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창해ABC북 1
도미니크 미셸 외 지음, 나선희 옮김 / 창해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창해 ABC 북스 시리즈 가운데는 탐나는 책들이 많았다. 일단 그림이 예쁘고, 컬러 사진들이 다채롭게 수록되어 있으며 제목과 주제들이 '격조 높아' 보이는 게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까서 내용을 보자 실망스러운 점이 많이 발견된다. 예상 외로 프랑스나 유럽연합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된 서술이 많고, 단순히 교양 인문서로 읽기엔 자연과학적 지식이 꽤 된다. 아마도 프랑스 독자들을 위해 쓰여진 책을 냉큼 번역해서 내다 보니 그리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역자가 그런 부분들을 소화할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책이 자연히 재미가 없어진다. 외국어 서적을 번역할 때는 그 나라 말을 잘 하는 사람(불문과 출신) 보다 어설퍼도 전문지식을 익힌 사람(식물학 전공자)가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프랑스로 들어오는 연간 과일 수입량 도표(119쪽)는 아예 빼버려도 되지 않을까? 게다가 중국과 터키 국기 위치가 바뀌어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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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 > 사다리 다시 내놔요!

오래 전, 누나가 선을 봤다. 캠브리지 교수란다. 혹시나 해서 이름을 물어봤다. 장하준이란다. 세상에나! 내가 나온 고등학교의 전설인 바로 그 장하준이 누나와 선을 보다니! 난 그의 동생과 초등 및 고교 동창이었고, 대학 동문회에서 장하준 형을 알게 되었다. 하준 형의 졸업생 환송회에서 그 형이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토플 성적-680점인가?-을 안고 캠브리지에 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와, 나한테 저런 선배도 있구나" 하고 뿌듯해 했던 기억이 난다. 누나와의 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후후, 무척이나 팬시한 것을 좋아하던 우리 누나는 청바지만 입고 다니는 걸로 유명한 수수한 캠브리지 교수가 전혀 마음에 차지 않았단다. 누나는 시종 시큰둥했고, 신부감을 구하러 고국을 찾은 하준 형도 불쾌했다는 말을 전했다. 하준 형을 존경하는 나로서는 아쉬운 순간이지만, 형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다. 까다롭고 이해심이 부족한 우리 누나였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힘들었을 테니까.
[[아내 희정과 딸 유나, 아들 진규는 불규칙하게 발작적으로 진행되는 나의 집필 버릇과 집안일에 대한 소홀함을 기꺼이 감내해 준 것은 물론 끊임없이 사랑을 보내 주어 큰 힘이 되었다. 이제나마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한다(17쪽)]

해외에 나간 한국인의 성공에 무지하게 열광하는 우리나라에서, 20대에 이미 캠브리지 교수가 된 하준 형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좀 희한한 일이다. 미스 유니버스가 됐던 브룩 리처럼 한국인의 피가 조금만 섞여도 얼마나 난리를 피웠던가. 그런 면에서 보면 세계 각국의 찬사를 받았다는 이 책의 번역이 2년이나 지난 후에 이루어진 이유는 이해하기 힘들다. 내 생각에, 그건 저자의 주장이 우리나라 기득권의 이해에 맞지 않기 때문일 것같다. 기득권이 두손들어 환호하는 신자유주의를 저자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으니까.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제목처럼, 선진국들은 자기들이 발전 단계에 있을 때는 높은 관세와 더불어 강도 높은 보호주의 정책을 폈고, 선진국이 되자 개발도상국에게는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산업 발전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그간의 경제사에서 발전의 대부분이 자유무역 시대보다는 보호주의 시대에 이루어졌는데 말이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고 있다. 경제학자답게 그의 주장은 빈틈이 없고, 그가 내민 증거들은 너무도 명확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다지 재미가 있지는 않다. 그건 내가 숫자나 통계가 나열된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책이 논문 형식으로 쓰여진 때문이다. 제목에서 제시된 주제를 이러이러한 방법을 써서 논증하는 것, 그게 바로 논문 아닌가. 책 뒤에 붙은 수많은 참고문헌의 목록이 저자의 성실함을 드러내 주긴 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83쪽에 나온, 분배를 통한 성장을 이룬 스웨덴의 성공사례나, "사회복지 제도들은 단순한 사회적 안전망 이상의 것이다. 신중하게 계획되고 시행된다면,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의 성장을 높일 수 있다(189쪽)"는 저자의 말은 언제까지나 성장만을 부르짖는 우리나라 기득권층이 한번쯤 새겨들을 대목일 것 같다.

한가지 더 말하자. 1936년 벨기에는 주 40시간제를 도입했다. 미국이 주40시간제를 채택한 것은 1938년이었다. 그로부터 근 70년이 지난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어느 분이 쓰신 글이다. [5월말까지 풀가동이다. 지난달 내가 일한 시간은470시간이다. 총 720시간 중에서 난 470시간을 일한셈이다. 많이했네~] 이렇게 일하면 도대체 얼마나 받을까? 그분의 다른 글이다. [사람들이 퇴사를 하고 있다는 거다. 경기도 안좋고 자동차 해외 공장이 생기고 남자들즉 우리의 가장들은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가지고 자식들 먹여살리려고 안간힘 쓰고 있으니...] 어제 토론 프로에 나온 분들 중 우리나라가 지난 17년간 지나치게 분배만 했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나마의 분배마저 안했으면...큰일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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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의 법칙
제임스 알렌 지음, 안희탁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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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앞뒤로 소개된 제임스 앨런의 삶과 행적은 감동적이다. 성공한 컨설턴트였으나 해변의 조그만 마을로 은거하여 일생을 보냄. 영국 외의 다른 나라에는 판권을 포기. 많은 사람들이 이 메시지를 접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나? 이 책도 똑같은 것이 여러 출판사에서 나와 있는 듯하다.

고개를 끄덕이게는 하지만 글 자체는 그리 설득력이 강하지 않다. 도에 이른 삶을 사는 것과 그 도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새삼 느낀다.

그냥 잔잔하다. 추천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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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니다 - 칼로스 워터의 행복의 쉼터
칼로스 워터 지음, 백영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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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책들을 찾다가 이 책에도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이쪽 개념과 용어들에 많이 친숙해진 상태라 이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초프라나 월쉬의 책에 비해 쉽게 쓰는 능력이 부족한 듯하다. 원저자건 번역자건...

그러나 뭔가 성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듯. 꼼꼼히 읽다 보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꽤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괜찮은 책이긴 한데,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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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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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를 제외하고 코엘료의 다른 작품은 못 보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코엘료 특유의 영감이 느껴진다.

<연금술사>에 비하면 스토리나 메시지 전달 방식이 좀더 복잡해지고(좋은 말로 하면 세련되어지고) 어떻게 보면 좀더 난해해진 것 같다. 성과 섹스라는 주제를 다루려다 보니 아무래도 좀 말을 에둘러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감을 일깨우는 글쓰기는 여전히 훌륭하다.

제네바 시가지 지도에서 베른 가를 찾아 넣어놓은 것이라든가, 포르투갈어를 원어에 충실하게 옮기려고 노력한 것도 좋게 봐 줄 만. 하지만 어차피 소설인데 굳이 지도까지...? 하는 생각도...

다만 표지는 영 아니다. <연금술사>는 표지 볼 때 벌써 내용이 팍 와 닿았는데...  <11분>은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듯. 마빈 해리스의 <작은 인간> 표지를 연상시킨다. 녹색머리 여자도 내가 읽으면서 떠올린 마리아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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