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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곱 가지 지혜
디팩 초프라 지음, 최승자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이런 우화가 있다.
옛날 어느 왕국에 깨달음이 깊은 현인이 살았다. 현인의 명성은 입소문으로 퍼져, 마음공부에 관심이 많던 국왕의 귀에 들어갔다. 왕은 현인을 만나뵙고 가르침을 청하러 갔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왕은 공손히 예를 갖추고 영혼과 깨달음, 삶과 죽음의 심오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현인은 돈과 권력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닌가!
참다 못한 왕이 물었다. "성인께서 높은 경지에 이르신 줄 알았더니 실망이로소이다. 어찌 그리 속된 이야기만 하시오?"
현인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전하는 전하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할 뿐입니다. 잘못된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우화다. 내가 보기엔, 이 현인은 정말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그래서 굳이 현학적인 고담준론 대신 왕이 친숙한 삶의 코드들을 통해 가르침을 주려 한 것 같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왕과 수행한 신하들은 그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기에 '돈과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남은 채 이 스토리가 끝난 게 아닐까 싶었다.
깨달음을 얻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깨달음을 어떻게 나누느냐일 것이다. 붓다, 예수, 조로아스터, 노자, 달마... 수많은 성인들이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아름다운 말씀들을 수없이 남겼지만, 사람들은 그 가르침들을 생활의 구체적인 매뉴얼로 전환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닥치는 아이 키우는 문제가 특히 그렇다. 웬만한 성인들께서는 결혼하거나 자녀를 두지 않으셨고, 있어도 거의 아비 노릇을 하지 않으셨으니...
이 책은 바로 그 점, 영적인 가르침과 현실생활의 괴리를 좁히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일단 가치가 있다. 그가 시도했던 '영혼의 일곱 가지 법칙'을 아이들이 알아들을 만한 말로 풀어놓으려고 한 것이다.
나아가 아이가 부모와 '동등한 영혼'이란 관점은 정말 혁명적인 인식이다. 아이와 부모는 모두 동격의 영혼이지만, 단지 이번 생에서 부모 역할, 아이 역할을 충실히 해내도록 각자가 선택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면 부모가 할 일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아이는 이미 내면에 자신의 삶을 꽃피울 계획을 가지고 있고,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 그 길을 찾아내도록 지켜보고 보호해주는 것 뿐, 인생설계를 대신 해 주거나 이러이런 식으로 살라고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대응책은 아주 없진 않으나 약한 편이다. 아이의 영적 감수성을 키워주란 말은 좋지만, 예를 들어 아이가 동생과 물건을 놓고 싸우는 상황을 '영적'으로 어떻게 해결한다? 학교공부는 안 하고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아이를 '영적'으로 어떻게 인도한다? 부모들은 그렇게 손에 잡히는, 상황별로 딱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니까. 초프라가 아마 부인과 함께 이 책을 썼다면 그런 점들이 좀 보강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늘과 지상의 거리를 좁히긴 했지만, 아직도 사다리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초프라 씨 댁 애들은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들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