도 손질하는 그 설렘을 붙드는 건 지독한 현실. 나는 자꾸만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의 한 장면,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들어오면 지극히 현실적인 그림과 마주쳐야 했던, 마당에서 맴을 돌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엄마의 모습과 딸의 마음이, 그녀의 모습 언저리에서 맴도는 것만 같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8-09-1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많이 봤네요. 저도 연휴에 개봉작 하루에 한 편씩 보고 있다요. :)

웽스북스 2008-09-15 11:12   좋아요 0 | URL
오오, 저는 연휴에 다 본게 아니구요, 최근 2주 정도에 본거 몰아서 쓴거에요 ㅋㅋㅋㅋ 연휴에는 완전 집에서 뒹굴게 뒹굴게를 찍고 있었다는 ㅋㅋㅋ

다락방 2008-09-1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찌마와 리와 카라멜이 저와 겹치는군요 ㅎㅎ

다찌마와 리는 좋긴 했지만 큰 웃음을 주진 않았어요. 대신 작은 웃음을 여러번 줬달까요.
카라멜은 그것이 단순한 연애이야기라면 그저 그런 영화가 됐을것을 사랑을 앓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 라서 좋았던 것 같아요. 주연을 맡은 감독이 이제 막 시작하는 감독이니 앞으로 더 나은 영화들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

웽스북스 2008-09-16 01:38   좋아요 0 | URL
헤헷 맞아요 작은 웃음 여러번 ㅋㅋㅋ

그리고 카라멜, 저도 여자들의 이야기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봤던 것 같아요 흐흣 ^_^

니나 2008-09-1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에 삼각형은 삼각김밥뿐. (그렇담 기꺼이 당신 삼각김밥 속 볶음 고추장이 되어 드리겠어요.) 아흑 난 몰라 ㅋㅋㅋ

웽스북스 2008-09-16 01: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참치마요네즈 먹는데 ㅋㅋㅋ
 





니나의 친절한 모기님 덕에 덩달아 조제를 보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
나는 이 노래가 엄청 듣고 싶었던 거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블리 2008-09-1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혹시 제목, 친구라는 뜻?

웽스북스 2008-09-14 14:28   좋아요 0 | URL
아 언니 amie가 불어로 친구인지 몰랐어요 ㅎ
영어로 된 가사라, 그냥 amie라는 이름 아닐까요? ㅎㅎ
(실은 모르겠어요 잘 ㅎㅎ)

리사 2008-09-1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웽스북스 2008-09-14 14:28   좋아요 0 | URL
...^^

리사님, 추석 잘 보내고 있지요? ㅎㅎ

니나 2008-09-16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미다... ㅋㅋㅋ

웽스북스 2008-09-16 01:44   좋아요 0 | URL
에미야, 와서 여그좀 앉아봐라, 이거야?
amie come sit on my wall ㅋㅋㅋ

니나 2008-09-16 04:35   좋아요 0 | URL
미쳐 ㅋㅋㅋ

곰탱이 2008-10-2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데미언라이쓰~~~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