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분이 새해에 어떻게 살지 결심했냐고 물으셨다.

뜬금없는 질문에 '에..에?' 라고 멍청히 반응했더니,
여태 혼자 살았는데 새해에는 누구랑 같이 살 결심을 했냐는 질문이었다는거다.
이런, 귀신같은......

그렇지만 내가 결혼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겨우 지난 주말인데!

만난지 1년이 넘었고 (처음 만난 건 2004년 크리스마스),
지난 12월에 엄마한테 소개시킬 사람이 있다고 알렸고,
1월 초에 집에 인사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배탈이 나는 바람에 못 갔고,
그 사람의 부모님도 만나뵙기로 했고,

그러면서도 실은 결혼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주말,
집에 놀러 왔던 그 사람이 저녁 때 돌아가야하는데,
보내기가 어찌나 싫은지,
그제서야 이 사람하고 결혼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저녁에 헤어지기 싫다는 그 이유 때문에.

어제 데이트를 하면서 말했다.
"지난 주말에 자기랑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내게 뽀뽀를 하고 꼭 안아주고서 이 사람에게서 나온 말.
"나는 한참 전에 그랬어요."
"우리 엄마한테 인사하러 가자고 한 게 결혼하자는 말이었단 말이에요?"
"그럼 뭔 줄 알았어요?"

어우, 이 분위기 없는 사람.
그렇지만, 그래도 좋은 나는 뭐란 말인지.

선거철이면 바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5월의 신부가 되기는 애초에 글러먹었지만,
올해는 신부가 되긴 되어야겠다.

나의 새해 결심이다.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6-01-2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컴을 끄러 왔다가 이 닭살스런 광경은 뭔지
그래서 부러운 마음이 마구 드는건 또 무슨 아줌마 심보인지..^^

내가 보기엔 분위기 없는 사람은 블루님이라구요
아니 정말 그 마음을 몰랐단 말이예요? ㅎㅎ
축하해요
그리고 가장 서로에게 괜찮은 시간에 엮여서 행복한 그런 관계를 맺게 되시길..^^
추천하는데 또 오백년 걸려서 열받지만 먼저 씁니다..^^

깍두기 2006-01-2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께 인사하러 가면 당근 다음 수순은 결혼이죠~ 그걸 몰랐단 말예요?

그나저나 부럽습니다. 지금 너무 행복하실 것 같아서.
앞으로는 더욱 많이 행복하세요.
그나저나 블루님을 데려가는 그 행복한 남자는 누굴까나~~

바람돌이 2006-01-26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에 헤어지기 싫으면 결혼하는거 맞아요. ^^
올해는 블루님이 예쁜 신부가 되시겠네요. 축하드려요. 정말로 좋겠다.^^
근데 프로포즈는 정식으로 멋지게 다시 해달라고 무조건 조르세요. 저는 그런거 제대로 못받아봐서 지금까지도 한이 맺혔답니다. ^^

반딧불,, 2006-01-2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갑자기 요리에 관심을 보일 적에 알았어야 하는데..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아..이 좋은 소식을 그냥 흘릴 뻔 했을 정도로 제목을 달다니 역쉬 블루님 다워요)
기대합니다.....

sudan 2006-01-2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안에 일 내실 줄 알았어요. 심상치 않더라니. 축하해요!

이매지 2006-01-2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맛. 좋은 소식이 ! >ㅁ<
보는 제가 다 므흣합니다 ! ^-^

urblue 2006-01-2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어마나~ 어떻게 아셨죠? 제가 티를 많이 냈나요? (^^)a 그래도 그렇지, 일 낼 줄 알았다니요, 이상하잖아욧! 고마워요.

반딧불님, 그,그렇지만 요리에 관심을 보인 게 결혼할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구요! 억울해요! ^^;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 결혼을 결심했다고 제 입으로 먼저 말해버렸는데 프로포즈를 다시 받아요? 그런 거 좀 쑥스러워서...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

깍두기님, 나이가 있으니까 부모님들께 인사드리면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들고 나니까 그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행복하긴 하네요. 실은 어제부터 웃음이 계속 나와요. (아우, 민망..) 고맙습니다. ^^

사야님, 부러우시긴요. 전, 그 사람이 사야님의 그 분만큼만 저를 사랑한다면 더 바랄 것도 없겠어요. 제가 좀 분위기가 없긴 한데요, 역시 저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음... ^^; 감사합니다.

urblue 2006-01-27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도님, 고맙습니다. 바래다주기 싫을 때 이별이냐 결혼이냐를 결정한다는 말이, 어쩐지 좀 가혹하게 들리네요. ^^

이매지님, 므흣! ^^ 고마워요~

merced 2006-01-2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머, 나.

이쁜하루 2006-01-2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넘 이뻐요 두분! ^^ 새해 결심 꼭 이루시길 바래요! ^^

merced 2006-01-2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하고... 언니 축하! 앗싸~! 우리 동네에도 소문내야지.

balmas 2006-01-2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건 또 왠 염장질 페이퍼란 말인가 ...





흑, 잘 먹고, 잘 읽고 잘 살으삼 ... 흑. 축하, 흑.

야클 2006-01-27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금년이 가기 전에 나도 이런 축하 받고 싶은데.

울보 2006-01-2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역시 올해 하시는군요,
음,,봄에 하셔도 되요, 꼭 5월이라야 하나요 뭐,,
올해는 아주 행복하고 즐거운일만 그리고 그집에서 언제나 깨소금냄새 폴폴 풍기는 한해가 되세요,
그래야 알라딘에 있는 노처녀 노총각들도 결혼이라는것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미완성 2006-01-27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블루님 정말 축하축하드려요!
이럴 수가....블루님을 블루밍-_-하게 만든 그 분은 누구신지!
아아. 아아. 섭섭해요. 섭섭해요.
(이 풋풋한 축하의 자리에 난동 부리는 사람도 있어야 제맛이겠죠 ㅜ_ㅜ
흙흙....)

조선인 2006-01-27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유아블루가 아니라 유아핑크님이 되는 걸까요? 사랑스러워요! 축하드려요!

urblue 2006-01-2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rced, 저 희한한 표정은 뭐지~? 그쪽 동네에야 날이라도 잡아야 소문내지. 지금은 뭐, 말 그대로 결심이라니까. 아무튼, 고맙다.

