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annerist님의 "판옥선 앞뒤 구분도 못하는 작가의 임진왜란 만화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이야~대단하십니다, 매너님. 프럽님 지적도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고, 시원하게 인정하시고 다른 자료를 더 보강하신 것도 훌륭하시네요. 리뷰 한 개가 논쟁이 이렇게 흥미롭게 발전하는 것도 처음 보았습니다. 저도 흥미가 돋아 미리보기 페이지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집에 있는 책들도 뒤져보았습니다. 논쟁거리가 된 몇 가지에 대해 제 생각을 코멘트해보겠습니다.

백의종군 - 이건 전반적으로 매너님 원래 견해가 타당한 듯합니다. 이순신은 1597년 2월 26일에 서울로 압송, 3월 4일에 투옥되었다가 4월 1일에 풀려나기까지 28일간 문초와 옥고를 치렀습니다. 그러니까 이 기간은 '죄인'의 신분이죠. 난중일기의 기록만이 아니라, 백의(白衣)라는 어휘 때문에 오해를 산 듯한데. 백의종군의 의미는 프럽님 말씀대로 직위해제에 가까운 듯하지만, 죄인이었다가 특사로 백의종군하게 된 이순신이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만화에 나오는 대로 흰 옷에 봉두난발로 있었다면 군율이 서지 않았겠죠. 권율이 배려는 해 주었겠지만 마치 전략참모격으로 옵저버 대우를 해 준 정도는 아니라 봅니다. 만일 소설이 그렇게 썼다면 약간 부풀린 듯합니다. 요약하자면 '백의종군'은 그 자체로 죄인이 아니지만, 이 상황에서는 죄인 신분에서 특사를 받은 결과물이므로 죄인 분위기로 그리는 게 타당하겠습니다.

어전회의 장소 - 이건 프럽님 지적이 정확했습니다. 저도 위에 나온 장면만 보아서 무심코 넘어갔는데, 1597년의 일이니 한양에 돌아와 있을 때겠습니다. 사실은 당시라면 '신의주'도 없었죠.(의주)^^

어전회의가 열리는 궁전 - 이건 매너님 원래 지적이 타당합니다. 만화에서 묘사한 건축물은 자세히 보면 분명히 경복궁 근정전과 경회루입니다.(임진왜란 때 전소) 조선의 다른 궁에는 유사한 구조의 건축물이 없습니다. 한양으로 돌아온 선조가 기거한 곳은 월산대군 저택(오늘날의 덕수궁)이니, 작고 아담한 분위기가 나야 맞겠죠.

판옥선의 돚 방향 문제 - 이건 매너님 지적이 맞습니다. 판옥선은 밋밋한 부분(전문용어로는 飛荷眞板)이 앞입니다. 풍향이 반영되어야 하겠죠. 하지만 판옥선의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의외로 고증한 흔적이 나타납니다. 단순히 상상으로 대충 그린 수준은 아니더군요. 풍향 문제는 사소한 실수 정도로 지적하시는 게 맞을 듯합니다. 위에 지적하신 것과 다른 페이지에 나타나는 왜선이라든가, 왜군의 부대깃발 등도 어설프긴 해도 분명 뭔가 보고 고증한 티가 납니다.

요컨대, 매너님 지적들은 분명 가치 있고 날카로운 논증이지만 '종이뭉치'라 몰아붙이기엔 나름대로 애를 쓴 흔적이 보이더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매너님 리뷰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두 분 덕택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우리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대해 짜릿하고 멋진 공부 시간을 가졌잖아요? 감사드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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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4 0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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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신화의 요정들 : Naiad(물의 요정), Dryad(숲의 요정), Oread(산의 요정)

- Geomancy : 흙모래 한 줌을 땅에 뿌려 생긴 형태를 보고 치는 점

- 4대 원소의 정령 : Gnome(땅의 신령, 땅 속의 보물을 지킨다는 늙은 난쟁이. 쭈글쭈글한 노인), Sylph(공기의 요정), Undine(물의 요정), Salamander(불도마뱀, 불 속에 산다는 전설의 괴물)

- Zener Card : ESP효과를 실험하는 데 사용되는 상징적 그림을 넣은 카드

- 영적세계와 물질세계의 선명한 이분법 : 기독교에 침투한 마니교의 영향

- 유체(Ethereal Body)의 다른 명칭들 : 고대 이집트의 Ka, 중세 유럽의 Dopplegänger, 인도의 Linga Sharirah, 프랑스 심령학계 Perisprit, 옛 서적 Astral Body(신지학에서는 이 둘을 구분), 장미십자회 일부 분파 Vital Body

- 내부 오라 두께 8~9cm, 외부 오라 두께 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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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mannerist > 판옥선 앞뒤 구분도 못하는 작가의 임진왜란 만화를 신뢰할 수 있을까?

미리 고백한다. 난 이 종이뭉치를 다 읽기는 커녕 서점에서 구경도 못 했다.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서른다섯장의 미리보기만 봤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하나짜리 서평을 쓰는 것은, 도무지 김훈이 창조한 새로운 이순신상,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시지프스적 인물 이순신의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이 첫째, 그 짧은 분량의 미리보기에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무수한 오류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 그 둘째이다.

