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의 노래 -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홍은전 지음, 훗한나 그림, 비마이너 기획 / 오월의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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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칠부바지를 입고 갔는데 한 장애남성이 "소아마비 장애인들은 다리가 왜소한데 영희씨는 다리가 통통하네요" 했어요. 김은정이 이건 성희롱이라면서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했어요.

저는 정확하게 이해가 안 됐어요. 같은 소아마비 장애인으로서 얘기한 건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나중에야 알게 됐죠. 장애에 있어선 그 남성과 공감대가 있지만 동시에 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불쾌감도 느꼈다는 거, 이중적인 감정이 생긴다는 걸요.


주로 비장애인이 장애인 활동가들을 인터뷰하는 책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도 내가 차별을 받는구나, 내가 성희롱을 당하는구나를 커뮤나 SNS에서 그제야 깨닫는 편이라서. 사실 이런 이야기를 자주해야 하는데 너무 현타를 일상에서 겪고 있어서 점점 분노에 둔감해지고 있다. 최근 피임이 100%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는(구글에서 검색해라 제발 좀.) 놈에게서 다시 내 심장의 페미니즘이 부활하긴 했는데 ㅋㅋ

장애여성과 성이라는 강의에서 대놓고 성추행 발언을 하는 남성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마 그 남자는 지 얘기가 철컹철컹 감임을 모르고 발언했을 듯. 페미니스트 여성인 나에게 여성학 A플러스 학점 받았다고 자랑하는 남자가 피임은 항상 100%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상당히 충격적이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2000년도에 교육을 받았다면 그 때의 여성학도 상당히 열악하긴 했을 거다(근데 페친 말로는 양성평등교육원은 무려 18년 전부터 여성의 임신 및 출산의 자유를 주장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대학교 교육이 개판이었던 것 같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도 페미니스트라는 '남성'을 초빙해 강의를 받았는데, 다짜고짜 여성은 어릴 때 결혼하여 애를 씀풍씀풍 낳아야 한다는 개소리를 해서 너무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이나 여교수나 공포에 싸여 굳어있었지. 그 ㅅㄲ 아직도 강의하고 있을까?

아무튼 이래서 본인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잘난척하면 안 되고 끊임없이 책 읽으면서 배워야 한다. 특히 페미니즘 같은 현장이 중요한 과목은 매일같이 배워야 하는데 20년 전에 배운 여성학 자랑하고 있으면 어휴.. 성폭력 성추행 당한 것도 지긋지긋한데 이런 놈 보면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림. 자신이 아무리 정의로운들 뭐하나? 소수자와 약자에게 상처를 주는데..

그나저나 페미니즘 관련 글이 눈에 착착 붙는 거 보면 다음엔 스티프트 읽어야겠다.

정책에 관련되서는 약간 공부를 해야 알 수 있는 용어들이 많다.

장애등급제 폐지

근데 사실 폐지되었다고 보기엔 무리다. 숫자 등급에서 심한 장애/심하지 않은 장애로 구분되었을 뿐.

장애등급을 받는 순서는 아래와 같다.

동사무소에서 제출받을 서류 안내 들음->병원에서 의사에게 서류 받음->동사무소에 서류 제출->동사무소가 공단에게 서류 제출->공단 심사->장애인 해줄지 말지 심한 장애로 할지 말지 거동이 불편한 걸로 할지 연금 줄지 등을 결정함

장애인으로 인정을 받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장애인활동지원

병원 자료 및 관공서 관련 자료를 전반적으로 모아서 공단에서 조사를 받은 후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서비스를 받는 제도이다. 지원사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아직도 쇄도하고 있으나, 유독 복지 약자 중에서도 예민한 장애인에게는 아직 반가운 서비스이다. 그러나 장애인활동지원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4시간 지원이 거의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조사를 받고 심의를 받는 시간이 길면 2달 걸리기 때문에 유연한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2024년 6월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공단 심사 필요) 통합돌봄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인데 거기서는 24시간 지원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과연...?