이쁜하루님, 고맙습니다. 결심 꼭 이룰게요. ^^

따우님, 자랑질같지만, 그 사람, 제가 원하는 조건은 거의 다 갖추고 있답니다. 일이 너무 많다는 한가지만 빼구요. 흑흑. (데이트도 맘대로 못해요.) 그러니까 결혼하면 잘 살 수 있을거에요. 호호.. 감사. ^^

발마스님 / 야클님, 두 분께는 어쩐지 죄송스런 마음이...ㅎㅎ 새해 초부터 이런 염장을 질러서 죄송하와요. 두 분도 올해는 멋진 아가씨 만나서 재미있는 연애하고 연말에는 이런 축하도 받을 수 있기를, 제가 새해 소망으로 빌겠습니다. 화링!

urblue 2006-01-2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그게요, 그 사람 회사에다 올해 결혼한다고 얘기했더니, "선거는 끝나고 해야지?" 이러더랍니다. 흑흑. 아마 2월부터는 무진장 바쁠 거에요. 지금 제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하고 싶지만, 가을까지 참아야합니다. 고맙습니다. ^^

Ninoming님, 이름을 바꾸셨죠, 사과님? (어째, 사과란 이름이 너무 익숙해서요. ^^;) 그렇죠, 섭섭하다고 해 주시는 분이 한분이라도 계셔야 제가 또 기분이 나죠. ㅋㅋ 고마워요. 이런저런 구색이 다 맞게 해 줘서. 또 축하도. ^^

조선인님, 아우, 유아핑크라니...헷... 고맙습니다. 저도 마로같이 예쁜 딸 키우고 싶어요!

점쟁이 바람구두님, 그럼요, 결혼해도 인연을 이어나가야죠. 고맙습니다. ^^
(님의 신기를 애인에게 말했더니, 대입 시장에서 대학이나 학과 선택 해 주는 아르바이트라도 하시는게 어떨까 하더군요. 대박날 것 같지 않아요? ㅎㅎ)

로드무비 2006-01-2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빰빠라빰~~축하합니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네요.
아니 그러게 제목을 왜 저리 심심하게 잡으셔 가지구.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요. 버럭=3
아침에는 가까운 브리핑 몇 개만 간신히 보고 후다닥 나간다고요.
자기는 어제 내 깜찍한 페이퍼에 댓글도 안 달아주고선. 흥=3

아무튼 무지 축하드립니다.
제가 막 가심이 설레네요.
'애인'으로 표기하라고 구박하고 한 저의 공도 쬐끔은 있는 거죠?ㅎㅎ
그런데 5월까지 갈 게 뭐 있수.
2월이나 3월에 잡으시구랴.=3=3=3

파란여우 2006-01-2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흑...
발마스님처럼 이건 넘 매력적인 염장성 뻬빠올시다.
잘 먹고, 잘 사세요..흑

瑚璉 2006-01-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이것은 새로운 염장의 수법? 축하합니다.

perky 2006-01-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좋은 소식이..^^ 요즘 한참 행복하시겠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

urblue 2006-01-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거 옆구리 찔러 인사 받기죠? 흥.
님의 공이 쬐끔은 아니고, 좀 더 크다고 해야죠. 그 사람이 그래서 로드무비님을 좋아하잖아요. ^^ 고맙습니다.

새벽별님, 흑흑. 2월부터 선거 끝나는 5월까지 무진장하니 바쁘다네요. 전에 선거때는 거의 퇴근도 못하고 회사에서 숙식했었다고... 그러니, 회사에서도 선거 끝나고 결혼하라는 얘기까지 하겠죠. 제가 그 회사 마구마구 미워하고 있답니다. 감사. ^^

파란여우님, 헤헷.. (요건, 그래도 예쁘게 봐주십사하는 웃음이어요.) 잘 먹고 잘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호리건곤님, 님한테도 염장인가요? 우웅... (갸우뚱...) 고맙습니다. ^^

차우차우님, 이렇게 여러 분들이 축하해주시니까 점점 붕붕 뜨네요. 조금만 더 하면 저 혼자 날아다닐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2006-01-27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01-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님, 고맙습니다. ^^ 그쪽은 아니구요,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삐끼랍니다. ㅋㅋ

stella.K 2006-01-2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우~축하해요!! 전 언제나 저 결심을 해 본담? ㅜ.ㅜ

happyant 2006-01-2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우아. 축하드립니다. 전혀 제목과는 다른 깊이(?)의 페이퍼군요! 염장질임에 분명한데, 그래도 당하는 사람의 기분도 은근 좋아지네요.ㅋ

urblue 2006-01-2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고맙습니다. 님도 얼른 좋은 사람 만나서 결심하시기를.. ^^

개미님, 하하.. 제목과는 다른 깊이요? '새해 결심'이란 말이 깊이가 없는 건가요? ㅋㄷㅋㄷ 기분 좋아진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저도 또 기분 업이에요. 고마워요. ^^

쎈연필 2006-01-2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어쩐지 항상 밝으시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군뇨.
남자분 복 터졌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urblue 2006-01-2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제가 항상 밝았나요? 맞습니다, 그 사람 복 터진거에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
님이랑 애인분도 보기 좋아요. 두 분도 예쁘게 사랑하시길.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6-01-27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6-01-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웰컴 투 유부녀 클럽 in 알라딘^^;;; 사적인 얘기는 잘 안하시는지라, 잘 모르고 있었는데 사람을 이렇게 놀래켜도 되는 겁니까?? ㅎㅎ 축하드립니다. 보기좋아요.^^

urblue 2006-01-3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유부녀 클럽이요? 고맙습니다. ^^ 명절 잘 보내셨죠?

urblue 2006-01-3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새벽별님~~
애인이 많은 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무척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님 글 보면 더 좋아하겠네요. 저도 물론 좋아요!! ^^

마냐 2006-02-04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진짜 근사한, 근사한 결심입니다.
오옹. 아줌마 추억에 젖다. 제가 늘 후배들에게 말하길....데이트하다가, 밤에 그 사람이랑 헤어져서 집에 돌아가는게 넘넘 싫어지면, 같이 살 때가 된거다...뭐 그랬걸랑요..ㅋㅋㅋ
축하해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 하반기에 하실거면, 알라딘 대표축하단에 끼어볼랍니다. ^^

urblue 2006-02-0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냐님이당~ 반가워요~
가을쯤 생각하고 있어요. 알라딘 대표축하단이라니, 좋네요. 고맙습니다. ^^
(요건 비밀인데요, 막상 결혼하겠다고 결심하고 났더니 기분이 마냥 좋은 건 아니고 좀 이상해요. 다들 이런걸까요? -_- )
 

