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mannerist > 판옥선 앞뒤 구분도 못하는 작가의 임진왜란 만화를 신뢰할 수 있을까?
미리 고백한다. 난 이 종이뭉치를 다 읽기는 커녕 서점에서 구경도 못 했다.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서른다섯장의 미리보기만 봤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하나짜리 서평을 쓰는 것은, 도무지 김훈이 창조한 새로운 이순신상,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시지프스적 인물 이순신의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이 첫째, 그 짧은 분량의 미리보기에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무수한 오류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 그 둘째이다.
첫째에 대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저 종이뭉치의 제목을 '칼의 노래'로 붙였다면 그 상당 분량 지문에서 김훈의 냄새가 나야 한다. 과연 그러한가? 천만에. 춘원 이광수의 '성웅 이순신'에 서술된 충신 이순신, 무능한 국왕과 당파싸움으로 날을 지세우는 조정, 그리고 간악한 왜구 무리에 대한 서술로 점철되어 있다. 김훈의 숨막히게 간결한 문장도, 문초를 받으며 "나는 내 자신의 한없는 무기력 속에서 죽고 싶었다(p. 26)"는 이순신상도 없다. 초반부를(206페이지 중 39페이지. 참고로 39페이지동안 나간 진도는 원작의 1/15이 채 안된다) 비교했을때 이 종이뭉치에 어울리는 제목은 '성웅 이순신'이지, '칼의 노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훈 감수라는 말과 함께 '칼의 노래'를 이 만화의 제목으로 단 건, 내용의 충실함에 상관 없이 종이뭉치 한 묶음 더 팔아먹겠다는 얄팍한 상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둘째에 대해: 드라마 야인시대가 유행하자 학습만화 위인전기 김두한이 서점에 깔리는 최악의 예를 들 것도 없다. '학습만화'라 주장하며 나오는 초등학생 대상의 질 낮은 그림 전기의 문제는 하루이틀의 것이 아니다. 이 전례를 이 종이뭉치는 충실히 따르고 있다. 사십 페이지 남짓한 분량에서 쏟아져나오는 오류는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다.
중국 무협지 주인공처럼 산발한 헤어스타일의 이순신이 거꾸로 칼을 잡고 칼집에 칼을 넣는 표지는 애교로 봐주자치자.


판옥선에 주목하시기 바란다. 조선 수군의 주력 선박 판옥선은 앞이 넓적한 모양인데 돛은 정 반대 방향으로 부풀어 있다. 매너가 알기로, 사각돛은 바람을 거슬러 오르지 못한다. 작가는 대강 선박 모양만 보고 앞뒤 구분을 한 모양이다.
조선 배는 앉아서 노를 젓는 서양의 갈레선과는 달리 전신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서서 노를 저었다. 그리고 왜 한쪽은 상의를 입고 한쪽은 벗고 있나?


신의주로 피난중인 조정이 2층 한옥에서 어전회의를 한다? 그리고 이순신에 대한 문초가 이루어지는 곳에 왠 호수? 압록강 강가에서 문초를 했나?
장난하나? 백의종군이라할지라도 죄인인데 죄인 혼자서, 그것도 말을 타고 도원수부를 방문한다?
'진짜사나이'라는 미명 하에 일본의 학원폭력물 아류작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박산하에 대한 기대야 애시당초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도대체 김훈은 무엇을 보고 '칼의 노래'라는 제목을 이 종이뭉치에 붙이는 걸 허락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총선 시즌 이후 불어닥친 '칼의 노래'열품에 편승하여 장사 좀 해볼까 하는 출판사의 기본이 안된 욕심만 난무하는 이 종이뭉치를,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외면해야만 한다. 긴 말 할 필요 없다. 장바구니에서 떨구시기를 간곡히 권하는 바이다.
덧붙여) 알라딘이 조속히 '별 없음'을 상품만족도에 추가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