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친구들과 홍대 앞에서 저녁을 먹고 슬슬 걷던 중에 할인 판매를 한다는 신발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다. 평소 그런 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C에게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막 새 구두를 벗어 들고 셈을 치르는 무리가 보였는데, Y가 그 중 한 명이 들었던 구두가 예쁘다며 내게 신어보라 했다. 왜 신어보는 게 나냐 하면, Y 자신은 단화 외에는 신지 않고, C는 볼이 넓어 날렵한 구두는 신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어본 구두는 발에 딱 맞았고 예뻤다. 그날 신고 나간 내 오래된 갈색 부츠가 초라해 보일 지경. 게다가 6~10만원 대 구두 사이에서 단돈 2만원. 친구들이 당장 사라고 더 난리였다.
거울 앞에서 잠깐 걸어 보았는데 왼쪽이 조금 더 낀다. 어차피 발 크기는 양쪽이 다르니까. 구두는 예쁘지만 굽이 좀 높다. 8cm. 토요일에 신고 외출했다가, 발과 다리가 고생스러웠다. 여전히 왼쪽이 조금 뻑뻑했다.
어제, 오랜만에 집에서 요가를 하다가 알았다. 내 발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 더 크다. 어떻게 된 일이지?
구두를 뒤집어 바닥을 보니, 치수가 다르다. 이런. 매장에 같은 구두가 나란히 두 켤레 진열되어 있었는데, 내 앞에 보았던 누군가가 바꿔 놓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발 사이즈가 다르니까 한쪽이 끼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그냥 들고 나왔던 것.
언젠가 드라마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나왔던 게 기억난다. 새로 산 구두를(남자가 선물한 것이었나), 여자는 사이즈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신겠다고 한다. 한쪽 발에 생채기가 난 후에야 백화점에 교환하러 간다. 그러나 짝이 바뀐 다른 구두도 이미 팔린 뒤여서, 그걸 사간 사람이 교환하러 오기 전에는 바꿔줄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아마, 사랑을 그렇게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다가 어긋난다는, 그런 얘기였을 것이다. (그 여자는 양쪽 발 사이즈가 같았나? ㅎㅎ)
나야 오른발이 더 크니까 지금으로서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오히려 이게 더 낫다 싶다.
짝이 바뀐 다른 구두는 팔렸을까? 궁금하네. 누군가, 왼발이 조금 더 큰 사람이 그걸 사면 좋을텐데. 그래서 나처럼 아무 불편없이 예쁘게 신으면 좋을텐데. (안그럼 미안하잖아.)
새로 산 구두.
오늘 두번째로 신고 나왔는데 벌써 지저분하다.