지난 금요일, 친구들과 홍대 앞에서 저녁을 먹고 슬슬 걷던 중에 할인 판매를 한다는 신발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다. 평소 그런 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C에게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막 새 구두를 벗어 들고 셈을 치르는 무리가 보였는데, Y가 그 중 한 명이 들었던 구두가 예쁘다며 내게 신어보라 했다. 왜 신어보는 게 나냐 하면, Y 자신은 단화 외에는 신지 않고, C는 볼이 넓어 날렵한 구두는 신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어본 구두는 발에 딱 맞았고 예뻤다. 그날 신고 나간 내 오래된 갈색 부츠가 초라해 보일 지경. 게다가 6~10만원 대 구두 사이에서 단돈 2만원. 친구들이 당장 사라고 더 난리였다.

 

거울 앞에서 잠깐 걸어 보았는데 왼쪽이 조금 더 낀다. 어차피 발 크기는 양쪽이 다르니까. 구두는 예쁘지만 굽이 좀 높다. 8cm. 토요일에 신고 외출했다가, 발과 다리가 고생스러웠다. 여전히 왼쪽이 조금 뻑뻑했다.

 

어제, 오랜만에 집에서 요가를 하다가 알았다. 내 발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 더 크다. 어떻게 된 일이지?

 

구두를 뒤집어 바닥을 보니, 치수가 다르다. 이런. 매장에 같은 구두가 나란히 두 켤레 진열되어 있었는데, 내 앞에 보았던 누군가가 바꿔 놓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발 사이즈가 다르니까 한쪽이 끼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그냥 들고 나왔던 것.

 

언젠가 드라마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나왔던 게 기억난다. 새로 산 구두를(남자가 선물한 것이었나), 여자는 사이즈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신겠다고 한다. 한쪽 발에 생채기가 난 후에야 백화점에 교환하러 간다. 그러나 짝이 바뀐 다른 구두도 이미 팔린 뒤여서, 그걸 사간 사람이 교환하러 오기 전에는 바꿔줄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아마, 사랑을 그렇게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다가 어긋난다는, 그런 얘기였을 것이다. (그 여자는 양쪽 발 사이즈가 같았나? ㅎㅎ) 

 

나야 오른발이 더 크니까 지금으로서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오히려 이게 더 낫다 싶다.

 

짝이 바뀐 다른 구두는 팔렸을까? 궁금하네. 누군가, 왼발이 조금 더 큰 사람이 그걸 사면 좋을텐데. 그래서 나처럼 아무 불편없이 예쁘게 신으면 좋을텐데. (안그럼 미안하잖아.)

 

새로 산 구두.

오늘 두번째로 신고 나왔는데 벌써 지저분하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udan 2006-01-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왜 웃기지.
일전에 자랑하시던 꽃분홍 구두는 올 봄에 또 잘 신으시겠어요.

urblue 2006-01-2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기죠? 저도 웃겨요. ㅋㅋ
꽃분홍 구두도 이것처럼 8cm인데, 저한테는 사실 좀 무리에요. 자주 못 신는다니까요. 에휴~ 그래도 예쁘니까 뭐. ㅎㅎ

울보 2006-01-25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요,그런데 그렇게 표시가 안나나요,
저도 저렇게 앞이 볼이 넓적해서 아,,
굽있는 구두를 신었던것이 언제인가,저도 그런 구두 신고싶어요,,,

瑚璉 2006-01-2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계없는 이야기이긴한데 여성구두는 수 백년간 디자인 변화가 거의 없더군요. 놀랐습니다.

조선인 2006-01-25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cm... 저는 엄두를 못 내요. ㅎㅎ

urblue 2006-01-2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전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가능합니다. 그것도 많이 안 걷는 날로요. ^^

호리건곤님, 음, 신발은, 남자구두든 여자구두든 기본적인 디자인이 변할 게 거의 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가끔 희한하게 생긴 신발들도 있긴 하던데, 그런 건 또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죠. ㅎㅎ

울보님, 글쎄요,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너무 둔한건가... 갸우뚱...
봄이 되면 화사하고 예쁜 구두 하나 장만하셔서 신어보세요. ^^

sooninara 2006-01-2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5cm이상 되는 굽은 못 신어요..ㅠ.ㅠ
드라마 같은 신발 이야기..재미있네요.
이쁜 구두 신으면 기분이 좋아지죠?

반딧불,, 2006-01-2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이 찌면 발로 따라서 커져요.
더불어 이쁜 구두도...ㅠㅠ

명절 잘 보내셔요~~!!!

urblue 2006-01-2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10cm 정도 되어 보이는 뾰족 구두를 신고 다니는 아가씨들을 보면, 묘기 보는 심정이 되기도 하죠. ㅎㅎ
네, 새 구두 신고 나와서 기분 좋아요. ^^

urblue 2006-01-2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음, 그런 아픈 말씀을...
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 새해 복 마~니 받으시구요. ^^

mira95 2006-01-2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 예쁘네요.. 하지만 8cm는 너무 높아요.. 저는 그런 거 절대 못 신어요~~

urblue 2006-01-25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님, 알라딘에는 높은 굽 신는 분들이 없으신가봐요. ^^ 이제 몸은 좋아진거죠?

sandcat 2006-01-2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샌 왜 그렇게 구두 앞부리가 짧은 거지요? 저는 뾰족한 거 말고 기다란 스타일이 좋은데 아예 찾아보기가 어렵더군요. 단순하되 세련미가 풍기는 스타일을 좋아하나보다.

urblue 2006-01-2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앞코가 네모난 걸 좋아하는데, 전에 산 분홍신이랑 요 놈은 덜컥, 거의 충동 구매를 한 것이랍니다. 어제 하루 신고, 오늘은 다시 네모난 부츠로 바꿔 신었어요. 뾰족한 건 발이 힘들어해요. ^^;

2006-01-26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1-26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나 지금이나 랜드로바 스타일만.
색상이며 심플한 디자인이며 예뻐요.^^

urblue 2006-01-2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헷..감사.. ^^
랜드로바 스타일의 신을 가진 건 아마 대학 때가 마지막이었나봐요. 요즘도 일주일에 3~4일은 운동화를 신긴 합니다.
 

