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Collar; The American Middle Classes (Hardcover)
C. Wright 1916-1962 Mills / Franklin Classics Trade Pres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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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닐의 여성 중 최고로 예쁘지 않았나 생각되는 레베카.

그러나 얌전하고 여성스러워 보이는(무엇보다 허당끼;) 그녀는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스토커로서의 면모는 무섭긴 했지만 ㄷㄷ 이런 점에서 닐이 그녀에 대해 좀 짜게 식었는지 모르겠으나, 레베카에게는 그게 사랑의 결정체였을지도. 처음엔 닐의 취향과 상당히 거리가 멀어보여서 당황했었는데, 모스코니 코덱스에 그리도 집착하면서 닐을 쥐어짜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닐이 본능적으로 자기 취향을 집은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서는 여자들이 닐에게 상당히 도움을 많이 준다. 범죄자들에게 최면을 써서 현혹시키던 어떤 여성 교수는 그에게 자유로워지라는 충고를 한다. 레베카는 그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인물들 둘을 죽인다.

아마도 닐의 사기극이 식상해진 이유는 그동안 커티스 헤이건에게 실컷 휘둘린 이유도 있을테고, 무엇보다 모스코니 코덱스 13장 때문일 것이다. 실컷 신비주의같은 얘기를 하다가 결국 그게 다이아몬드 얘기란 점도 허탈감을 자아낸다. 예고편에서 모스코니 코덱스란 단어를 귀가 뚫어지게 들은 결과가 이거라니.. 뭐 사실 삶에서 실존하는 것들이 그렇게 대단치 않다고는 하지만, 이 시즌 이전에 모지가 미국의 배후에 있는 비밀 결사단을 발견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난 솔직히 더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트릭도 좀 진부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여러모로 시즌5에서부터 소재가 떨어졌다는 게 티가 났었다. 욕심내서 더 나가다 막장 전개가 되어버린 여러 유명 드라마들을 생각해보건대 이쯤에서 슬슬 마무리를 짓는 게 적절한 대책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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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사 1 - 일본이 말하는 일본 제국사, 1926~1945 전전편戰前篇
한도 가즈토시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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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격적으로 요타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굳이 이 애니에서 손익을 따지자면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인물은 결국 요타로인 듯. 스케로쿠는 이미 고인이니 세상에서 뭔 일이 일어나던 간에 미련이 없을 테고, 야쿠모는 결국 NTR을 당했어도 어쨌던 사랑했던 여자의 딸과 ㅅㅅ해서 아들까지 낳게 되었고(근거 1. 용의자였던 야쿠자가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야쿠모에게 말함. 2. 여자가 시중들 때 야쿠모와의 뭔지 모를 애틋한 분위기. 부녀로서의 그런 건 아니었음. 3. 요타로도 언제부터 눈치챘는지 모르겠으나 자기 아이 생길 때쯤엔 모든 걸 해탈하고 라디오에서 라쿠고하면서 NTR 드립같은 걸 활용.), 코나츠는 결국 고대하던 아들을 낳고 그에게 라쿠고를 가르쳐줄 욕망을 한껏 품게 되었으니 메데타시 메데타시. '근데 아이가 라쿠고 하기 싫어하면 어쩌려고?'라는 생각은 있지만(...) 일단 아버지와 핏줄도 둘 다 라쿠고를 하고 있으니 싫어도 라쿠고에 대한 기본 지식은 갖추고 가는 셈. 그런데 스케로쿠가 생활력 없다고 그렇게 실컷 공격하더니 결국 야쿠모도 위기에 대한 아무 대처능력이 없더라 ㅋㅋ 지가 덮쳤든 코나츠가 덮쳤든(나무위키에선 죄다 코나츠가 잘못했다 뒤집어씌우던데, 그건 아니고 ㅡㅡ 만약에 이렇더라도 야쿠모의 죄가 큼. 야쿠모가 만일 코나츠를 내쳤다면 코나츠는 달리 어디 몸을 둘 곳이 없음. 이렇게 생각하면 한없이 괘씸한 건 야쿠모인데 돈 많다고 천국 가더라 부들부들..) 아무튼 지가 넣고 싸질러놓은 거 아닌가. 코나츠가 임신했다고 하니 왜 화들짝 놀라? 그리고 지 애가 있는데 일을 왜 줄여(사실 줄어든 거겠지만 요타로처럼 어떻게든 일해보려 매달리는 것은 아니잖음? 그런데 마지막화 쯤에서 나온 장면들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있음을 예견한 것 같기도 하다.). 아 그러고 보니 처음에 귀족집 출신이라고 했었나 ㅋㅋ 생각해보면 확실히 자신에게 매달리는 여자를 밀어냈으면 아버지는 살았을 것 같으니, 코나츠가 자기 부모를 죽였다고 스케로쿠에게 괜히 불평불만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코나츠라는 인물이 딱히 정의로운 것도 아니다. 풀면 풀수록 스포일러가 되니 생략하지만, 처음엔 가부장제 때문에 좋아하는 라쿠고를 못하게 되니 불쌍하다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여러모로 제정신이 아님.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닌 캐릭터이다. 그냥 이혼해서 야쿠모와 코나츠와는 연을 끊고 요타로와 신노스케가 같이 사는 게 가장 현명한 해결책인 것 같은데.. 그러고보면 야쿠자 출신인 요타로가 가장 생활력 있고 평범한 인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 할아버지 얼굴도 예쁘고 다 좋은데 가끔씩 저렇게 여성차별 발언과 꼰대질 해서 정말 불편하단 말이지; 예의 배우는 건 좋지만 밀폐된 곳에서 담배피는 건 예의냐? 여성에다가 애도 있는데. 애 앞에서 유곽 연극하는 것도 그렇고 정말 결혼 대상으로 택할 남자는 아님 ㅋㅋ 역시 스케로쿠나 이 인간이나 오십보백보..

