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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팩 초프라가 들려주는 풍요로운 삶
디팩 초프라 지음, 김은정 옮김 / 경성라인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구성은 아주 특이하다. 1부는 알파벳 A에서 Z까지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 가운데 영적 의미가 풍부한 단어를 매치시켜 놓고, 그 의미를 한 페이지씩 부연 설명하는 방식이다. 2부는 우주적 풍요로움의 근원인 통일장(Unified field)의 25가지 성질에 대해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간단히 해설을 붙여 놓았다. 굳이 25개를 고른 것은 알파벳 수자와 형평을 맞추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번역자가 정신세계 방면의 이해가 부족한 듯, 본래는 함축적이면서도 간결한 아름다움이 넘쳤으리라 생각되는 표현들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현학적 미사여구로 둔갑해 있다. 2001년이면 그리 오래 된 책도 아닌데, 역자의 약력을 찾을 길이 없다. 제발 이런 책은 영어를 좀 못 해도 마음공부와 관련된 사람에게 번역을 맡겼으면 좋겠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N자에 해당하는 영적 어휘는 원래 saying No to Negativity이다. '부정적 마음을 떨쳐버리기'라 표현하면 될 것을 "무관심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나타냅니다."로 번역해놓았다. 대표적인 마구잡이 직역에 준오역이다. 이 문자에 대한 아래 해설을 보면 다음과 같은데...
무관심에 대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부정적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당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킵니다. 당신 스스로 사랑과 자양분으로 울타리를 치고, 당신의 환경에 부정성이 생길 여지는 만들지 마십시오.
여기서 밑줄 친 문장은 "부정적 마음을 떨쳐버리는 것은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정도로 옮기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앞뒤 문맥만 보아도 negativity가 '무관심'이 아니라 '부정적 사고, 마음'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엉뚱한 의미로 연결지어 놓으니 이상한 경구가 되어버렸다.
이런 점 때문에, 원문의 시적 아름다움(보지는 못했지만, 예상하기로)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별을 세 개밖에 줄 수 없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