토요일, 영화 <다섯 개의 시선>을 보려고 씨네큐브를 찾았는데, 매진이었다. 몇십석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관이지만 매진은 처음 보는 듯. 무슨 일이래.

그냥 집에 갈까 어쩔까 고민하다 이왕 나온 김에 인사동 김영섭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빌 브란트 사진전>을 보기로 결정.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들은 작다고 하더니, 정말 작구나. 빌 브란트의 사진이 '겨우' 30점 전시되고 있는데 꽉 찰 정도다. 관람료 5,000원. 이래서야, 조금 아깝다. 인터넷에서 쿠폰을 출력해가면 50% 할인이 된다고 하던데 그걸 몰랐네.

전시 작품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진다. (그래봐야 30점 뿐이다!) 1930년대의 초기작품, 40~50년대의 초현실주의적인 누드, 80년대의 일반 누드. 40~50년대 작품들이 흥미로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적다. 30년대 작품들은 그 사람만의 특징이랄까 하는 것들을 거의 느끼지 못하겠고, 80년대의 적나라한 누드는, 지나치게 적나라해서 재미없다.

한쪽 구석에 빌 브란트의 사진집이 놓여 있는데, 정식 사진집도 아니고 그냥 복사, 제본해 놓은 것이다. 당연히 인쇄 상태는 엉망이다. 그 정도라면 인터넷으로 보는 편이 훨씬 낫다.

나오면서 사진전이라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전>이나 최소한 <살가도 전> 정도(전시 작품 숫자로)는 되어야 보는 재미가 있다고 궁시렁거렸다.

빌 브란트의 사진 몇 점.



Parlourmaids ready to serve dinner 1933


Housewife 1937


Belgravia 1951


London 1952


Portrait of young girl 1955


East Sussex Coast 1957


Rene Magritte 1963

사진은 www.billbrandt.com 에서 가져왔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urblue 2006-01-2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빌 브란트가 유명한 사람이었군요. 바람구두님의 전시회 소개로 처음 알았답니다. ^^;
아무래도 지방은 이런 것들 접하기가 쉽지 않죠. 저 멀리 제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는 매달 두어번씩 서울에 온답니다. 저보다 더 많은 전시회, 영화를 보고 다니는 듯한데, 저라면 죽었다 깨나도 그렇게는 못할 것 같습니다.

sudan 2006-01-23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를 입장료 내고 관람하시는 분들이 있긴 있네요. 어떻게 운영하나가 늘 궁금했었어요.

urblue 2006-01-2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은 저랑 같은 과. ^^;

수단님, 제가 산 티켓이 1490번이더라구요. 과연 그 사람들이 다 돈 내고 본 것일까는 좀 의문이지만... 토요일 오후에 갔을 때 저 포함해서 10명이 채 안되었던 듯. 그래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관람객들이 있긴 있는 모양이죠.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지음 / 길찾기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내 얘기를 좀 해 보자.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인간인 이상 희로애락을 모를 리 있을까마는,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다고 해야 할까. 자외선과 적외선의 영역을 배제한, 가시광선 정도의 감정의 파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기쁨과 슬픔과 행복과 고독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볼 수 없을 정도로 한계를 넘어본 일이 없다. 그래서일 것이다, 스무 살부터 10년 가까운 세월을 혼자 사는 동안 도가 지나친 외로움을 단 한 번도 맛 본 적이 없는 것은.

 

혼자인 것이 자연스럽지만, 반면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내게는 별다른 결심이나 준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다. 어느 눈발 흩날리는 저녁 남동생이 가방 두 개를 들고 올라왔을 때도, 올케 될 사람에게 사정이 생겨 몇 달 간 같이 지내야겠다고 동생이 느닷없이 통보했을 때도, 사촌들, 친구들, 동생 친구들이 며칠씩 묵어간다 할 때도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그러라고 했다. 동생과 같이 살던 3~4년 동안 다툼 한 번 없었고, 올케가 집에 머물 때에도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한때는 문학 소녀를 꿈꾸었으나 감수성/창의성 없음을 일찌감치 깨닫자마자 미련 없이 포기했고, 공부를 해볼까 하던 생각은 호기심 제로에 지구력 꽝인 성질이므로 바로 접었으며, 직장에서는 성공해 보리라 다짐했으되 투지나 의욕보다는 게으름이 앞서는 인간인지라 다시 포기. 지금은 그저 잘 먹고 잘 놀면서 최대한 즐겁게 사는 것이 목표이며, 그래도 가급적 (정치적/경제적/생태적 등등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느슨하게나마)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를 정의하자면 강철 신경의 소유자라고 할까. 혼자면 혼자인대로 누군가와 같이라면 또 그대로,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서/못하면서 상처 받는 일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이 지금껏 살아온 것이다. 방바닥에 치약이 밟힐 일도, 외로움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바퀴벌레와의 공존을 덜컥 인정할 일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삶이다.

 

이 사람 장모씨는, 어느 날 외로움의 정도가 지나쳐서, 방바닥에서 밟힌 치약을 보며 서러워져서 바퀴벌레라는 이질적인 존재와의 동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예민하고 지치기 쉬운 자아는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만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 밥 먹고, 혼자 거리를 걷고, 혼자 쇼핑하고, 혼자 잠드는 게, 뭐 어때서? 맘이 내키면 하고 안 내키면 마는 거지, 그만한 일로 지치고 고민하고, 도와줄 누군가/무언가를 필요로 한단 말이야? 하기야, 나처럼 무딘 감수성과 무(쇠)신경으로 무장한 채 의외성이라고는 전혀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만 세상에 우글거린다면 문학이든 그림이든 예술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을 터다.