여담이긴 한데 그러고보니 애가 야쿠모하고 스케로쿠하고 반반 닮았네 ㄷ 남자끼리 결혼해서 애 낳을 수 있다면 저렇게 될 듯.

2. 드디어 남은 자라는 라쿠고가 뭔지에 대한 이야기가 쭉 나온다. 주인공이 유곽에서 일하면서 돈도 벌고 왠만한 신분 아니면 볼 수 없는 오이란들과 더불어 뽕도 따다가 주인에게는 차비를 받을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우기는 이야기이다. 붐비는 유곽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여자들과 남자들을 연기해야 하고 따라서 난이도도 높다고 한다. 특이한 사실은 이 남은 자를 제대로 연기하면 라쿠고를 연기하는 사람만의 독특한 특색이 나온다고 하는 점이다. 쉴새없이 남의 연기를 해야 하다보니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게 된다는 모순. 자신을 돌봐주던 스승이 죽어가자 그제서야 요타가 자신만의 연기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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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후루 2
스에츠구 유키 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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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상군 정말 나 같아서 기분 나쁜 점이 있다. 뭐든지 데이터로 정리해서 검색해. 걸어가면서 책 읽어.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다가 늦게 체육 시작했어.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사실 뭐든지 타고난 소질은 없어(...) 결론은 칸나랑 사귀고 싶다 ㅠㅠ(?)

그런데 솔직히 아라타 개인전 못 나가는 것보다 책상 군이 본진 출전 못한다는 게 더 신경쓰였다. 난 진짜 아라타같은 타입 싫어하는구나; 제일 개시키같은 점은 전화를 안 한다는.. 것... 내가 그것때문에 갈아치운 전남친이 몇인데 저 암을 애니메이션에서까지 봐야 한다니ㅡㅡ

그리고 왜 타이치랑 여주랑 결승전에서 만날 운명이라는 거냐. 보통 스포츠에서 공식전을 대타 선수로 나가면 그 업계에서 아예 활동 못하는 거거든? 내가 카루타를 몰라도 그건 알겠구만 카루타를 우습게 아냐 진짜 ㄷ

내가 타이치 때문에 참는다 아오.

2. 기본적으로 고기만두는 팀전에 적합한 캐릭터 같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보다 팀 짜서 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보통 남자애들이 하는 말투와 많이 비슷하다. 잘하는 사람들끼리 그냥 시합에 나가면 되니 실력이 없는 1학년 부원들은 방치하자던가, 적극적으로 시합에 참여하지 않는 팀원을 싫어한다던가. 그 때문에 팀원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게임을 하는 남자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ㅎ 애니메이션 특성상 독백이 많다보니.

3. 10화 정도부터 고교선수전 장면이 꽤 길게 등장한다. 나이가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다가 갑자기 고등학생들이 나오니 이제야 일본의 청춘 운운하는 스포츠물이 된 기분이다(...) 한 시합이 여러 화로 나뉘어져 있고 시합이 끝날 때까진 눈을 뗄 수 없으니 아예 한 번에 휙 정주행해버리면 전 화에 뭘 봤는지 까먹지 않아서 편할 것이다.