노인장기요양보험

공단에서 진행한다. 등급이 나누어져 있다. 보통 만 65세 이상의 장애인들은 이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이 책에서 보다시피 예외도 가능하다(아마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시 급여량이 줄어들었을 듯). 알츠하이머는 장애인등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쪽을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질라라비에 대한 설명이 없어 공유하고자 글을 올린다.

'질라라비'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억셈을 상징하는 새를 뜻하는 말로, 우람한 몸집과 우렁찬 울음을 지닌 닭의 본래 모습을 뜻하는 우리 옛말이기도 하다. 결국 '질라라비 훨훨'은 인간에게 사육당해 나는 법을 잃은 닭이 자유와 해방의 본성을 찾아 날갯짓을 하며 다시 훨훨 날아오른다는 것을 뜻한다.

https://brunch.co.kr/@minho838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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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S 신 가면라이더 [5065089]
バンダイ(BANDAI)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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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혼고는 강도와 피해자를 지키려다 순직한 경찰의 자식으로, 가면라이더가 된 채로 교수님과 그의 딸 루리코를 만난다. 루리코는 남주와 마찬가지로 인공 복제된 셈이지만, 인간을 증오하는 무리 쇼커와 오빠(인간의 몸뚱이를 없애고 영혼만 남겨 강제로 전체주의 나라로 이동시키는 듯 ㄷ)를 해치우려는 아버지의 소망을 이뤄주고 싶어하나 죽게 된다. 남주는 복수보다는 루리코의 소망을 이루어주고 싶어 쇼커를 해치우려는 인간 무리에 가담한다. 그런 혼고를 동경하게 된 기자는 그를 쫓는다.

가면라이더 555 파라다이스 리게인드 극장판도 엄청 피가 튀기던데 요즘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서 고어가 유행인가 보다. 어린 아이들 보기 쉽게(후반 갈수록 아니긴 하지만) 제작한 구작 분위기와는 전혀 달라서 낯설기만 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아마존즈같긴 한데.. 인간을 죽이고 체력 흡수도 한다는 걸 보면 말이다. 안노 특유의 풍자가 예리하다. 주인공 행복하긴 틀렸네.

설정은 가면라이더 555 대놓고 베꼈다. 그래도 아동학대는 아니고 어중간하게 사는 인간을 인조인간으로 바꿔놓아서 다행(?) 영웅이라고 은근 추켜세우는데 개발한 과학자 본인의 이야기가 애매모호한게 영 수상쩍다. 그러니까 거미인간도 가면라이더도 같은 개조인간이지만 저 거미인간은 절도가 없으니 넌 착하게 살라는 건데 ㅋㅋ(사실 오빠랑 거미 빼고는 나름대로 가면라이더가 되었던 이유가 있었다는 게 함정이다. 뭐 세상 일이란게 사실 이유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한데;) 가면라이더로 변신하고 나서 가면을 벗을 때 인간의 얼굴이 아니라는 설정은 독특하다. 그래 가면라이더가 사람이 아니라면 저 정도의 기괴함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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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Kingdom 70
하라 야스히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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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도가 주목받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고전 전쟁물을 고수하여 킹덤만의 작품과 세계관을 보여준 점에 대해서는 칭찬할 만하다. 카리스마 넘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환기와 솔직한 기백을 가진 신의 대립, 진나라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안의 비극 등을 팽팽하게 잘 다루어냈다. 액션씬에서 정적인 요소가 많다는 게 여전히 지적되었지만, 다행히 작화 붕괴는 없었다. 액션씬이 격해질 때 보통 사정없이 작화붕괴되지만 그 희생에도 불구하고 희대 작품이 탄생하는 걸 보면 이게 잘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차피 민간인은 진나라가 쳐들어오든 조나라가 쳐들어오든 마찬가지라는 할머니의 말을 씹어먹고 자신은 비신대라니까 괜찮다는 신의 대사를 그대로 쓴 건 문제가 있어보인다. 이전 리뷰에서도 지적한 적이 있지만, 이 작품은 진같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강한 대국을 꿈꾸는 일본의 정신을 그대로 물려받고 있는 작품이다. 비록 신이 약탈 등 범죄적인 행위를 민간인에게 일삼는 환기 부대에게 저항을 한다고 하나, 비신대는 어디까지나 공략전에 참가한 부대로 조군의 총대장인 환기의 방침에 저항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은 장송의 프리렌과 같은 분기에 나와 처참하게 밀리게 되었다. 물론 1~2기에서 여러모로 처참한 실패를 겪은 후 간신히 지금까지 기어올라온 킹덤이나, 이제는 원작의 근본적인 한계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셈이기 때문에 6기가 나오지 않고 끝날 거라는 의견이 많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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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주성철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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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동행)