 

장모씨는 바퀴벌레와의 생활을 제법 즐긴다. 그(것)는 일상을 나누고 대화를 들어주는 상대니까. 그(것으)로 인해 더 이상 외롭지 않으니까.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염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에게 바퀴벌레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와는 별개로 바퀴벌레는 인간의 영역에 속하지 않은, 다른 존재인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경계를 나누어 스스로를 안쪽에 가둔다. 처음엔 야생으로부터 떨어져 나왔고, 다음엔 농촌으로부터 도시를 분리했으며, 그리고는 같은 인간 안에서도 온갖 구분을 만들어냈다. 다른 존재를 배제함으로써 자신을 규정하려는 부단한 노력의 끝자리에 지금 우리들이 서 있다. 장모씨가 공존을 인정한 바퀴벌레는, 그렇게 수없이 구분된 다양한 존재로 읽힌다. 바퀴벌레를 포함한 생태계 내의 다른 생명체 / 여성 / 외국인 노동자 / 장모씨의 또 다른 자아 등등.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때 작가가 과욕을 부린 것이 아닌가 의아했다. 지나치게 많은 얘기들, 넘쳐 흐르는 의미들. 

 

다시 읽으면서, 여러 가지 얘기들을 결국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온갖 경계’에 대한 문제 제기와 끝끝내 장모씨의 머리 속에서 떨쳐지지 않은 난 잘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 장모씨의 여자친구는 그가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장모씨가 그렇게 구분 없이 다른 영역을 넘나드는 것을, 그리하여 그 쪽 영역의 어둠이 자기들에게 전해질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장모씨는 자신의 삶의 방법이 딱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뭐 어쨌다고 그래.라고 소리쳐 보기도 하지만, 역시 한편으로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에 일말의 불안함을 지울 수 없고, 그래서 끊임없이 난 잘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것은 심지어 나처럼 둔하고 속 편한 사람에게조차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비로소 장모씨와 나의 공통분모를 알아본다. 장모씨가 던지는 그 많은 얘기들은 실은 내 생활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 비록 강철 신경을 가진데다 잘 먹고 잘 노는 게 목표라지만 내 주위에도 엄연히 여러 가지 경계가 존재하고, 그 안/밖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동면에 빠져든 장모씨에게 여자친구는 봄이 다가온다고, 봄은 전투의 계절이라고 얘기한다. 무엇을 위한, 어떤 전투일까. 잊지 않기. 함께 살았던 바퀴벌레를 기억하기, 그로 인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기억하기, 해답을 찾기 위한 고민을 기억하기. 나에게도 올 봄은 전투의 계절이 될 듯 하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6-01-1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한 글인걸요. 추천을 강요하는 블.루.님.
감정의 폭이 유난히 심하지만 또한 가끔은 무쇠신경같은 저와는 참 다르군요..

happyant 2006-01-1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개 끄덕이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문득 블루님에게 '전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런지 궁금해지네요. 물론 묻지는 않겠습니다.ㅋ

urblue 2006-01-1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음음...왜요? 뭐가 너무한가요? 흑흑..(소심 모드..)

개미님, 그런 거 물으셔도 대답 잘 못합니다. 그러니 물론 묻지 마셔야죠. ㅎㅎ

반딧불,, 2006-01-19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이예요. 너무 잘 쓰셔셔..지금 질투하는중.

blowup 2006-01-1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존재에 지나치게 예민한 저로서는 그 강철 신경이 부럽습니다. 문학적 의미를 읽어내시는 데에는 그토록 예민한 분이 생활에서는 무디다는 건데... (정치적/경제적/생태적 등등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훌륭한 자질이라고 여겨집니다.
전 어째서 반대인 거냐구요?

urblue 2006-01-1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가급적 (정치적/경제적/생태적 등등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느슨하게나마) 생각하고 있다" 라고 했지, 언제 "그저 잘 먹고 잘 놀면서 최대한 즐겁고 게으르게 사는 것이 정치적/경제적/생태적 등등으로 건강한 삶이다" 라고 했습니까? 그런 식으로 비약하면, 요즘은 황우석스럽다는 말 듣습니다. 흥. ;b

나무님, 음, 그걸 부러워하실 필요가... ^^;

반디님, 아우, 그리 말씀하시면 제가 너무 고맙지요. 헤헤

로드무비 2006-01-1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에게도 올 봄은 전투의 계절이 될 듯하다니 흥미진진합니다.
전 6개월여 쌩판 타인이랑 좁은 자췻집에 함께 기거해 본 적 있는데
그때 마음의 움직임이 가관이 아니더라고요.
아무튼 웬 감수성, 웬 변덕 들에 하도 치여서
블루님의 자칭 강철신경이 아조 유쾌해 보입니다그려.ㅎㅎㅎ

바람돌이 2006-01-1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과 저와의 공통점이 엄청나군요. 저 한때는 문학소녀를 부터 무딘 강철신경의 소유까지 말입니다.... 저에게 다행인건 그나마 경쟁이 주가 아닌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는 거겟죠(이 바닥이라고 왜 경쟁이 없겠습니까만 그래도 출세에 딱 신경꺼버리면 남과의 경쟁같은건 하나도 안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안그러면 밥먹고 살기도 힘들었을 거라구요. ^^

merced 2006-01-19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 근데 잘 먹고 잘 놀면서 최대한 즐겁고 게으르게 사는 것이 대략 정치적/경제적/생태적 등등으로 건강한 삶... 이지 않아요? 앞뒤 바꾸면 말이 되는데... 정치적/경제적/생태적 등등으로 건강한 삶은 잘 먹고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고) 잘 놀면서 최대한 즐겁고 게으르게 사는 것 (직장에서는 성공하겠노라는 투지나 의욕 없고 = 신자유주의가 노동자에게 바라는 거에 게기고, 또 놀이가 일상으로 구현된 완결된 삶을 지향한다) 이다. ㅎㅎ

urblue 2006-01-1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rced, 내가 생각한게 그거라구!, 라고 말하기는 좀... ㅋㅋ 뒤집으면 말 되지. 어쨌거나 앞으로도 쭉 투지/의욕 없이 살거니까.

바람돌이님, 오~ 반가워요. ^^ 저도 지금 직장 같은 곳에 다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경쟁없고 널럴하고 칼퇴근할 수 있고. 돈에만 욕심 안 부리면 만사 오케이랍니다.

로드무비님, 실은 슬슬 전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몸도 마음도 말을 잘 안 듣네요. 날이 좀 풀리면 기운을 낼 수 있겠죠. ^^ 쌩판 남이랑 6개월을 살다니, 님의 경험은 참 알수록 흥미진진합니다. 언제 그 얘기도 좀 들려주세요.