P.S 일본에서도 전남친의 '자니?' 같은 문자가 있나보다. 1화부터 뜨던데 어휴 꼴사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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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회의 시인들 시작시인선 212
이철경 지음 / 천년의시작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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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일상 중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고 종로 3가에 있는 중고 서점 알라딘에 들러 두 시간여 동안 여러 분야의 책을 본다. 시집 코너엔 이름 없는 시인들의 시집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할 듯하다. (...) 신문사 건물 앞에 있는 벽보에 걸린 신문들을 보며 현재 한국의 정치적 흐름과 논조들을 훑어본다. 내 옆에 노인이 벽보에 걸린 기사를 보며 혀를 찬다. 세 발자국 떨어진 곳엔 걸인이 유심히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세상살이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보인다.

(...)

약속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당도하니 시인 5명이 전날 먹은 세꼬시로 술판을 잇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정치 얘기, 그리고 아이들 얘기로 이러저러한 그리 궁금할 것도 없는 시시한 대화로 우리는 취해갔다.

 

 

노동자들에 관련된 시들이 군데군데 꽤 있는 편이긴 하나, 최근 나온 시집에서도 그렇고 본인의 백수생활에 대한 얘기를 흔히 다루는 듯하다.

 

난 그래서 특히 백수들이 이 책을 보면 동질감과 희망(?)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시 계열의 성격상 홍보가 제대로 안 된 듯하여 아쉽다. 아무래도 기자들은 이런 책을 많이 읽다보니, 일반 독자들보다도 먼저 이 시인의 매력을 발견하고 폴리매스 얘기를 하더라. 특이한 해석인 건 맞는데.. 그 기자의 말대로 한 우물을 팔 때가 아니라면 앞으로 무슨 직장을 다녀도 다시 백수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단 얘기 아닌감? 그보다 복지 체계가 제대로 정착되지도 않은 사회에서 멀티를 주장하기엔 너무 위험한데; 복지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0년도엔 멀티서비스로 가자고 그러다가 최근엔 먼저 스페셜리스트부터 되자는 기세이지 말입니다 ㅡㅡ

 

처음부터 대뜸 사막 얘기가 나와서 놀랐는데 몇 장 넘겨보니 다행히 자신의 여행기를 담았다던가 영문모를 외국어들이 등장한다던가 하진 않았다. 인도가 등장하긴 한데 배경도 분위기도 왠지 친숙하다. 그냥 사람 사는 얘기를 하려고 했던 듯. 그래서 전반적으로 쉬워보이는 시들이 많지만. 아무튼 시를 지은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세월호 얘기도 나오고 한다. 이 시가 좀 이질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패왕별희 1인극 중에서

 

1

(...) 바닷가 해안선 앳된 얼굴로 미소 짓던 눈,

내 사랑 우희와 먼 바다를 바라보았네

편지 행간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 있듯

젊은 날 눈물로 전송 받은 글은

이미 낙서가 아닌, 내 너를 위하여

긴 세월, 긴긴 밤을 새우리니

그대 마음에 담긴 머나먼 레테의 강을

건너보기로 하노라. 나의 노래여!

 

2

(...) 막이 오르자, 나는 슬픔이 배제된 무대 위에서

기쁘게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검은 공단 수의가 바람결에 출렁거리고

우희의 죽음 뒤 세계를 바라봅니다

그때, 저 어둠의 눈, 반짝이는 패왕의 칼.

이미 죽었던 나를 죽이고

슬픔이 없는 웃음소리를 누른 채,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가 흐릅니다.

 

 

힘들게 화장을 하는 여성 연예인들의 묘사가 담긴 시가 두차례나 나온다. 하기사 여성 연예인들 힘들었던 게 어디 한두번이겠느냐마는(...) 이 시가 아닌 작품은 굉장히 직접적으로 슬픔과 시인 본인의 분노를 표현했지만 나는 은근한 이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죽은 사회의 시인들

 

1조 3000억 경감 보험료 이어지나

은행 갈아타기 '계좌이동제' 시행

노년기 성생활 치매 위험 낮춰준다

얼리어답터에 '최신 폰' 유혹 구 모델 밀어내기도,

냉장고 상식 깬 냉장고 유혹

아파트 지금 대형으로 갈아타야

세단 같은 편안함에 힘, 실용성 다 갖췄다

역세권 행정타운 착한 분양가 3박자

"10억은 있어야지"....... 노년 바라보는 무례한 시선

집값 여전히 상승여력 있다

섹시가수 중국을 평정하다

......

 

가난한 시인이 신문을 보기엔 부적절하다

뒷간에서 똥 닦는 호박잎 대용으로 적격일 뿐이다

섹시가수가 똥구녕을 핥고 지나간다

찌라시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것에 위안을 갖는다

 

 

특이한 점이 있는데, 시들이 전부 비극적으로 끝난다.

