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박상민이 나오는 와이셔츠 업체의 "옷 값은 옷을 만드는 데 써야 합니다" 라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업체 이름도 생각이 안 나는데 그 카피가 유독 기억에 남았다는 건, 인상을 심는 데는 어쨌든 성공했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가만히 또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이 광고는 엄청난 모순이다. 박상민이 설마 무료로 우정출연한 것은 아닐 테고, 광고회사에서도 취미삼아 만들어 준 건 아닐 테니까. 결국 그 멋진 카피를 텔레비전에서 떠들기 위한 비용은 최소한 옷 값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이 안 팔린다고 한다. 출판시장이 불황이라 한다. 그런데 신문을 보면 연일 '미국에서 연속 ~주 베스트셀러!' '일본에서 ~개월만에 ~만부!' 뭐 이따위 말을 내걸고 독자를 유혹하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나라마다 독서 취향이 다르고 필요한 정보가 다르다. 그런데 이런 광고들을 보면 딴 나라에서 대박을 낸 작품이니 너희들도 읽어라, 안 그러면 세계화를 거부하겠다는 거냐, 이런 어감이 느껴져 영 불편한 마음이 된다.
그리곤 다음 단계 생각... 이렇게 우우 사람들을 모아가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조선 백성들 쌈지돈 긁어모은 것으로 다국적기업의 배만 불리는 게 아닌가 싶어 불쾌하다.
다른 상품이면 몰라도 책은 아예 광고를 안 할 순 없을까? 시장에 그냥 내놓고 일년이든 이년이든 지나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좋은 책에 대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말이다.
책 값은 책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