바람구두님, 하하, 황우석스럽다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본인은 어느 쪽에 해당한다고 보시는지? 설마, 삐쳤을까...흥

따우님, 감사. ^^

비로그인 2006-01-20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이 안다물어지는 글이예요
그래도 손은 움직일 수 있으니 추천..^^

urblue 2006-01-2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오마나~ 손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서 다행이어요. =3=3
(다시 돌아와서, 고맙습니다~ ^^)

sudan 2006-01-2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리뷰 쓸까 했지만 어렵더라구요. - 2006-01-11 13:02]
로드무비님 리뷰에 댓글로 붙은 얼블루님의 저 말을 기억해두고 있었는데.(이렇게 잘 쓰실 거면서!)
얼블루님 리뷰는 다른분들 리뷰와는 다르게 분석적인 경향이 있어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분만이 쓸 수 있는 리뷰라고나 할까. 이 점이 좋아요.

그리고 전 새벽에 나타난 바퀴벌레 한 마리 때문에 그날 당장 세스코에 가입했는데요, 저 장모씨는 외로움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바퀴벌레와 동거하나 싶어 괜히 좀 울컥하네요. -_-

urblue 2006-01-20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세스코에 가입까지 하셨단 말이에요? 전 어쩌다 바퀴벌레가 출몰해도 조용히 잡아서 버리고 잊어버리는 정도. 글쎄, 얼마나 외로우면 바퀴벌레와 동거할 수 있을지 저로서는 감도 안 잡히네요. -_-
그니까, 원체 감정이 메말랐다구요, 제가. ㅎㅎ

urblue 2006-01-2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련을 하시옵소서. 수련이 끝나면, 잘 생긴 바퀴벌레 하나 들여 같이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3=3

이쁜하루 2006-01-2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감동먹었습니다. 책 사기전에 꼭 땡스투도 누를께요...잊지 않는다면..
제 머릿속에 지우개가 엄청 큰게 있어서리..^^;; 정말 멋진글 잘 읽었습니다. 아차! 추천은 이미 꾸욱~~ 눌렀습니다.

urblue 2006-01-25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하루님, 감동이라니, 님의 그 말씀에 제가 감동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런 글 퍼 와도 되나 모르겠다. -_-
안병욱, 이름만 들어봤지 책은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오히려 좀 궁금해지는군.

http://armarius.net/ex_libris/archives/000618.html   ← 전문은 여기서 보세요.

 

안병욱의 '에쎄이': 대책없는 교양주의

1.
1997년 4월 26일 현재 교보문고 스테디셀러 진열대의 수필부문에는 약 30여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 중에서 다섯 권이 안병욱의 책이다. 그 책은 다음과 같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갑인출판사(1983년 5월 15일 초판, 26쇄)
<처음을 위하여 마지막을 위하여>, 자유문학사(1993년 4월 5일, 2판 3쇄)
<삶의 완성을 향하여>, 철학과 현실사(1995년 6월 15일, 1판 2쇄)
<인생론>, 철학과 현실사(1996년 1월 5일, 1판 13쇄)
<젊은이여 희망의 등불을 켜라>, 자유문학사(1996년 9월 10일, 2판 1쇄)

'에세이'하면 우리 머리 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10권 정도의 에세이를 가지고 있다. 웬만한 에세이스트 중에서도 안병욱은 단연 앞서 있다. pc통신 천리안에서 'go people' 하거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저작목록을 찾아보면 한국의 웬만한 인물의 저작 리스트가 나오는데 안병욱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위에 적혀 있는 그의 에세이들을 보면 한 두 권 팔린게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만 보더라도 15년 가까이에 걸쳐 쇄를 거듭했다. 요즘에 베스트셀러를 써서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소문아닌 사실이 무성하지만 안병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안병욱의 에세이를 읽는 독자층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내가 아는 한 없다. 그러나 이만한 판매량을 보면 거대한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독자들은 그냥 한 권 정도 읽은 사람 또는 한때 열심히 읽은 사람부터 열렬한 팬이어서 새 책이 나올때마다 읽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안병욱의 에세이를 읽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예전에 한 두 권은 읽었다는 대답이 있다. 왜 읽었느냐고 물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주위에서 권하니까 읽었다는 대답이 있다. 가끔 신문에 글이 실리는 걸 보면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또 읽어보니 나쁜 말은 쓰여있지 않더라는 대답이 있다. 뭔가 책을 읽긴 해야겠는데 막상 본격적으로 읽을만한 책은 없고 그렇다고 만화책 같은 걸 읽자니 쑥쓰럽다, 그럴 때 읽기 좋은 게 그런 에세이 아니냐는 반문도 있다. 자신은 읽어보진 않았지만 누구에게 책 선물할 때 제일 무난한게 에세이 같아서 선물한 적이 있다고도 한다.

그의 책의 독자들에 대한 나의 짐작과 주변 사람들의 대답을 정리해보면, 뭔가 독서를 하긴 해야겠는데 전문적인 책을 읽기에는 왠지 부담스럽고 일단 읽고나면 교양이 될만한 책이 바로 이런 에세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그의 에세이는 만만해 보인다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어중간한 독자층이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이 틈새시장에는 열렬한 팬이 포함되진 않을 것이다.

흔히 베스트셀러 보다는 스테디셀러가 더 훌륭한 책이라고들 한다. 안병욱의 에세이는 스테디셀러이면서 동시에 베스트셀러이다. 그렇다면 그의 에세이들이 몇 십년에 걸쳐서 끊임없이 읽히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그 책들은 그렇게 훌륭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두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일까? 만약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 이유가 우리의 형편없는 독서수준이라면 그것을 극복할만한 방안은 없는걸까? 이 글은 이런 사소한 의문들에서 시작한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 나는 안병욱의 에세이 4권을 검토해 보았다. 앞에 적은 5 권 중에서 세 권,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온 듯한 <뜻을 세우고 삽시다>, 이렇게 4 권이다.

2.
그의 신작 에세이 <인생론>의 <책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이것은 나의 서른 아홉번째 책이다. 나는 5만여장의 원고를 쓰면서 70여년의 생애를 열심히 살았다."