 

이 시집 이후에는 그래도 좀 나아진 것 같은데, 이 책을 막 읽고 덮은 내 기억으로는 그나마 자신이 글 쓰는 데 사용했던 낡은 탁자를 수리하던 내용이 그나마 좀 희망적이었던 것 같다. 근데 그나마도 제목이 애인이다(...) 책상을 애인삼아 사는 시인인 것도 서러울텐데 같이 백년해로하다 화장되잰다; 그러나 그는 자학은 하지 않는다. 사실 자학을 하는 사람들 속에는 자기중심주의와 무언가를 원하는 욕심이 담겨져 있다. 그는 텅빈 그릇이 되어,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는 사람의 비극을 낱낱이 열거해간다. 그의 시에서 아마 가장 많을 '~같은'은 그런 의미라고 생각된다. 마치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고통을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시를 읽는 게 부담스럽거나 괴롭지 않았다. 그것은 시인이 진실로 시인 자신의 고통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다른 사람의 동정을 갈구하지 않고 세상에 냉소적으로 응대하는 자세가 내 취향에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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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 세종.문종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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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병조판서는 박습, 병조참판은 강상인이었는데, 강상인이 실세였다. 병조 일을 오래 해온데다가 태종을 대군시절 때부터 따라다니며 모신, 말하자면 태종의 가신이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강상인은 태종을 제쳐놓고 세종에게 보고하곤 했고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 조사가 끝나 강상인은 함길도에 관노로 보내지고 박습은 경상도로 유배된다.

 

 

신분 떡락 ㅋㅋ

 

그나저나 이 얘기 보니 또 추노 생각나네요(...) 요새 KBS 다시보기 결재해서 사극만 싹 돌려보고 있는데 정말 명작이긴 한가봄 인상이 넘나 강렬. 그러고보니 태종이 아들 장인의 일가족 중 여성들도 관노로 보냈다고 하더라. 왠지는 모르지만 관노 시키기 굉장히 좋아하는 듯? 조선 중기에만 그랬던 건 아니었구나.

 

양녕이 폐세자되어 쫓겨난 이듬해 초의 일이다. 양녕은 편지 한 장을 남겨두고서 돌연 사라져버린다. 이 소식을 들은 양녕의 유모와 김한로의 첩 등은 양녕의 연인 어리를 찾아갔다. 나라를 뒤흔든 스캔들의 주인공, 양녕이 폐세자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회자되는 여인 어리, 억울해서였을까? 자책 때문이었을까? 수모를 당한 그날로 목을 메어버렸다. (...) 어리의 자살 소식까지 담담한 얼굴로 듣고 난 양녕, 방으로 물러나 유유히 비파를 탔다 한다.

 

 

요새도 아무리 개인의 중대사와 관련된 일이 간소해진다 해도 그렇지, 장례식장 같은 곳에서 모두가 울면 같이 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울산에 아파트 불난 것도 아름답다느니 댓글 달아서 일부러 어그로끄는 듯한 행동을 하는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더라.

 

나는 어리가 가부장제 문화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좀 덜했다고 하지만, 집을 나간 건 양녕이지 그 당시에는 공식적으론 양녕과 떨어져 사는 어리와는 관계가 없지 않은가. 김한로는 솔직히 태종에게 했던 행동 봐서는 눈치코치가 너무 없던 사람 같고(...) 그리고 어릴 때부터 출세의 길을 걷던 세자가 권력으로 꼬시는데(그리고 자신을 거절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를 내칠 수 있는 여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이가 들어서 이 스토리를 다시 접하니 그녀가 새삼 불쌍하더라.

 

그리고 솔직히 난 양녕이 세종보고 왕하라고 일부러 망나니처럼 행동한 게 아니라고 본다 ㅋㅋ 남의 개도 훔치는 걸 보면 약간 도벽도 있는 것 같고 색욕에 아무튼 아무리 좋게 말해도 기인 정도인 듯. 저렇게 완벽하게 한남같은 짓을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나?

 

황희는 양녕을 편들었다가 태종의 노여움을 사 지방에 쫓겨나 있던 상태. 다행히 태종이 죽기 직전에 복귀를 허락해주었다. 이때 그의 나이 이미 예순이었다. 이듬해 예조판서에 임명되고 강원도 관찰사, 대사헌, 이조판서를 거쳐 복귀 4년 만에 우의정에 임명되었다.

 

 

외가의 씨를 말려버리려 하고 자신의 형을 내치던 태종의 옛 가신들을 용서(?)해 가는 세종의 모습이 돋보인다. 정치의 달인으로서 면모가 돋보인다고 할까. 그가 공부를 위한 공부에 빠지지 않고 현실을 제대로 보려 했다는 책의 설명이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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