첫째에 대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저 종이뭉치의 제목을 '칼의 노래'로 붙였다면 그 상당 분량 지문에서 김훈의 냄새가 나야 한다. 과연 그러한가? 천만에. 춘원 이광수의 '성웅 이순신'에 서술된 충신 이순신, 무능한 국왕과 당파싸움으로 날을 지세우는 조정, 그리고 간악한 왜구 무리에 대한 서술로 점철되어 있다. 김훈의 숨막히게 간결한 문장도,  문초를 받으며 "나는 내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었다(p. 26)"는 이순신상도 없다. 초반부를(206페이지 중 39페이지. 참고로 39페이지동안 나간 진도는 원작의 1/15이 채 안된다) 비교했을때 이 종이뭉치에 어울리는 제목은 '성웅 이순신'이지, '칼의 노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훈 감수라는 말과 함께 '칼의 노래'를 이 만화의 제목으로 단 건, 내용의 충실함에 상관 없이  종이뭉치 한 묶음 더 팔아먹겠다는 얄팍한 상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둘째에 대해:  드라마 야인시대가 유행하자 학습만화 위인전기 김두한이 서점에 깔리는 최악의 예를 들 것도 없다. '학습만화'라 주장하며 나오는 초등학생 대상의 질 낮은 그림 전기의 문제는 하루이틀의 것이 아니다. 이 전례를 이 종이뭉치는 충실히 따르고 있다. 사십 페이지 남짓한 분량에서 쏟아져나오는 오류는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다.

중국 무협지 주인공처럼 산발한 헤어스타일의 이순신이 거꾸로 칼을 잡고 칼집에 칼을 넣는 표지는 애교로 봐주자치자.

판옥선에 주목하시기 바란다. 조선 수군의 주력 선박 판옥선은 앞이 넓적한 모양인데 돛은 정 반대 방향으로 부풀어 있다. 매너가 알기로, 사각돛은 바람을 거슬러 오르지 못한다. 작가는 대강 선박 모양만 보고 앞뒤 구분을 한 모양이다.

조선 배는 앉아서 노를 젓는 서양의 갈레선과는 달리 전신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서서 노를 저었다. 그리고 왜 한쪽은 상의를 입고  한쪽은 벗고 있나?

신의주로 피난중인 조정이 2층 한옥에서 어전회의를 한다? 그리고 이순신에 대한 문초가 이루어지는 곳에 왠 호수? 압록강 강가에서 문초를 했나?

장난하나? 백의종군이라할지라도 죄인인데 죄인 혼자서, 그것도 말을 타고 도원수부를 방문한다?

 

'진짜사나이'라는 미명 하에 일본의 학원폭력물 아류작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박산하에 대한 기대야 애시당초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도대체 김훈은 무엇을 보고 '칼의 노래'라는 제목을 이 종이뭉치에 붙이는 걸 허락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총선 시즌 이후 불어닥친 '칼의 노래'열품에 편승하여 장사 좀 해볼까 하는 출판사의 기본이 안된 욕심만 난무하는 이 종이뭉치를,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외면해야만 한다. 긴 말 할 필요 없다. 장바구니에서 떨구시기를 간곡히 권하는 바이다.  

 

덧붙여) 알라딘이 조속히 '별 없음'을 상품만족도에 추가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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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mannerist님의 "판옥선 앞뒤 구분도 못하는 작가의 임진왜란 만화를 신뢰할 수 있을까?"

짝짝짝~ 정말 훌륭한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역사물을 그리는 만화작가들의 고충을 이해합니다. 상상력으로 대충 커버할 수 있는 텍스트 작가들과 달리 만화작가들의 경우 한 화면에 그려지는 주인공 외의 배경들까지 색상, 복식, 두발모양, 건축물 등을 모두 그려내야 하니까요. 그러나 미술이나 디자인 전공자인 만화작가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작가에게 의뢰하게 되죠. 작가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공부를 해서 찾아내야 합니다.(그래서 역사서 쓰는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만화로 만든다고 할 때 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되건 안 되건 엄청난 중노동이 되니까요.) 문제는 작가가 게으르거나 지나치게 유명해진 케이스. 만화작가는 바쁘고 유명하신 작가님께 감히 고증을 청하지 못합니다. 자기가 대충 알아서 그려내거나, 자기가 공부를 해서 채우는 거죠.(물론 후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 사람들 너무 미워하지 마시기를... 나름대로 노력한 부분이 있을 겝니다.^^

물론 매너님 지적, 모두 타당하고, 아이세움은 반성을 해야 합니다. 저렇게 하려면 내질 말아아죠. 이순신이 성웅(聖雄)으로 불리면서 민족정신의 상징처럼 된 이 나라에서... 쯧.

개인적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첫 그림의 이순신이 들고 있는 칼은 일본도로 보입니다. 제가 아는 한 조선도는 칼 몸통이 곧고 칼코만 곡선이 나오거든요. 반면에 일본도는 칼집과 칼몸 전체가 곡선이 먹어 있습니다. 이 차이는 왜 있냐 하면, 일본도가 칼집에서 칼을 뽑아내는 데 시간이 좀 덜 걸립니다. 몇 분의 일 초 차이로 목숨이 오고가는 닌자들이 써야 하는 거니까요. 반면 칼몸이 곡선이 되면 옆구리에 차긴 불편합니다. 천상 등에 메야죠. 그래서 복식을 갖춰야 하는 정식 무인들이 쓰려면 조선도 모양새가 나와야 하는 겁니다. 칼 몸통에 물결무늬(일본어로는 하몬)가 있는 것이나 칼의 옆 능선(칼배마루, 일본어로는 시노기)을 따라 낸 핏물홈 모두 일본도의 전형적 특징입니다. 이 그림 보시면 충무공께서 원통해서 일어나실지 모르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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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꼬마요정님의 "태양계 행성의 위성 이름의 유래"

중간에 끼어서 죄송합니다만, 조금 보강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구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서 온 것 맞습니다. 하지만 달의 경우는 세레스가 아니라 셀레네(Selene)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셀레네는 로마 신화에서 루나(Luna)가 되고, 이 어휘가 서유럽 언어권에서 달과 관련된 용어들의 어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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