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박상민이 나오는 와이셔츠 업체의 "옷 값은 옷을 만드는 데 써야 합니다" 라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업체 이름도 생각이 안 나는데 그 카피가 유독 기억에 남았다는 건, 인상을 심는 데는 어쨌든 성공했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가만히 또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이 광고는 엄청난 모순이다. 박상민이 설마 무료로 우정출연한 것은 아닐 테고, 광고회사에서도 취미삼아 만들어 준 건 아닐 테니까. 결국 그 멋진 카피를 텔레비전에서 떠들기 위한 비용은 최소한 옷 값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이 안 팔린다고 한다. 출판시장이 불황이라 한다. 그런데 신문을 보면 연일 '미국에서 연속 ~주 베스트셀러!' '일본에서 ~개월만에 ~만부!' 뭐 이따위 말을 내걸고 독자를 유혹하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나라마다 독서 취향이 다르고 필요한 정보가 다르다. 그런데 이런 광고들을 보면 딴 나라에서 대박을 낸 작품이니 너희들도 읽어라, 안 그러면 세계화를 거부하겠다는 거냐, 이런 어감이 느껴져 영 불편한 마음이 된다.

그리곤 다음 단계 생각... 이렇게 우우 사람들을 모아가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조선 백성들 쌈지돈 긁어모은 것으로 다국적기업의 배만 불리는 게 아닌가 싶어 불쾌하다.

다른 상품이면 몰라도 책은 아예 광고를 안 할 순 없을까? 시장에 그냥 내놓고 일년이든 이년이든 지나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좋은 책에 대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말이다.

책 값은 책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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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4-06-2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직장내 네트워트에 책을 등록해서 빌려줍니다. 책을 자꾸 사는것도 크게보면 종이의 낭비를 불러오므로 정말 좋은 책을 사라고 권하지만 대부분을 빌려읽자고 주장하는 주의입니다. 저도 책을 많이 사기는 하지만, 돌려 읽고나면 동생에게 주면서 너 읽고 너의 주변 아줌마들에게도 빌려주라고도 합니다. 책값이 책 만드는 데만 쓰인다면 요즘 자꾸 오르는 책값도 좀 내려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