필자는 5만여장의 원고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 많은 원고가 전부 새로운 내용으로 되어 있을까? 안병욱의 에세이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새로 만든 책이 드물다는 것이다. 내가 4권의 책을 읽고나서 거칠게 정리해 본 바에 따르면 4권의 책은 100페이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그는 그 정도의 이야기를 가지고 우선 300페이지 짜리 책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들의 내용을 이러저리 짜맞춰서 다시 또 한 권의 책을 만든다. 이렇게 하여 몇 권의 책을 만든 다음 또다시 그 책들을 엮어 '신작 에세이집'을 만든다. 그런 책들에 들어 있는 내용을 가지고 신문에 연재를 한다. 그렇게 연재한 내용을 묶어서 다시 또 한 권의 책을 만든다. 바로 이것이 그의 다작의 비결일지도 모른다. 40여권에 이르는 그의 에세이들이 거의 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가 잘쓰는 말대로 '불가능처럼 보이는 가능성'인 것이다 이건 내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과연 그러한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위에 적은 책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하 <지상>>으로 줄여 적음)이다. 책의 내용과 출판에 대한 간략한 사정을 적은 저자의 머리말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몇 해 전에 갑인출판사에서 출판한 수상집을 젊은 세대들을 위하여 새롭게 가로조판을 하면서 몇 편의 글을 추가하여 한 권의 책으로 내놓는다."

그러니까 이 책의 새로움은 가로조판을 했다는 데에만 있고 몇 편의 글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몇 년 전에 나온 책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그는 앞서 낸 책에서 이것저것을 뽑아서 '새' 책을 만든 것이다.

<처음을 위하여 마지막을 위하여>(이하 <처음>으로 줄여 적음)에 실린 33편의 글 중에서 <지상>에서 뽑아 놓은 게 7편이나 된다. 그럴만한 까닭은 필자가 쓴 <책 머리에>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나의 여러 책 가운데서 인생론에 관한 글을 뽑은 것이 이 책이다. 어떤 글을 고르느냐. 편집자에게 일임하였다." 새로 쓴 글이 없음을 아예 까놓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도 이미 다른 책에 실린 것을 편집자가 알아서 뽑아서 만든 것이다. 그러니 이미 앞서 나온 다른 책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을 살 까닭이 없다. 책의 편집 과정이 이러하니 당연히 진정한 의미에서의 새 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내용은 어떠할까? '책머리에'라는 글은 저자가 자신의 책에 담긴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의 <책머리에>의 첫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인생의 세가지 중요한 선택이 있다. 첫째는 직업이요, 둘째는 배우자의 선택이요, 셋째는 인생관과 가치관의 선택이다. 우리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엄한 생명을 가지고 오직 한번 뿐인 인생을 산다. 인생은 일회전으로 끝나는 엄숙한 시합이다. 산다는 것은 진지한 시합이다.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산다는 것은 보람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고귀한 것이다."

그가 "나의 많은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권 고르라고 하면 이 책을 고르겠다"고 하는 <인생론>은 '직업의 선택', '배우자의 선택', '인생관의 선택'에 각각 한 장씩을 배당하고 있다. 그러니까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인생론>의 '제 1장 시작의 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인생에는 세가지 중요한 선택이 있다. 첫째는 직업의 선택이요, 둘째는 배우자의 선택이요, 셋째는 인생관의 선택이다."(p. 11)

두 권의 책의 '첫머리에'와 '시작의 말'이 똑같은 구절로 시작한다. 하나는 '인생의'로 시작하는데 다른 책은 '인생에는'으로 시작하니까 다르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어쨋든 내용이 똑같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처음>은 그가 쓴 글 중에서 "인생론에 관한 글"을 뽑아 놓은 것이고, <인생론>은 제목 그 자체가 아예 '인생론'이다. 일이년 사이에 그의 인생관이 크게 바뀌진 않았을테니까 내용이 달라졌음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작년에 영남일보에 연재한 글에는 얼마나 다른 내용이 실렸을까? 연재 글들을 묶은 <뜻을 세우고 삽시다>의 '머리말'을 보자: "유일명, 유일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요,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어다. 우리는 천상천하에서 오직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을 가지고 오직 한번 뿐인 인생을 산다. 인생은 두번 살 수 없다. 인생은 연습이 없는 진지한 시합이요, 일회전으로 끝나는 엄숙한 경기다."

<처음>의 '책머리에'를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 무슨 놈의 '시합'은 그리 좋아하는지? 이러한 반복은 '책머리에'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내용은 거기서 거긴데, 똑같지는 않지만 말만 조금씩 바꾼 글 제목에도 해당된다.

어머니의 눈동자, 어머니의 조건, 위대한 모상들(<지상>)
어머니(<뜻을 세우고 삽시다>)
인생의 안식처, 결혼은 결혼, 결혼행진곡, 행복한 결혼(<지상>)
결혼의 의미, 가정은 인생의 안식처, 인간 최초의 학교, 사랑은 행복의 조건(<인생론>)
가정은 도덕의 학교, 행복의 3대 요소(<뜻을 세우고 삽시다>)
생명의 의미, 오기인, 생명에 대한 4대 의무, 오애인, 생명은 아름다운 것(<인생론>)
생명의 탄생, 식은 인생의 대본, 장수의 비결, 정식, 신체관리(<뜻을 세우고 삽시다>)

이 정도면 앞에서 내가 그의 책들은 수없이 서로 겹친다고 한 말이 실감날 것이다. 이런 반복 앞에서 나는 그가 '상호텍스트성'이라고 하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가졌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분명이 내용이 겹친다는 걸 저자나 출판사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겹치면 팔리지 않으리라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저자나 출판사는 그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분명이 이건 종이낭비인데도 말이다. 그건 분명 이렇게 만들어도 책이 팔린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아닌가? 출판사는 책만 팔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랬다치자. 자신이 이미 쓴 글 중에서 편집자가 알아서 뽑아 또 책을 내게 하는 저자는 도대체 무슨 속셈을 가지고 있는가? 어디다 써도 말이 될만한 구절들을 모아서 글을 만들고 그걸 다시 조금 변형해서 책으로 만들어도 되는가? 그렇게 해서 저서목록에 한 권을 추가하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이건 출판사와 저자가 종이장사에 나섰다는 증거밖에 안된다. 내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 뿐이다. '지적인 불성실.' 이건 독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안병욱의 에세이 4 권을 놓고 책마다 내용이 중복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면 이제 그의 책 한권을 놓고, 그 책 안에서도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음을 밝혀 보이려 한다. 내가 거론한 책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지상>을 살펴보자.