나의 어머니는 시집 오셔서 딸만 내리 둘을 낳고,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60년대에 신흥사에서 아들기원기도

100일 후 언니들과 12년 터울로 나를 갖게 되었다 한다.

딸 둘을 낳고 또 딸을 낳았으니 어머니는 늘 죄인처럼

할 말 다 못 하시고, 아들 못 낳았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외도는

당당했으며 나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께 순종하며 사셨다.

여자로서의 아픔을 아마도 절에 다니시며 이겨내셨으리라.

짐작가는 대목이, 어머니는 절에 가는 날이 많았고 나도 덩달아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신흥사에 자주 갔던 기억이 있어서다.

사진은 어느 봄날 어머니와 함께 신흥사에서 찍은 것이다.

막내라는 이유로 끔찍이도 사랑을 주셨던 나의 어머니.

이제는 사진으로만 뵐 수 있어 많이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1권은 에세이집이고, 이 글이 올려진 2권은 에세이라기보다는 사진첩이라 보면 되는데 이 이야기가 특히 슬퍼서 올려본다. 원래 안 올릴까 했는데 이 글을 보고 꼭 한 번 리뷰를 써보고 싶었거든.

대부분 이 어머니처럼 아이를 양육하셨으면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해결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고생하신 분들은 그 분노를 연약한 자녀들에게 풀게 마련이고, 이 자녀들은 커서 그걸 자신의 자녀나 며느리에게 풀게 되어있거든 ㅋ

내가 절대 결혼을 안 하는 이유이다. 결혼은 당사자끼리의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부모 외 온갖 다른 가족들과 엮이기 마련이기 때문에 결혼에 의한 스트레스가 장난 아님을 이미 어머니에 의해 간접 체험해봐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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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울려라! 유포니엄 2기 TV시리즈 VOL.1 UFE - 우리말 녹음+일본 성우 및 스태프 코멘터리 포함 얼티밋 팬 에디션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 / 미라지엔터테인먼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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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아스카를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만큼 아스카가 섬세히 나오는 대작이다. 그래서 원래 '평범한 소녀 오마에를 중심으로 한 취주악부 다큐멘터리 드라마'였어야 할 장르가 '오마에를 시점으로 삼은 아스카 이야기'로 바뀌었다. 뭘 해도 주목을 받을 수가 없는 오마에.. 그러나 아스카가 다루는 악기가 유포니엄인 만큼, 유포니엄을 다루는 또 다른 유일한 인물로써 오마에가 이전 극장판보다는 핵심 인물로 떠오르게 된다. 영화 중반에 아스카가 오마에를 유포니엄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더욱 중요성이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다음 극장판이 리즈와 파랑새로 백합물인데 그걸 암시하는 대사였던가?

그래서 분명 내용상으로는 극장판 1과 연결되는데, 분위기상으로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 신비한 극장판 시리즈가 탄생되었다. 사실 극장판은 제작기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특색이 있는 만큼, 작품별로 따로따로 노는 시리즈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제작 시기가 1년 차이밖에 안 나는데도 이런 두드러진 차이는 신기하기만 하다. 울려라 유포니엄에서 아스카의 존재가 그만큼 강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렇게 비중이 큰 아스카가 퇴장한 이후에 울려라 유포니엄이 잘 굴러가느냐인데.. 의외로 3기가 호평인 듯하다. 대단하다 ㄷㄷ 이건 원작가의 역량인 듯. 2017년 이후로 울려라 유포니엄을 놓고 쭉 쉬었던 만큼 얼른 따라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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