이 책의 제목은 책에 실린 글 한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글 대부분이 새로 쓰여진 것이 아님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다른 세 권도 마찬가지지만 안병욱의 글의 특징중의 하나는 격언이 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도 많고 동시에 같은 말이 여러차례 반복되고 있다. 본래 격언이라는 건 앞 뒤 문맥을 딱 잘라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 붙여도 말이 통하고 그럴싸해 보인다. 안병욱의 글들은 이 특징을 잘 구사하고 있다. 그러니까 전혀 다른 내용을 말할 때에도 똑같은 격언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격언을 통해서 <지상>에 등장한 인물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좀 지루하지만 적어본다.

괴테,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맹자, 링컨, 프랭클린, 공자, 펄벅, 졸라, 비스마르크, 나폴레옹, 쉴러, 피히테, 키에르케고르, 루소, 파스칼, 제롬, 바이런, 스탈, 샤미소, 바스타, 브라우닝, 플라톤, 스탕달, 하이네, 프루스트, 크세노폰, 우나무노, 몽테뉴, 스위프트, 로댕, 생텍쥐베리, 시세로(어떤 글에서는 키케로라고 하기도 한다), 보나르, 워싱턴, 데모크리토스, 세르반테스, 에머슨, 칸포아모르, 앙드레 모로와, 베르그송, 에리히 프롬, 스피노자, 발자크, 니체, 키츠, 쇼펜하우어, 빈켈만, 셰익스피어, 안창호, 소포클레스, 로맹 롤랑, 슈바이처, 간디, 에디슨, 한스 카롯사, 밀러, 불바리톤, 핀다로스, 힐라리(힐라리 클린턴이 아니라 히말라야 등산가이다), 베토벤, 이순신, 멘스필드, 바울, 칼라일, 위고, 러스킨, 하이데거, 노자, 장자, 석가, 에피쿠로스, 디즈레일리, 헬렌 켈러, 크로포트킨, 마키아벨리, 다빈치, 케네디, 오르테가, 올코트, 미켈란젤로, 김활란, 단테, 파스칼. 내가 빠뜨린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자그마치 84명이다.

이 많은 인물들의 격언이 3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에 나온다. 이 정도면 수필집이 아니라 격언집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공자나 맹자, 노자나 장자 등이 인용될때면 그들의 말이 길게 인용된다. 수도없이 많은 고사성어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격언, 고사성어가 이 책에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 등장한 것과 똑같은 격언이 다른 책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 책에서는 '독일의 시인 괴테는 이렇게 노래했다'로 쓰였으면 다른 책에서는 '독일의 어느 시인은 이렇게 갈파했다'로 쓰인다. 같은 책에서도 그런 식의 문장이 반복되는 건 물론이다.

격언과 등장인물의 반복에 이어 내용의 반복을 살펴보자.
<어머니의 눈동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샘터에서는 샘물이 사방에 철철 넘쳐 흐른다. 어머니의 가슴 속에는 사랑의 태양이 있고, 사랑의 샘터가 있다. 우리는 어머니의 사랑의 태양을 받고 성장했다. 어머니의 가슴 속에는 사랑의 태양이 있고 사람의 샘터가 있다. 우리는 어머니의 사랑의 태양을 받고 성장했다.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 넘쳐 흐르는 맑은 샘물을 마시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자라왔다."(p. 21) 고작 6줄의 문장 속에서도 똑같은 말이 반복된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말이 다른 글에서도 그대로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샘터에 샘물이 넘쳐서 주위에 철철 흐르듯이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도 따뜻한 물이 한없이 솟는다. 우리는 이 사랑을 먹고 자랐다. 우리는 이 사랑의 힘으로 성장했다."(p. 36) 이 한권의 책에서, 제목을 달리한 글마다 반복되는 구절들을 몇 개 적어본다. "행복은 만인의 간절한 원이다." "가난하더라도 만족하게 부족하더라도 만족하라." "도산선생은... 저마다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을 가져 보자고 말했다." "결혼은 인생의 엄숙한 선택이다. 자의에 의한 선택이건, 타의에 의한 선택이건, 중대한 선택이다." "결혼식은 결혼식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자는 적당하게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하는 여성은 사랑하는 남성 앞에서 수치의 표정이 풍부해진다. 말할 때나 웃을 때에는 몸가짐 전체에 수치가 감돈다. 이것이 남성의 사랑을 더욱 자극시킨다." "괴테의 시 가운데 <앉은뱅이꽃의 노래>라는 것이 있다." "행복이란 단어는 인생의 사전에서 가장 큰 캐피털 레터로 써야 할 말이다." "사랑은 인생의 사전에서 가장 큰 대문자로 써야 할 단어이다." "20여년 전에 배운 중학교 영어 교과서의 삽화 하나가 생각난다. 어떤 교회를 짓는데 세 사람의 석공이 와서 날마다 대리석에 조각을 한다. 뭣 때문에 이 일을 하느냐고 물은즉, 세 사람의 대답이 각각 다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밀레의 그림을 무척 좋아했다." "남자는 사업에 살고 여자는 애정에 산다." "칸트는 행복을 원하는 것도 좋지만 행복을 누리기에 합당한 사람, 행복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공자님 말씀'이 되풀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이 책을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말이 다른 책에 토씨만 바뀌어서 또 나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다른 책을 펼쳐봐도 새로울 게 없다. 결혼식 주례에서 하는 이야기는 어디에나 나온다. 어머니의 눈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수십년 전의 독일 신문의 설문조사 결과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인용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계모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으며 고아는 언제나 못된 심성을 가진 자들이다. 그가 보기에는 남자는 예나 지금이나 사업에 살고 여자는 애정에 산다. 아무리 아파트가 많아도 우리는 흙을 밟아야 하고 슈바이처의 박애정신은 시도때도없이 실천해야 한다.

그가 쓴 책에는 그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 흔적이 없다. 그는 불변의 진리를 터득했기 때문에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아무 것도 새로 배우지 않아도 되는걸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23 2010-07-1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주소가 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